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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인 Oct 08. 2017

미디어에 비춰진 범죄

미디어에서의 범죄는 과연 현실일까


최근 미디어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범죄 콘텐츠를 쉽게 마주할 수 있다. 


범죄와 관련된 이야기는 어디에서나 등장한다. 사건사고를 전달하는 뉴스는 말할 것도 없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당하는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심지어 그 자체가 주제가 되기도 하고), 예능프로그램에서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을 구성한다거나, 실화 재연 프로그램에서는 실제 일어났던 범죄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미디어와 범죄는 어떤 관계를 가질까?



#1. 범죄와 미디어의 역사


문학과 문화예술의 역사에서 살펴보면, 범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야깃거리로 대중에게 익숙해져 왔다.


1862년에 발표된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이었던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은 빵을 훔치는 것(절도)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작품의 이야기 초반의 '빵을 훔치는 행위'는 절도였고, 중반에서 수도원에서 은촛대를 훔치는 것 또한 다른 절도행위였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용서를 받으면서 주인공인 장발장의 경우 교화되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어 이후 프랑스혁명의 내용으로 이어진다. 프랑스혁명이나 주인공이 처해진 상황을 고려해보았을 때 이 두 건의 절도는 크게 범죄로 와 닿지 않을 수 있지만, 이 또한 하나의 범죄의 범주에 속한다.


국내 고전 '홍길동전'에서는 홍길동이 부패한 벼슬아치들의 재산을 가져다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는 등의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충분히 정의로운 행동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 또한 법률적인 의미에서는 절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의 부패한 관료들의 행동부터가 근원적인 악질의 범죄라고 보아야 하겠지만).



이렇듯 소설에서, 혹은 희극이나 오페라 등에서 다양한 방면으로 범죄 이야기는 다뤄져 왔다. 서로 살해를 하고 그에 대한 복수를 하거나, 누군가를 납치하거나, 사기를 치거나, 해코지를 하거나 하는 등으로 '범죄'라는 이름으로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에 충분히 '범죄'로 여길 수 있는 부분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후 코난도일의 '셜록홈스'와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탐정 포와로' 같은 본격적인 추리소설이 등장하면서, 범죄와 범인을 직접적인 주제로 다루는 문학적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생겨났다. 범인들의 교묘함을 탐정들의 명석함으로 통쾌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대중에게 오랜 시간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미디어의 급속도의 성정과 더불어 이러한 문학, 문화와 예술 콘텐츠들은 자연스럽게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라디오 등과 같은 영상 및 음성 매체로 그 범위를 확장해 갔다. 또한 최근에는 인터넷과 그 주변기기들의 발달로 더욱 다양한 미디어로의 콘텐츠의 확장과 더불어 범죄와 관련된 콘텐츠들도 이들을 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통로가 생겨났다. 



#2. 미디어에서 다루는 범죄 콘텐츠


다양한 방면으로의 확장은 여러 범죄 콘텐츠*를 생산해냈다.

*이 글에서 지칭하는 '범죄 콘텐츠'는 실제 혹은 가상의 범죄나 그 관련 내용을 다루는 글이나 영상, 음성 등 미디어를 통해 보급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포함한다.



범죄 콘텐츠의 강대국이라고 하면 미국을 빼놓을 수 없다. 다수의 미국의 드라마들이 범죄를 다루는 수사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다. 국내에서도 CSI로 대표되는 이러한 미국 드라마들이 한 때 유행이기도 했었고, 현재까지도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드라마 수사물들 또한 꾸준히 접할 수 있다. 


*관련 글: 나에게 맞는 수사물 찾기 (브런치 매거진 '범인은 이안에도 있다') 


심지어 실제 범행을 추적하는 리얼리티쇼들 또한 존재하며 (현상수배범들을 쫓는 직업인 바운티 헌터를 추적하는 'Dog the Bounty Hunter',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후 아동 성매매를 시도하는 범죄자들을 현장에서 잡는 'To Catch a Predator'), 경찰의 일상을 쫓거나 ('48 Hours'), 교도소의 모습을 보여주는('Lockup') 범죄 콘텐츠 또한 존재한다.  


또한, 영화에서는 이러한 범죄들의 수위나 화면상으로 나타내는 모습들이 연령제한에 따라 비교적 자유로워 범죄의 모습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범죄들은 그에 따른 응당한 죗값을 치르는 것으로 해결되기도 혹은 재미나 흥미를 위한 요소로만 사용되고 해결되지 않는 경우들도 있다. 


뉴스에서는 범죄와 관련된 내용들을 정치뉴스 다음으로 중요한 사항으로 여기기도 하고, 범죄와 관련된 내용을 특별히 구성해 인터넷 뉴스로 제공하기도 한다 (CNN Justice, Time Criminal Jusitce 웹페이지). 또한 개인 콘텐츠 제작자들은 각자 본인의 관심분야와 전문성을 살려 범죄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미국 내 대표적인 팟캐스트 범죄 콘텐츠 Serial).



전반적으로 범죄가 미디어에 노출되는 정도는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우리나라도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 프로그램 등에서 범죄와 관련된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범죄의 수준이 잔인하고 흉악할 경우, 혹은 다수가 피해자가 되는 사안이거나, 그에 준하는 중한 범죄의 경우에는 해당 범죄를 다루는 뉴스나 언론매체들 또한 이를 집중적으로 대중에게 노출시키기도 한다. 



#3. 자극적이거나 학술적이거나


범죄의 미디어 노출에는 몇 가지 쟁점이 있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미디어에서 다루어진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범죄와 관련된 뉴스 기사들 중 약 46%가 폭력이나 성범죄에 관련된 내용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이 사건들은 경찰에 접수된 사건들 중 3%에 불과하다고 한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기사가 기사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고, 그에 따라 언론매체의 범죄 노출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범죄의 전반적인 모습보다는 단편적으로 심각한 범죄를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는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이를 접하는 대중의 입장에서는 실제로 이렇게 미디어가 나타내는 범죄의 비율이 현실에서 강력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비율이라고 인식하게 될 가능성 또한 가지고 있다.


불필요한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인식은 범죄에 대한 불필요한 두려움을 증가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어, 언론매체의 범죄 노출에 대해 적절한 방도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복합적인 원인으로 생겨나며, 이를 어느 하나의 원인에 의한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미디어나 언론매체에서 강력범죄의 노출이 과도하게 잦을 경우 이를 인식하는 대중의 입장에서는 필요 이상의 두려움을 가지게 될 수 있다. 이는 대중의 안정적인 삶이나 생활에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는 사항으로 불필요한 두려움을 증가시키지 않도록 언론매체의 자체 조정이 요구된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은 모방/학습의 위험이 있다.

언론매체의 범죄의 과다노출뿐만 아니라, 드라마, 프로그램, 영화, 동영상 등 다양한 매체에서도 범죄와 관련된 콘텐츠는 일부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경우가 있다. 이러한 내용은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지만) 모방이나 학습의 도구가 되어 범행에 활용될 경우 또한 있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드라마 등에서 모티브를 얻거나 정보를 얻어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고,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범죄 콘텐츠에의 노출로 인해 잘못된 행동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범행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기의 시기에 이러한 폭력적인 내용을 접했을 때에 그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음을 나타내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범죄와 관련된 제반 내용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을 대중에게 심어줄 수 있다.

일반적인 범죄자가 고차원적이거나 트릭을 사용하거나 뛰어난 두뇌를 가진 사이코패스 범죄자일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범죄자는 우발적이며, 혹여 계획적일지라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정직하고 꾸준한 수사에 덜미가 잡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미디어에 비친 범죄자들은 모두 흉악한 사이코패스로 비치고, 수사는 언제나 역동적이고, 경찰은 언제나 범인을 잡고, 그 결과는 대부분 성공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고,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건이 있는 반면 지루한 수사와 조사가 필요한 사건도 있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일부일 수 있으나, 전부가 아니다.



이러한 몇 가지의 부작용들이 우려되니 미디어에서 범죄 콘텐츠를 없애자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범죄나 일탈과 관련된 주제는 과거서부터 꾸준히 우리와 함께 해 왔으며, 이는 위험성도 가지지만 대부분 권선징악의 교훈을 주는 경우가 더욱 많다.  


단지, 현재의 미디어에서의 범죄 콘텐츠를 제공하는 콘텐츠 제공자들도 과도한 수준의 범죄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제작하여 대중에게 노출시키는 것을 삼가는 모습과 더불어 대중의 입장에서도 또한 더욱 합리적으로, 분별력 있게 받아들이는 자세 또한 중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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