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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요아 Sep 23. 2020

책이 나온다고
퇴사는 무리라는 걸 알지만

절판이 되어도 후회 없도록

요아 씨, 그래도 퇴사는 좀 …


아뇨, 할 겁니다!


아주 오랜만에 눈에 총기를 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시기에 자진 퇴사를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베스트셀러 작가마저 인세로 돈을 벌기 어려워 강의를 다닌다는 현실도 잘 안다. 그래도 이왕 내는 첫 책이라면, 그게 내 이름을 달고 나오는 에세이라면 많은 시간과 여유를 들여 천천히 곱씹고 싶었다. 등단을 준비하던 내가 학기 중에도 모든 성적을 포기하고 동화에 올인했듯. 당장은 월급이 끊겼지만 밥을 먹고 조금 북돋는 힘을 종일 원고에 투자할 수 있어 기쁘다. 물론 돈이 나갈 데만 있고 들어올 데가 없어서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발라먹는 것도 고민하는 중이지만.


브런치에서는 마음 가는 대로 글을 올렸지만, 단행본은 목차의 성격에 따라 에피소드를 정갈히 나눠야 했다. 특히 제주도와 관련된 얘기는 트라우마로 덮어버렸는데 제주와 관련된 목차가 있어 쓰는 내내 악몽을 많이 꿨다. 고등학교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집필하면 밤마다 고등학교로 돌아가는 악몽을 꾸는 식이었다. 꿈의 내용은 현실적이어서 아주 괴로웠다.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한 사람이 나를 괴롭힌 아르바이트 악덕 업주로 온다거나 하는 내용이었는데(현실과 과거의 아주 안 좋은 배합), "이건 꿈이야!"라고 소리치니 꿈에 나온 등장인물은 한데 멈추어 나를 돌아봤다. 땀에 젖은 채로 일어나면 다시 한숨을 몰아쉬었다. 강제로 덮어두었던 과거를 억지로 끌어내는 건 생각보다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다이어트를 하던 내가 입맛을 잃어버려서 억지로 음식을 먹어야 할 정도였다.


한 달에 20권이 팔리지 않으면 절판이 된다는 얘기도 처음 들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성실하게 모든 힘을 쏟아 나온 단행본이 일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절판되면 어쩌나 싶었다. 그렇다고 그간의 시간이 헛된 건 아니니까. 한 명의 독자라도 완전히 사로잡을 책을 쓴다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에 공을 들인다. 뭐, 절판되면 당근 마켓에 아주 비싸게 팔아 버릴 거야!



원고를 쓰다가 멈추어 쓴 메모



책이 나오면 인싸 가면을 쓰고 SNS에도 이리저리 나를 테니, 지인들도 분명 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심리적 압박에 못 이겨(?) 지갑을 여는 사람도 있을 지도. 다만 만약 억지로 샀다고 하더라도 읽으니 정말 잘 샀다는 감탄이 나오게끔 하자는 목적으로 글을 깁는다. 누구나 할 법한 괜찮다는 위로가 아닌, 진정 괜찮아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사람의 위로를 담고 싶다.


책이 나오면 당분간은 가족의 미움을 조금(아니 많이) 살듯 싶다. 한 반년 정도 절연될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해 도망 나올 만한 돈을 차곡차곡 모으는 중이다……. 물론 읽는 사람이 힘든 글은 절대 아닙니다. 강-약-중강-약을 지켜야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법이니까요. 서점에서 만나게 될 독자님들, 브런치에서 만나 뵈었던 독자님들의 시간과 돈을 절대로 뺏지 않을 책을 만들겠습니다.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카카오톡 브런치 메시지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전달되었던 제주 토박이는 제주가 싫습니다 가 곧 세상에 나옵니다. 물론 곧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초안을 쓰고 있지만요.


브런치를 통해 출간이 된다는 사실은 믿기지 않았는데 이렇게 책이 나온다니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고 가끔 사기를 당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세상은 뜻대로 흐르지 않는 법이라 코로나로 인해 무너져 버릴 수도 있겠으나, 누군가가 제 책을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해주셨다는 사실만으로 신기하고 기쁘네요.


좋은 소식으로 찾아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좇으면 돈이 따라온다는 말을 아직도 믿습니다. 어려운 나날이나, 많은 분들의 하루가 행복으로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건강 유의하세요 독자님들!

요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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