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은솔 Mar 25. 2024

<우린 모두 마음이 있어>

2024 낫저스트북클럽 4월의 책

지난달, 여주시보호소에서 작고 노란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다음 임시보호 할 아이가 오면 부르기로 마음먹었던 이름 ‘도반’을 붙여주었습니다. 도반이는 그간 임보를 통해 만났던 어떤 아이들보다도 사람에게 입은 마음의 상처가 깊어 보였습니다. 제 속에 숨어버린 아이를 꺼내 주고 싶어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다른 동물들이 무엇을 느끼는지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그들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증거가 될 순 없다. 요령은, 우리의 감정을 다른 동물들에게 투사하지 않으면서 그들의 경험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데 있다.


인간을 비롯해 뇌가 있는 동물은 모두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여 우리는 자주 비인간 동물을 감각 없는 생산 기계로 대합니다. 그렇다고 <우린 모두 마음이 있어>가 인간의 잘못을 지적하고 꾸짖기만 하는 책은 아닙니다. 작가는 마음이 아픈 동물들의 다양한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관찰하고 원인과 결과, 해결법을 다각도로 들여다봅니다. 읽다 보면 코끝이 찡해오고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뇌가 있는 동물은 모두 마음이 아플 수 있기에, 동물들의 이야기는 그저 동물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들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보고 어떻게 나아졌는지, 혹은 나아지지 않았는지 각각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됩니다. 그래, 나도 마음이란 게 있었지. 미쳐버린 동물들의 이야기 끝에는 나 자신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한번은 사로테에게 눈 니잉처럼 문제가 있는 코끼리를 치료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뭔지 물었다. 그는 “자이 디”Jai dee라고 말하며 가슴에 손을 얹었다. 문자 그래도 번역하자면 “상냥한 마음”good heart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좋은 의도, 진심, 그리고 내가 결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더 신비로운 무언가를 뜻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자이 디를 가지면 동물도 그걸 알아요. 그리고 동물들도 자이 디를 갖게 될 거예요.”


책방으로 온 후 3주 동안 도반이는 자신이 도망칠 수 있는 가장 구석에 숨어서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지냈습니다. 긴장하고 피하기 바빴던 아이는 오랜 시간 노력해서 어렵게 밖으로 나왔고, 세상을 보았고, 많은 사람과 개를 만났습니다. 지금 도반이는 어떤가요? 사람이 무섭고 세상이 두려운 동물로 보이나요? 


고래는 수명이 길기 때문에, 어디에서 자신들이 해를 입었고 어느 곳이 안전한지 기억하는 능력이 생존에 핵심적이다. 인간이 자행한 대량 학살은 고래의 자연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따라서 한때 살육의 현장이었던 곳에서 인간에게 다가오기로 한 그들의 선택도 우리의 자연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모든 동물은 마음이 아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보듬는 마음도 있습니다. 도반이가 사람에게 다시 마음을 연 건 도반이 스스로에게도 큰 변화였겠지만 도반이 곁의 인간의 마음도 크게 움직이는 일이었습니다. 마음을 나누는 일에 일방향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주고받으며 조금씩 나은 쪽으로 나아갑니다. 

반려인은 물론 비반려인도 도시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 생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같은 행성에서 시공간을 나누어 사는 비인간 동물을 인간 동물인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깊은 울림과 약간의 눈물방울을 남겼던 마지막 문장을 끝으로 옮겨 적습니다.


우리에게 서로가 있다는 것이야말로 엄청난 행운이다.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4년 4월의 책

로렐 브레이트먼의 <우린 모두 마음이 있어>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처럼 사소한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