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력(Embracing Harmlessness) 작고 귀엽고 순수한 것들이 사랑받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해롭지 않고, 그래서 자극이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며 굳이 반대하거나 비판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방이 나를 공격해 오는 것만 같은 험한 세상, 작고 귀엽고 연약한 존재는 그 자체로 힘을 갖는다. 무해하기 때문에 가지는 힘, 즉 무해력이다.
트렌드코리아에서 2025년의 키워드 중 하나로 무해력을 선정했다. 전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은 푸바오와 레서판다, 밤톨이 같은 깜찍한 캐릭터, 대충 그린 듯한 이모티콘이 인기를 끌고, 가방에는 인형을 주렁주렁 매다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경기 침체와 어려운 현실 속에서 나이키의 'JUST DO IT' 같은 웅대한 목표는 점점 더 멀게만 느껴진다. 대신,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순수하고 어설픈 매력을 가진 작고 귀여운 것에 마음을 빼앗긴다.
불안한 세상, 안정감을 찾다
요즘 세상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다. 유명 연예인이 말 한마디로 나락 가는 세상. 갑자기 인도로 돌진한 차량에 목숨을 잃는 현실. 사랑했던 연인에게서 협박을 받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갓생을 살며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것도, 누군가에게 온전히 마음을 여는 것도 불안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 예측 가능한 것을 선택한다.
사랑도 예외는 아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성보다 예측 가능한 동성을 선택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유튜브에 넘쳐나는 동성커플들. 그들을 보며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보다 신선함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난다. 여성은 언제 집착이 폭력으로 돌변할지 두렵다. 진정한 이해보다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남성 대신 여성을 애착 대상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남성은 예측불가하게 변화하는 여성의 심리에 지쳐 돌봄이 필요 없는 대상을 찾기도 한다. 그 대상이 동성이든, 동물이든, 심지어 무생물이든 간에 중요한 건 '나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나의 반려돌, 다가즈
나는 이 무해력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부터 반려돌을 가지고 있었다.내 반려돌은 컴퓨터 모니터 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 일하면서 늘 눈에 보이는 곳. 생각과 고민, 온갖 대화가 오가는 공간에서 한결같이 나를 지켜주는 돌멩이 하나. 그 돌은 나의 안정감이다. 세상 속에 헤매던 내 마음은 그 돌을 바라보는 순간, 마치 묵직한 추를 단 듯 차분해진다. 세상의 소란 속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나의 중심추, 나의 베이스, 나의 돌멩이.
중요한 회의에 들어갈 때는 이 돌을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리며 마음의 힘을 얻는다. 기분이 좋을 때는 돌을 화려한 꽃 화분 아래로 옮겨주고, 추운 날에는 따뜻한 목도리 위에 올려놓는다. 돌멩이의 이름은 다가즈다.
다가즈, 마법의 룬
돌 위에는 룬 문자로 '다가즈'가 새겨져 있다. 룬 문자는 고대 게르만족의 언어로, 고대 알파벳의 원조라고도 한다. 판타지 영화나 게임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이 문자는 북유럽 신화 속 오딘이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그 자체로 주술적이고 마법적인 의미를 지닌 문자다. '호빗', '반지의 제왕', '겨울왕국'에도 마법의 문자처럼 사용되었다.
삼각 리본모양이 다가즈이며 B자 모양이 베르키나이다. ‘다가즈’는 균형과 성취, 번영, 변화를 상징한다. 긍정적인 상황으로 이끌어주는 부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돌 뒷면에는 여성의 가슴 모양을 닮은 룬 문자 ‘베르키나’가 새겨져 있다. 이는 다산과 번영, 치유, 새로운 시작을 뜻한다. 이렇게 두 문자를 새긴 나의 반려돌은 작은 마법을 품고 있다.
다가즈의 위로
다가즈는 단순한 돌멩이가 아니다.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 나에게 안정감을 주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특별한 존재다. 세상은 여전히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지만, 내 반려돌 다가즈는 그 모든 소란 속에서 내 중심을 잡아주는 무해한 힘이다.
무해력은 단지 유행이 아니라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생존의 기술이다. 작고도 평범한 것에서 위안을 찾고, 나를 해치지 않는 것과 함께하며 균형을 찾아가는 삶. 그것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방식의 행복 아닐까?
다가즈가 속삭인다. "세상을 다 가져. 네가 원하는 건 다 해. 언제나 너를 지켜줄게. 나는 해롭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