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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종규 Sep 27. 2016

지식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잘못된 인식은 얼마나 오래가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1980년대 초 미국에서 행해진 흥미 있는 실험 동영상을 보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과학을 배운 바 있는 하버드대 졸업생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하나는 '나무 조각의 질량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이고, 또 하나는 '계절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앞의 질문에서 졸업생 대부분은 물, 태양, 공기, 토양 등을 답으로 든다. 그러면 "이산화탄소는 나무 조각의 질량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가?'라고 되물으면 "잘 모르겠다."며 어정쩡하게 말문을 닫아버린다. 각 개별 요소에 대한 이해는 된듯하지만 유기적 관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산화탄소도 질량을 가진 물질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질문에서 하버드대 졸업생 23명 중 21명은 계절의 원인이 지구와 태양 간의 거리 차이 때문이라고 대답을 하였다. 대학 입학 이전에 배웠던 계절의 변화에 대해서 교사가 전달한 말들은 거의 뇌리에서 사라졌을 것이고, 교과서의 보조 그림은 아래와 같이 흐릿한 영상으로 남았을 것이다.

계절의 변화를 설명하는 보조 그림

동영상을 보려면 유튜브에서 다음의 내용을 입력하고 검색을 해 보라.

<Harvard Graduates Explain Seasons>


하버드대의 수재들조차 이런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인식의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이렇게 잘못된 인식을 가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를 미국 사회는 주입식 교육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반성한다. 주입식 교육으로는 잘못된 인식들로 가득 찬 아이들을 양산하게 된다. 그렇다면 수업을 통하여 어떻게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하여 고민해봐야 한다. 


교육 이론에 따르면 먼저 아이들의 선지식을 끄집어낸 후 적절한 처치를 통하여 잘못된 인식이 바른 인식이 되도록 변화를 만들어내어야 한다고 한다. 수업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먼저 아이들이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아이들에게 묻거나 써보게 하는 활동을 한 다음에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로 이해를 하였다. 그다음에 어떤 적절한 처치를 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어떤 방법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또 고민할 거리다  어쨌든 적절한 처치를 하면 잘못된 인식이 바른 인식이 된다는 말로 이해된다.


아이들의 선지식을 이끌어내는 활동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았다. 선지식은 올바를 수도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만약 잘못된 지식이라면 그 아이는 수업 시간 내내 지식 사이의 갈등을 겪게 될 것이다. 갈등이 머리 속에서 이는 사이에 아이는 끊임없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생각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아이는 교사의 처치와 맞아떨어지는 자신의 생각에 더욱 지식이 강화되는 경험을 하지 않을까! 대충 이런 이유로 잘못된 인식이 올바른 인식으로 전환이 되는 것 같다.


잘못된 인식이 올바를 인식으로의 전환이 되어서 형성된 지식 또는 인지를 '메타인지' 또는 '초인지'라고 한다. 그렇게 형성된 메타인지는 바른 인식으로써 오래갈 수 있는 지식이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두 가지 큰 틀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없는, 혹은 부족한 것들을 채워 보기로 하였다. 그것은 교사 주도의 주입식 교율 전면 철폐와 아이들에게 활동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기다. 또한 수업 도입부에서 아이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선지식을 먼저 드러내 놓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꼭 갖기로 하였다.


어떤 형태의 수업에서도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의 생각'이다. 진도에 따라 한 시간에 해내야 할 양이 많아서일까?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생각을 표현할 시간을 주지 않는 이유를 들어보지 않아서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여튼 내가 본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통하여 스스로 알아내어 가는 과정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의 예전의 수업을 상기시켜 보아도 그랬다. 그저 교사의 전달을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전통적인 수업방법에서든, 혹은 지금 유행하고 있다는 유용한 수업 모형에서든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교사로부터 지식을 전달받기만 해서는 그렇게 얻은 지식은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지식의 영속성을 떠나서 교사는 아이들에게 오류투성이를 전하기도 한다. 교사가 매우 정확한 인식 체계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그것을 듣는 학습자에 따라서도 인식의 차이가 생긴다. 지식이  교사에게 인식될 때부터 잘못된 정보를 포함할 수 있는데, 이것이 아이들에게 전달되면서 또 잘못된 인식을 낳는다. 따라서 지식의 전달이 교사에서 아이들에게 이어지는 매 순간 인식의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지식이 교사의 눈으로 들어와서 인지되고, 교사의 입을 통해 아이에게 전달되고 이것을 아이가 인지한다

위의 그림을 보자. 칠판에는 새인지 비행기인지 또는 천사인지 뭔지 모르게 애매한 그림이 나타나 있다. 이 그림을 아이에게 인식을 시키는 방법은 오로지 직접 보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칠판의 그림이 지식이라면 선생님에 따라서도 인식의 정도가 차이가 벌써 나타난다. 선생님에 따라 설명하는 방법도 다를 것이고, 인지 수준조차 다르다. 이와 같이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은 인식의 오류를 계속하여 만들어내는 순간의 연속이다.


지식이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인식의 오류를 재생산하는 과정이라면 어떻게 해야 그 인식의 오류를 줄일 수 있을까? 혹 교사가 한 발짝 물러서 있는 것은 방법이 아닐까? 스스로 생각하여 인식하게 하면 어떨까? 위 그림과 같이 칠판에 그려진 그림을 교사가 인식하고, 그것을 아이에게 전달하기보다는 직접 아이가 보고 생각하고 스스로 인식하게 하면 어떨까? 그렇게 한다면 적어도 교사의 인식 오류는 아이에게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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