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학을 공부해볼까 고민 중이라면
범죄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범죄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아직은 부족하지만 범죄학자에 조금은 가까운 입장으로서 크게 두 가지 종류의 도움을 드리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범죄학자가 되는 기술적인 방법과 범죄학자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하는데 대한 정보와 경험을 제공하는 것.
이전 '범인은 이안에도 있다' 매거진에서 발행한 '범죄학자가 되는 법'에서 어느 정도 그 기술적인 면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어 이번 글에서는 범죄학자가 되는 것에 대한 현실성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1.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현실적으로 단순히 범죄현상에 대한 관심이 있고, 이를 공부하고 연구하고 싶다고 해도 중, 고등학생 시절 국영수 과목들처럼 쉽게 접할 수 있거나, 대부분의 대학에 학과가 존재하고 지원해서 범죄학 교과과정을 접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어렵다. 또한, 범죄현상에 대한 관심보다는 경찰이나 법조계(검사, 변호사 등), 경호 관련 직종에 관련된 직업에 대한 목적성을 가지고 범죄학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빈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이 중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알려진 범죄학자들이 있고 누군가는 이러한 공부를 하고, 연구를 통해 정책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범죄학자가 상상 속의 인물들은 아니긴 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범죄학자가 범죄현상을 연구하고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대학 내 범죄학과의 수 자체도 절대적으로 적기도 하고, 있는 범죄학자들마저도 경찰행정학, 사회학, 심리학 등의 더욱 광범위한 주제의 학과 내로 범죄학자들은 흩어지기 마련이다.
또한, 범죄현상을 연구해 정책을 내는 가장 대표적인 기관인 형사정책연구원이 존재하지만, 국가정책기관으로서 자유로운 연구주제는 기대하기 어렵고, 해당 분야에 타 연구기관이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범죄학자들의 다양한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범죄현상 연구와 관련해 국가 연구기관인 National Institute of Justice (NIJ)도 존재하지만, 독립적으로 범죄를 연구하고 정책을 제언하는 Vera Institute of Justice, Urban Institute 같은 기관들 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에서 범죄학연구센터를 운영하여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많은 현재의 우리들이 그렇듯이, 나의 전문성을 원하는 곳이 있다면 좋겠는 것은 '하고 싶은 것' 이겠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마치 별개의 일처럼 존재한다. 그리고 범죄학 또한 달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좁은 전공 범위의 분야로, 그 확장성에 한계를 가진다.
#2. 현실과 이상
우스갯소리로 범죄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아마도 다른 학문을 하는 분들도 그러리라 예상되지만) '연구소를 차리자'는 말을 자주 하는 것은 그만큼 자유로운 연구활동이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상으로는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 싶은 만큼 하고, 원하는 만큼 파고들고 정말 현상에 대한 본질을 파헤칠 수 있는 연구나 그에 따른 정책제언을 하고 싶지만, 현실은 이런 모든 것은 비용이며 이러한 비용은 아무나 감당할 수 없고, 특히나 '형사정책'과 관련된 연구들은 이윤을 따로 낼 수 없는 (내서는 안 되는) 주제로, 대부분의 경우 국가기관에서 주제를 선정해 수탁하는 통해서 부분적으로 해소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글이 그리 긍정적이거나 밝아 보이지 않는 것은 현재의 나의 개인적인 상황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번 글을 시작하는 것과 끝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던 것도 지금의 직업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한 몫 했다고도 하겠다.
무엇하러 해외에서 범죄학을 공부하고 굳이 국내로 들어왔냐는 질문은 여전히 받고 있고, 내가 생각해보았을 때도 그것은 합리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범죄학을 공부하고 해외에 머무는 것이 나의 경력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고, 더욱 다양한 기회가 많으며,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도 단기간이거나 없었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남아있고 싶은 것은 막연한 나의 이상을 좇는 행동일 수도 있겠고, 기회나 운때를 잘못 타고 시간이 지나 이렇게 범죄학자가 되려다 만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
정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노력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곳에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석을 찾고 싶은 마음이 아직은 남아있어서 인 것 같다.
정말 이럼에도 불구하고, 범죄학자가 되고 싶다면, 정말이지 환영하고 싶다.
이런 우리의 어려움을 함께할 동지가 된 것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과 함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전 몇 주 휴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기다려주신 독자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화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람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