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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읽고 우정을 쓰다

조이북 독서모임

by 소정 Mar 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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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이북 독서모임의 10주년입니다! 서로 축하 메시지를 남겨보세요."

밴드 알람이 울렸다. 조이북 독서모임을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 그동안 100권이 넘는 책을 함께 읽고, 나누고, 성장해 왔다. 40대의 열정 넘치던 우리는 어느새 50대의 우아한 독서가가 되었다.


10주년을 맞아 서로의 속마음을 꺼내놓았다.

"한때는 이렇게 똑같은 패턴으로 진행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어. 그런데 꾸준히 지속된 이 일관성이야말로 우리 모임의 저력인 것 같아."

"맞아. 이 모임 덕분에 책을 함께 읽고 나누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어. 다른 모임들은 다 정리됐지만, 나와 결이 맞는 이 독서모임만큼은 소중하게 지키고 싶어."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만남이 우리 독서모임이야."

우리는 10년 동안 함께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감회에 젖었다.


"우리, 10주년을 기념해서 뭔가 해보자!"

의견은 금세 모였다. 우리는 'Joybook'이라는 로고를 새긴 북백을 만들기로 했다. 여기에 각자의 개성을 담은 꽃 자수를 새기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조이북 시즌2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로 필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내가 요즘 아침마다 필사를 하고 있다고 하자 모두가 함께 해보자며 뜻을 모았다.


오늘의 책은 한강의 소설 『바람이 다 가라』였다.

"한강의 글은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할 것 같아. 처음엔 모호하고 시적인 언어가 낯설었는데, 다 읽고 나서야 깨달았어. 결국, '계속 살아가라'는 이야기였어."


"맞아. 그녀만의 독특한 문체가 있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표현하고, 흐트러지는 듯하다가도 한순간 몰입감을 확 끌어올리잖아. 그런 점이 노벨상을 받게 한 이유가 아닐까?"


"이 책을 쓰는 데만 4년이 걸렸다지? 천문학, 양자물리학까지 녹여낸 작품이라니, 읽는 사람도 정성을 다해 읽어야 할 것 같더라."


"중반 이후부터 사건 전개가 극적으로 흘러가고, 반전도 있어서 추리소설 같은 느낌도 있었어. 영화로 만들어지면 정말 멋질 것 같아."


책을 둘러싼 대화는 끝없이 이어졌다. 11시에 만나 점심 대신 빵 한 조각을 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어느새 4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지적 대화로 가득 채운 덕에 배고픔도 잊었다.


10년의 시간, 그리고 우정

집에 돌아오니 허기가 몰려와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더니 남편이 물었다.

"밥도 안 먹고 무슨 얘기를 그렇게 오래 했어?"

나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알 수 없는 우아한 독서가들의 세계가 있다구."

말로 설명해 줘도 그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이 완벽한 지적공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까지 10년의 세월이 필요하니까


조이북 독서모임이 10년 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목적 외에도 우리는 같은 세월을 함께 지나온 동질감이 있다.  중년의 나이를 지나오며 우리는 힘든 세월을 위로하고 함께 성장하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 왔다.


아이들이 다 크고, 직장에선 점점 '꼰대'가 되어가며 우리의 쓸모를 걱정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훈장이라며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준다.


오랜 친구란 단순히 시간만 오래 지났다고 붙여줄 수 있는 이름은 아니다. 함께하며 물들어온 시간 속에서, 서로의 삶을 껴안으며 발효된 순간들이 쌓여야 한다. 우리의 우정은 보이차처럼, 오래될수록 깊은 향기를 내는 것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서로를 이해했으며, 문장 속에서 서로를 만났다. 책을 읽고, 대화를 통해 우정을 써 내려왔다. 앞으로도, 또 다른 10년을 함께 써 내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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