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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인 Oct 29. 2017

범죄학의 이론과 실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이론은 범죄학에도 존재한다


여타 학문과 마찬가지로 범죄학에는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한다.


'이론'이라고 하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조금은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하나의 '주장'이다. 단지, 하나의 주장이 이론이 되기까지는 다수의 검증과 논리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과정이 필요할 뿐이다.



범죄자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던 범죄학 이론 또한 여러 방면으로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현재 범죄학 분야에서는 '범죄학 주요 이론'으로 여겨지는 이론들이 정립되었다.



#1. 범죄학의 주요 이론 유형


범죄학 이론 교과서를 보거나 수업을 듣게 되면,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분류와 순서로 범죄학 이론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범죄학 고전 이론 (Classical Criminology)

억제 이론 (Deterrence Theory)

합리적 선택이론 (Rational Choice Theory)

생물학적 이론 (Biological Theory)
심리학적 이론 (Psychological Theory)
사회학적 이론 (Sociological Theory)

사회학습 이론 (Social Learning Theory)

사회유대 이론 (Social Bond Theory)

통제 이론 (Social Control Theory)

낙인 이론 (Labeling Theory)

사회해체 이론 (Social Disorganization Theory)

일상생활 이론 (Routine Activities Theory)

아노미/긴장 이론 (Anomie/Strain Theory)

갈등 이론 (Conflict Theory)

비판 이론 (Critical Theory)

페미니스트 이론 (Feminist Theory)

위와 같은 이론들은 이름만 보아도 제법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알 법한 내용들도, 비교적 알려진 이론들도 있다.


범죄학 고전 이론에서는 인간의 이성적인 판단을 근거로 '이성적인 판단이 있는 사람이라면 범행시에도 합리적인 선택을 하여 불리할 경우 (예: 범행의 발각 및 검거가 유력한 경우) 범행이 억제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이론적 주장은 분리되어 고려되기보다 이후 발전된 여러 형태의 범죄학 이론에 전제가 되는 이론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과거 생물학적 이론과 관련해서는 사람의 생물학적 특성에 문제가 있어 (예: 불완전한 모습이나 병), 이러한 것들이 범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론적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이러한 이론은 검증력이 뒷받침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후 뇌구조와 관련된 범죄학의 형태인 신경 범죄학(neurocriminology)으로 나아가고 있다.


심리학적 이론의 경우 대중에게 비교적 많이 알려진 '사이코패스'나 '조현병'등의 공격적이거나 잔인한 범죄자의 성향에 대해 논한다. 인간의 보다 근원적인 공격성이나 범죄적 성향이 범죄를 행하는데 주된 영향이 된다는 주장이다.


고전과 생물학, 심리학적 범죄 이론의 경우 모두 개인적인 수준에서의 문제가 범죄로 연결된다는 이론적인 주장을 가진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로 개인적인 성향만이 어떠한 행동을 결정하지만은 않는다. 특히, 생물학적이고 심리학적인 요소들의 경우 하나의 '요인(factor)'로 작용할 수 있으나, 그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조건들이 조합되어 범죄라는 현상으로 연결된다.



사회학적 범죄 이론은 범죄현상과 관련이 있는 다양한 사회현상들을 이론화시켜 범죄를 설명하고자 한다.


또래나 주변 환경에서 범죄현상을 상대적으로 쉽게 접하고 보고 배우게 되면 범죄자가 될 경향이 높다거나 (사회학습이론), 사회적으로 유대관계가 낮고 소위 '잃을 것이 없는' 경우 더욱 쉽게 범죄를 행하게 될 수 있다거나 (사회유대 이론), 사람은 기본적으로 범죄행위를 하려는 본성이 있어 관리되어야 한다는 주장(통제 이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사회에서 한 번 '범죄자'로 낙인찍힌 사람은 지속적으로 범죄를 행하게 된다고 주장(낙인이론)하기도, 지역이나 동네의 유대관계가 낮게 나타나 그에 따라 범죄율이 높아짐을 증명하기도 했다(사회해체 이론, 비교적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 범죄학 이론 중의 하나인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잠재적 가해자와 수월한 잠재적 피해자, 관리자의 부재가 범죄로 직결된다는 이론(일상생활 이론) 또한 발달했으며, 이외에도 사회 내의 갈등이나 시각 혹은 이념의 차이가 범죄현상을 일으킨다는 주장들도 범죄학의 사회학적 이론으로 자리하고 있다.



#2. '왜 범죄를 행하는가?' vs '왜 범죄를 행하지 않는가?'


일반적으로 범죄학 이론은 '왜 범죄를 행하는가' 혹은 '왜 범죄가 발생하는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다. 대부분의 범죄학 이론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오고 있지만, 이는 쉽거나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질문이 아님을 오랜 시간에 거쳐 다수의 연구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에서 벗어난 이론 또한 존재했다. 사회유대나 통제 이론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범죄를 행하지 않는 현상에 더욱 주목했다. 범죄자를 연구하는 범죄학이지만, 범죄자는 사회의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은 범죄를 행하지 않는다. 다수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유를 알아낸다면 소수의 범죄자에게도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접근법이다.


이러한 이론에서는 근원적으로 사람은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며 사회적인 유대나 통제 없이는 범죄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근거를 위해 사회적인 유대나 통제가 비교적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검증한 결과, 사회통제 이론은 범죄학 이론의 주축이 되는 이론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다.

*해당 연구(도서): Hirschi, T. (2002). Causes of delinquency. Transaction publishers.


물론 이러한 이론도 여러 시기와 장소에서 다양한 연구를 통한 검증을 통해 그 근거가 마련되기도 했고, 그 반대로 증명이 되어 일반화가 되기 어렵다는 입장도 나타났다.


이렇듯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이론적 제언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로 이론의 정교함이나 검증도, 일반화 정도를 떠나 그 가치를 가진다고 여겨진다. '범죄학 이론'이라고 하여 '범죄자가 생겨나는 이유'나 '범죄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에만 답을 하려는 노력보다는, 다양한 각도로의 접근을 통해 다방면으로 적용이 가능한 새로운 범죄학 이론을 언젠가엔 만나볼 수 있을까.



#3. 하나의 완벽한 범죄학 이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왜 범죄가 일어나는가'에 대한 답을 하는 수많은 이론들이 있다.


그러나 깊게 생각해보지 않더라도, 하나의 이론이 모든 범죄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사람은 복합적이고 사회적이며 다양한 것들에 영향을 받아 하나의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러 이론을 통합하여 하나의 이론을 만들려는 노력 또한 생겨났다. 연령대별로 적용되는 범죄 이론을 다르게 배치해 범죄자가 되는 이유를 설명한 생애과정 이론(Life-course Theory)이 아마도 대표적인 통합 이론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연구(논문): Sampson, R. J., & Laub, J. H. (1997). A life-course theory of cumulative disadvantage and the stability of delinquency. Developmental theories of crime and delinquency, 7, 133-161.


다르게는 이러한 이론들이 하나의 이론으로 모두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 또한 존재한다. 범죄현상을 설명하는데 '낮은 자기통제(low self-control)'이 모든 시기의 모든 범죄(all crimes at all times)의 주요한 항목으로 주장하는 '범죄 일반이론(General Theory of Crime)'도 존재한다.

*해당 연구(도서): Gottfredson, M. R., & Hirschi, T. (1990). A general theory of crime. Stanford University Press.



#4. 범죄학 이론과 실제


이러한 이론들이 과연 범죄의 원인을 정말 알아낼 수 있고, 현실의 범죄를 줄이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범죄학 이론이 실제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는 언제나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론적 설명은 연구를 통해서, 현실을 반영하여 분석되고 그 근거를 마련하며, 이론으로 정립이 되는 것이 수순이지만 최근의 다양한 범죄현상들은 기존에 존재하는 이론들을 적용시켜보기만 해도 바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한다.


또한, 대부분의 이론들은 미국에서 발달해 우리나라의 역사, 문화, 사회적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국내 적용을 위하여 여러 이론들의 세부항목들을 수정 및 보완하여 활용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범죄현상이 이론화되어 정립되지 못한 부분은 범죄학자로서 아쉬운 부분 중의 하나이다.


많은 학자들이 '이론'을 생각하기에 현대사회는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점에서 '범죄학 이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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