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위의 유령

by 새벽의맑음

-종이 위의 유령-


밤마다 글자를 적는다

수신자가 없는

엽서를 띄우듯


펜 끝은 향할 곳을 몰라

허공의 애먼 살결만 긁어댔다


창가에 쌓인 먼지처럼

문장은 흘러가다 사라지고

숨결 끝에 한 점의 습기만 서린다


쓰는 일은

빈 자리를 마주한 채

오지 않을 손님을 위한

식탁보를 덮어두는 일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이는

언제나 내 그림자뿐이었다


어디에도 번지지 않는 파문이

내 안에서만 피어올라

곧 희미해질 것을 알면서도

끝내 불러내는


운명 같은 유령,

종이 위를 유영하는


어떤,

유령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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