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된 투어와 만들어가는 나만의 투어
돌고래를 보러 가기 위해 자오시라는 곳으로 향했다. 타이베이에서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예약하는 법을 잘 몰랐고, 초행길이어서 우리는 조금 일찍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예약을 하지 않아 예약 시스템은 잘 모르겠지만, 시외버스를 타는 방법이 좀 특이했다. 먼저 버스 티켓을 끊는 곳에 가서 행선지를 말한다. 그러면 숫자가 적힌 종이를 하나 주는데, 그 종이를 받아서 내가 타려고 하는 버스가 오는 시간에 맞춰 다시 온 다음, 숫자를 부르는 순서대로 타면 된다.
타이베이에서 자오시로 갈 땐 우리가 외국인인걸 알고 영어로 불러주셨는데 자오시에서 올 땐 중국어로 번호를 불렀다. 중국어를 몰라도 그 종이가 다른 사람에게 보이도록 들고 어리버리하게 서 있으면 직원분이 오라고 손짓을 해주신다.
자오시를 향할 땐 이렇게 해야 하는 걸 몰라 직원에게 ‘여기서 그냥 타면 되는지’ 물어보기 위해 티켓부스에 갔다가 쥐어주는 종이로 알 게 되었다. 그 덕에 우리는 쟈오시에서 타이베이로 돌아올 땐 프로(?)처럼 올 수 있었다.
가는 길이 불길했다. 타이베이는 맑았는데 갈수록 날이 흐려졌고 급기야 자오시에 도착할 때쯤엔 비가 내렸다. 우산을 쓰기에도 안 쓰기에도 애매한 비. 배를 타는 건 비가 아니라 바람이 중요하다고 애써 서로를 위로하며 투어를 예약해 둔 곳을 향했다. 불길함은 갈수록 커졌다. 부둣가에 배가 너무 많았다. 많아도 너무 많았다. 빼곡했다. 그리고 터미널 창구에도 사람이 너무 많았다. 불안함을 가지고 창구로 가자 직원은 빠르게 번역기 어플을 돌렸다.
“오늘 먼바다 파도가 높아 투어는 취소되었습니다.”
이번 대만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했던 투어였기에 실망이 켰다. 내일은 가능하냐고 물었지만 우리는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일정을 미룰 순 없었다. 아쉬운 목소리로 안된다고 말하자 직원은 우리에게 돌고래 스티커를 하나씩 선물했다. 우리의 투어는 이렇게 취소되었다.
한참을 그 주변을 서성거렸다. 플랜 B는 없었다. 우리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센터에 멍하게 서서 시간을 보냈다. 다른 돌고래 투어 업체도 있어서 문의해봤지만 거기에서도 취소가 되었다는 답변만 들었다.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우리는 여기서 뭐라도 하고 가자고 마음 먹었다. 왕복 합이 3시간인 거리였다. 그냥 갈 순 없었다. 찍어놓은 온천공원과 뉴진스가 뮤직비디오를 찍었다는 곳에 가보자! 라고 마음 먹고 자오시 시내를 향해 움직였다.
도대체 버스가 오는지 영문을 모르겠는 버스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한참 찾았다. 한자와 영어를 대조해 가며 목적지를 찾고 있자, 한 커플이 와서 우리를 도와줬다. 우리의 구글맵에 영어만 뜬다는 걸 안 듯 목적지의 한자를 확인해 줬다. 도와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기둥에 대문짝만 하게 붙은 버스노선도를 보며 기둥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우리가 신경 쓰였나 보다. 정말 대만에선 매일매일 친절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것도 모두 다른 방법으로 도와주는. 대만의 이 친절함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돌고래투어를 가는 곳은 약간 외진 곳이었기 때문에 자오시 번화가까지는 또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들어가야 했다. 그 버스는 많은 사람이 타지 않았는데, 거기서 신기한 걸 보고야 말았다. 대만은 대중교통 안에서 분명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분이 앉자마자 주먹밥을 하나 뚝딱 하시고 음료도 드셨다. 취식이 안 되는 것 아니었나...? 버스 안에 사람이 거의 없긴 했지만 그걸 보고 놀란 건 우리밖에 없는 것 같았다. 심지어 기사님도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는 오이? 같은 것까지 꺼내서 드시는데, 이렇게 본격적으로 음식을 먹는 사람은 대만에서, 아니 한국에서도 본 적이 없어 신기했다.
우리는 우리만의 <뉴진스 투어>를 시작했다. 뉴진스 하우 스윗 뮤직비디오를 찍은 철길이 자오시에 있었다. 돌고래 투어로 들리기에 애매하다고 생각한 이 곳이, 자오시 일정의 메인이 되었다. 이 곳에 오기 위해 더위에도 입은 흰 셔츠가 빛을 발했다. 춤은 몰랐지만 이 곳에서 사진을 마음껏 찍었다.
이곳 말고도 콜라를 사던 가게, 육교 등이 있지만 다른 곳은 동선이 맞지 않아 가지 못했다. ‘버니즈’라고 당당하게 말할 만큼 뉴진스의 팬은 아니지만(이게 좀 모호하다! 매달 매달 가장 많이 들은 노래에 뉴진스 노래가 있지만, 응원봉도 없고 콘서트도 가지 않은 내가 버니즈라고 말해도 되는지...? 누가 좀 가르쳐줘요!) 이런 곳에서 한국 가수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인 듯하다. 뮤직 비디오 속 느낌과 실제의 촬영지는 조금 다르긴 하다. 색감이라던가 건물이라던가... 흐릿한 베이지색 벽가 낡은 기찻길에서 뭘 봤길래 이곳을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선택했는지, 로케이터의 눈썰미가 궁금해졌다. 많은 것들을 바꾸지 않고 멋진 장면으로 탄생시킬 수 있는지 현장 섭외자를 따라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