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픈 손가락이 너무 많아요..
윤성빈이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롯데 팬들은 웅성거렸다. 롯데의 오래된 유망주. 1군 등록과 함께 선발투수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롯데에는 성빈이가 총 3명이 있다. 황성빈, 손성빈 그리고 윤성빈.
먼저 황성빈은 롯데 어린이 팬들이 매우 좋아하는 스타일의 발 빠른 타자이다. 쇼맨쉽도 좋고 그에 따라 올라오는 성적도 준수하다. 다만, 다만, 내가 다른 팀이었으면 매우 싫어했을 유형의 선수. 지금은 도루를 하다가 손가락을 다쳐 전력에서 빠져있다.
두 번째, 손성빈. 1군과 2군을 왔다갔다하며 백업 포수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수비하는 모습은 박수를 치게 하지만 공격은 조금 아쉽다. 그렇기 때문에 1-2군을 왔다갔다할 것이다. 이 부분을 극복해야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것을 나보다 본인도 충분히 알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윤성빈. 동명의 스켈레톤 선수가 훨씬 유명하지만, 야구 시즌엔 야구선수와 많은 동명이인들이 그러하듯, 야구선수가 가장 먼저 뜬다. -가수 지오디 손호영이 ‘손호영’이라는 야구선수를 안다며, 야구 시즌이 되면 자기보다 먼저 뜬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윤성빈이 누구냐하면 8년차지만 아직도 유망주인 롯데의 투수이다. 메이저리그를 가니마니하며 롯데에 들어왔을 때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안타까움만 남겼다. 다음 시즌엔 잘하겠지, 올해는 다를거야. 지난 8년간의 롯데 성적처럼 언제나 아쉬움만 가득했다.
잊혀지는 듯 잊혀지지 않았던 윤성빈이 선발로 나왔다. 작년 7월 이후 처음이었다. 투수도 긴장했겠지만, 그를 보는 팬들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올해는 다를까? 그래도 오늘은 부담이 적을거야. 롯데가 자이언츠가 아니라 미니언즈가 되는 팀, 엘지 아닌가. 게다가 올해 엘지는 그 어느 해와 비교하기에도 다른 팀이었다. 이겼으면 좋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져도 부담 없는 경기니까 그간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라는 마음이 더 컸다. 성장한 8년차 유망주의 공을 보고싶었다.
처음은 기다렸던 그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거 때문에 윤성빈을 기다렸지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전의 모습을 보여줬다. 땀을 비오듯 흘리는 선수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했다.
개인적으로 땀이 많은 편이라, 저렇게 땀이 나기 시작하면 생각의 범주가 되게 좁아지고 마음이 급해지는데 그 역시 나와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결국 윤성빈은 1이닝을 9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지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동갑내기 선수가 피치컴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그의 손은 카메라에도 잡힐 정도로 떨었다.
저런 새가슴 어쩌면 좋을꼬.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채널을 돌렸다. 한 회에 내 준 점수가 9점이라니. 이건 뭐 속된말로 조진 경기다. 그렇게 채널을 돌렸다가 나는 다시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이 날 경기는 1회부터 승패가 확실히 갈린 것은 분명했으나, 롯데도 꽤 고군분투하며 점수를 따라갔다. 개막식의 끔찍한 기억은 죄다 씻어버린 듯한 타선이었다.
그 타선의 응집력을 보며, 윤성빈 선수가 뭔가 느낀 것이 있기를 바랬다. 지금 롯데가 보여주는 경기가 작년이랑 다른데, 너라고 안 다르겠니 성빈아. 이 경기를 마음에 꼭 담아놨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너무 아쉽지만, 경기 시작하자마자 던진 공 3개에 또 이렇게 롯데 팬들은 그에게 기대를 건다.
2군으로 내려간 윤성빈의 기록이 인터넷에 조금씩 올라온다. 타선의 무게감이 물론 1군과 다르겠지만 또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누가 윤성빈한테 피치컴으로 관중수를 가르쳐주거나, 아니면 윤성빈은 유튜브 퓨처스 중계 시청자수를 알고 있는거야? 사람들이 중계보니까 귀신같이 볼넷을 주네. 야 이자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