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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인 Oct 22. 2017

범죄학자가 되기까지

나는 범죄학자가 되기는 한 걸까


범죄학의 학문을 알고 공부를 하고 범죄학자가 되기까지, 나의 이 여정은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 종종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날들이 있다.


지금의 나는 범죄학자일까 그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사람일 뿐일까.



오늘은 나의 범죄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고민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1. 과거


생소한 학문이었지만 그만큼 새로웠고 알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새로운 학문은 나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것 같았고, 나 자신도 스스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범죄학 이론과 더불어 전공 관련 수업을 듣기 시작했을 땐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이 보람되었고, 그에 따른 내가 하고 싶은 범죄학의 범위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나의 논리를 다른 이들과 논의하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았고, 다른 이들의 말과 생각을 나의 논리로 정리하고 재해석하는 능력도 점차적으로 생겨나는 듯했다.



그러나 학술적인 욕구는 하나의 부분을 만족스럽게 알게 되었다고 해서 그 분야의 학문이 나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궁금했던 것들과 획기적이라고 생각했던 연구주제들은 어디엔가 그 누군가는 한 번쯤 생각해 보았고, 연구하였거나 하고 있는 주제인 것들이었다. 학계는 새로운 것,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 대세에 따르는 것에 더욱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었고 공부에는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마치 같은 답이 있을 것 같았던 범죄학은 ‘정의로움’이나 ‘올바름’, ‘좋음’과 ‘나쁨’의 개인적이고 학술적인 기준에 따라 그보다 훨씬 많은 답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2. 현재


학위를 위한 공부를 하는 동안, 모난 돌처럼 내 주장만 강했던 시절이 지났고, 나의 공부도 나의 범죄학도 조금은 유연해졌다.


하지만 국내로 돌아오면서 아직은 모호한 범죄학이라는 학문의 국내 입지에 대해서, 학계뿐만 아니라 어느 직종의 구직도 유지도 어려운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해서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여전히 그에 대한 어려움을 절절히 깨닫고 있고, 그 안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기회와 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것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의 범죄학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현실에 타협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겠지만, 이대로 내가 공부를 시작했던 목적을 얼마나 이룰 수 있을지, 하고 싶던 이야기를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 내가 가진 것들이 부족하진 않을지, 나의 범죄학도 그렇지만 나의 인생은 괜찮은 건지 고민이 느는 것은 어쩔 수 없다.




#3. 미래


나의 미래를 논하기 위해서는 범죄학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생소한 범죄학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알릴 필요는 있는 것인지도 고민이 될 때도 있다.


미국과 영국과 같은 비교적 범죄학이 안정화된 곳들은 한 때 높은 범죄율이나 흉악한 범죄들이 자주 발생되면서 그 심각성을 경험한 국가들이다. 범죄학이 어느 정도 발달하고 안정화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그만큼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할 정도로 높은 범죄율이나 강력범죄가 빈번하다는 것의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에서 범죄학이 그만큼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강조되고 관심을 덜 받고 있다는 사실은 범죄의 심각성이 격렬하게 높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학은 없어서는 안 될 학문이다. 어느 누군가는 해야 하는 학문이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하는 분야이며 정의롭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범죄학이 정의롭고 합리적인 학문이 되는 데까지, 범죄학의 학문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다양한 범죄와 안전 관련 정책에, 사회 전반의 건강한 문화와 교육을 위한 다양한 실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때까지. 훌륭하진 못해도 작게라도 긍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범죄학자가 되는 것.



언젠가 나의 인생을 돌아봤을 때, 누군가 나에게 어떤 사람임을 물었을 때, 범죄학 자임을 당당히 말할 수 있을 때, 그때쯤이 내가 범죄학자가 되었을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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