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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보다 사람을 배우다

큰솔나비 독서포럼

by 소정 Mar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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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말이 지친다. 말이 많은 자리에 가면 금세 피곤해진다. 술자리에서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는 건 더더욱 힘들다. 돈 자랑, 자식 자랑이 오가는 동창 모임도 자연스레 피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말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자리가 있다. 바로, 독서 모임이다.


오늘은 토요일 아침 7시에 열리는 ‘큰솔나비 독서포럼’이 있는 날이다. 새벽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나는 책 보다 사람을 배우기 위해 독서 모임으로 향했다. 스무 명 남짓한 선배들이 조별로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의 책은 카피라이터 정철이 쓴 『인생을 건너는 한 문장』. 너무 많은 말과 글에 지쳐 있던 내게 딱 맞는 책이다. 작가는 문장을 지우고 또 지워, 지우개똥 곁에 살아남은 문장으로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짧은 문장 속에 깊은 울림이 있다.


지금이 밥 처먹고 있을 때냐는
말을 들을 것 같을 때가
꾸역꾸역 밥을 밀어 넣을 때다

인생이 나를 배신할 때일수록 몸을 챙겨야 한다.
외롭더라도, 서럽더라도.


밥을 먹을 때가 아닐수록, 밥을 먹어야 한다. 삶이 지치고 힘들수록 더 단단해지기 위해 나를 아껴야 한다. 여백이 많은 책이라 쉽게 읽힐 줄 알았는데,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깊이 사색할 거리가 많았다.


물도 액체고
말도 액체다

말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형체가 바뀐다. 누구의 입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반응과 파장이 달라진다. 괜찮은 말을 찾는 데 시간을 쓰지 말고, 말을 담는 그릇을 살피는 데 시간을 줘라. 나라는 그릇 주둥이 근처에 구멍은 없는지, 그 구멍으로 액체가 줄줄 새지는 않는지.


나는 요즘 김종원의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를 필사하고 있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나라는 사람이 결정되고, 내 삶의 깊이가 달라진다. 같은 말이라도 내 그릇을 단단하게 만들어 더 아름다운 언어로 갈고닦아야겠다.


손에 쥔 동전과
땅에 떨어진 동전의 질량은 같다.
내 가치가 100원이면, 땅에 떨어져도 100원이다.

땅에 떨어졌다고 얼굴이 빨개지지 않는다면, 몸에 흙이 묻었다고 낙엽 아래 숨지 않는다면,
나 스스로 나를 헐값에 내놓지 않는다면, 땅바닥의 나는 여전히 100원이다.
곧 내 가치를 알아보는 눈이 그곳을 지나간다.


살다 보면 잘 나갈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다. 잘 나간다고 우쭐할 필요도 없고, 힘들다고 주눅 들 필요도 없다. 인생은 본래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땅에 떨어져도 나는 여전히 나라는 사실이다.


책의 닫는 글에 이런 질문이 나왔다.

“당신의 삶을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삶은 아직 진행 중이다. 두근두근, 아직도 많은 순간이 남아 있다. 그러니 죽는 날까지 요약할 수 없다. 나의 관찰도, 나의 성취도, 나의 실패도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요약하면 어떤 문장이 될까

주식을 공부하는 선배는 "주식(株式)은 주식(主食)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선배는 "필요한 소금이 되자"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고민 끝에 “살아 있다.”로 정했다.


나는 살아 있으므로 오늘을 살아간다. 살아 있으므로 책을 읽고, 독서 모임에 참가할 수 있다. 살아 있지 않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끝까지 살아서, 한 사람 몫을 충분히 살아내는 것이 내 삶의 의미다.


독서 모임은 나에게 살아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읽고, 나누고, 쓰는 모든 순간이 살아 있음 덕분이다.


말에 지치지 않는 모임.

들을수록 나를 성장시키는 모임.

오늘도 나는 말보다 사람을 통해 배웠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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