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범인 Oct 01. 2017

형벌, 무겁거나 가볍거나

무거운 형벌이라더니 이게 뭐죠


최근 인천에서 일어났던 초등생 살해사건의 주범과 공범에게 1심에서 각각 징역 20년과 무기징역의 형벌이 구형되었다. 주범과 공범인 김양(16세)과 박양(19세)은 소년법이 적용되는 18세를 사이에 두고 각기 다른 형벌이 구형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소년법을 이유로 혹은 사형을 관례적으로 구형하지 않아오고 있다는 이유로 이러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들에게 최고형인 사형이 아닌 징역 20년과 무기징역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논쟁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있다.


소년법을 이유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내려지는 형벌의 정도는 국민이 생각하는 형벌의 적절도를 이야기하는 법정서와 어느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1. 형벌의 기준과 우리나라 양형제도


형벌을 결정하는 근간인 우리나라의 형벌은 대륙법을 따른다. 대륙법은 독일 등의 유럽을 대표로 하는 형법체계로, 우리나라는 이러한 형법체계를 받아들여 나름의 기준으로 수정, 보완하며 형법체계를 구축해왔다.


대륙법은 기본적으로 인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며, 이는 피의자의 인권에도 해당해 형벌을 내리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위신과 체면을 중시하는 유럽의 문화를 기반으로 한 그들의 형법체계는 형벌 그 자체뿐만 아니라 '형벌을 받았음'의 사실 자체가 사회 내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전과자로서 사회적으로 불리하게 살아가는 것 또한 벌의 일부라고 여기는 등) 오히려 형벌 자체는 강력하지 않은 인상을 준다.


반면에 미국법의 경우 개척된 형태의 형법체계를 갖추었다는 의식이 강해 시기와 상황에 따라 그 변화가 더욱 자유롭다. 이러한 맥락에서 종종 잔인하거나 흉악한 범죄자의 경우 (예: 연쇄살인범, 아동 성범죄자 등) 100년, 200년에 해당하는 형을 내리는 등 자율성이 더욱 눈에 띈다.


*참고 글: 합리적 형벌은 불가능한가 (브런치 매거진 '범인은 이안에도 있다')



우리나라는 전자인 유럽의 형법체계와 유사한 형태를 따르면서도 어느 정도 미국법의 성질 또한 가지고 있다.


2000년대부터 적용된 양형제도가 바로 그것인데, 양형제도는 기존에 형벌이 판례나 판사의 재량적인 기준으로 이루어졌던 것에 반해 어느 정도 수량적으로 권고 형량을 정해둔 상태로 특정한 인자들(사건의 잔인성, 가해자의 심신 불안정 등)을 증형 혹은 감형 인자로 정하여 형벌을 합리적으로 정하고자 하는데에 그 의의가 있다.


이러한 양형제도는 대표적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발달되어 활용되고 있고, 이러한 제도적 형식을 우리나라에도 적용하여 양형위원회에서 각 죄목에 따른 권고 형벌을 수량적으로 나타낸 양형기준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 양형기준을 살펴볼 수 있는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시행 중 양형기준



#2. 국민의 법감정과 형벌


문제는 체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형법체계와 양형제도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형벌'에 대한 감정은 다수의 경우 수긍하는 분위기는 아닌 듯한 데에 있다.


2012년 설문조사업체인 갤럽에서 수행한 '범죄자 처벌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범죄자의 처벌 강도를 '지금보다 엄하게 하는 것이 좋다'라고 답한 경우가 95%, 사형제도 유지에 찬성하는 입장이 79%, 흉악범에 대한 사형집행을 찬성하는 경우가 78%로 나타나 우리나라가 사법체계가 수행하고 있는 법적인 조치인 형벌과 국민이 생각하는 적절한 정도의 형벌에 차이가 있음을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형벌이 국민의 법감정과 일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게 나타난다.


어떠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의 형벌의 기준을 정하는 데 있어서는 국민들의 감정이 포함된 형벌의 정도는 대부분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그 정도가 정해지는 형법과 양형제도를 통해 결정된 형벌의 정도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기준 내에서 최대한 국민의 법정서에 맞추어 구형을 하려 노력하고, 국회 등의 정체계에서는 국민의 요구를 형벌에 어느 정도 반영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꾸준한 노력이 있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법감정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형벌인 경우가 더욱 빈번하다.



#3. 알맞은 무게의 형벌을 위해


우리나라의 형벌에 대해 논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에 하나는 '우리나라는 형벌이 너무 가볍다'는 이야기이다.


형법상 혹은 체계상 우리나라의 형벌은 이 이상 국민의 법감정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이 과연 옳은 방향일까. 아니면 국민의 법감정을 좇아 형벌을 무겁게 혹은 가볍게 자유롭게 변경하는 것은 과연 옳은 선택일까.


국민의 법감정이 만족하고, 형법체계와 양형제도가 그 틀을 갖출 수 있는 '알맞은 무게의 형벌'을 위한 방향은 없는 것일까. 



범죄학자가 이러한 의문점들에 답을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연구라고 한다면, 크게 두 단계로 접근할 수 있다. 첫 단계는 현재 국민의 법감정과 실제 우리나라 형벌의 정도가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사회적 조사를 통해 극단적인 격차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과 그에 따라 격차를 줄이기 위해 어떠한 방식으로 형법체계 혹은 양형제도에 이러한 내용을 적용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것이 그것이다. 


다양한 변화의 노력과 같이, 이 또한 지루하고 긴 여정의 노력이 될 수 있다. 연구는 연구일 뿐이고 적용이 되지 않을 수 있고, 지루한 연구 끝에 결과가 나왔을 때는 다른 여론이 형성되어 있어 진행한 연구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범죄학자가 할 수 있는, 또한 해야 하는 노력이 아닐까.



이전 10화 범죄학자인 것이 기쁘고 슬플 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