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여행의 기술
2023년 겨울방학은 길고 길 예정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는 석면 공사가 예정되어 있었고 해외여행에 코로나도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시기라고 판단도 되었다. 두 달 가까운 긴 겨울방학을 무사히 보내기 위해선 아이들과 어디로든 떠나야만 했다.
“코로나가 끝나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나라가 어디야?”라는 질문에 나는 늘 “태국”이라고 말하곤 했다. 겨울방학에 긴 여행을 하기엔 태국 만한 곳도 없었다. 11월에서부터 3월까지는 건기라서 태국을 여행하기에 최적의 날씨이고, 물가는 저렴하고, 입맛을 자극하는 음식들이 널려있는 그곳. 그간 쌓은 항공마일리지로 아들 둘(초1, 초5)과 나의 항공권 예약이 가능했다. 그렇다면 why not?!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항공권 예약 완료. 항공권 예약을 하면 여행 준비의 반은 끝난 기분이다.
처음에는 아이들과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생각했었다. ‘걷기 좋은 도시 치앙마이에서 한 달 동안 머물며 트레킹도 하고 수영도 하며 일상을 보내는 것처럼 여행을 해야지.’라고. 그러다 문득 여러 차례 태국을 여행하면서도 남부 지역은 가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미 다녀 본 여행지 중에 좋았던 곳을 다시 가는 것도 좋지만, 안 가본 곳을 여행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호기심 많은 인간형이다. 푸른 바다가 있는 남쪽으로 가고 싶어졌다. 내가 애정하는 지인 중에 태국 가이드북 Justgo 방콕을 쓴 노소연 언니에게 자문을 구했다.
“언니 저 애들이랑 태국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볼까 하는데 어느 지역이 좋을까요? 치앙마이랑 남부지역 중에 고민 중이에요”
“음... 끄라비 가봤어?”
“아니요”
“그럼 끄라비로 가!”
그래서 끄라비로 가기로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나를 잘 아는, 내 여행을 줄 곧 지켜본 여행 전문가의 말 한마디는 나를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끄라비 15일, 방콕 10일 (25박 26일 일정)
인천-방콕(아시아나 마일리지 이용)
방콕-끄라비(에어아시아 국내선 이용)
이렇게 대략적인 계획을 세우고 출발 전까지 방콕, 끄라비의 첫 숙소만 예약했다. 끄라비에서 일주일 머물고 그 후에는 지루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른 섬으로 이동을 염두에 두고 일주일은 빈칸으로 남겨두었다.
한 지역, 한 숙소에서 한 달을 지내는 것 vs
길게는 5박 짧게는 2박 정도로 숙소를 이동하며 여행하는 것
두 가지 방법 중에 고민을 하다가 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후자를 선택했다. 이동은 피곤했지만 여러 숙소를 경험해 보는 재미가 있고, 여러 도시를 겪는 즐거움이 있을 것 같았다.
25일간의 여행은 나에겐 일종의 모험이었다. 아들 둘과의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타국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모험심이 필요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길 경우까지 생각하니 이전의 여행과는 다른 불안감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래서 이번 여행의 기술은 무엇보다 안전하게, 이왕이면 사이좋게, 되도록 즐겁게 지내는 일에 초점을 맞췄다.
열세 살, 아홉 살, 마흔네 살의 모험.
어찌 보면 각각의 나이는 자아가 성장 내지는 확장하는 시기라서 삼총사의 여행이 위태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반면 이 시기라서 잘만 호흡을 맞추면 근사한 모험이 될 수 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있었다. 이 여행이 앞으로 다가올 사춘기 소년들과의 동거에도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갱년기를 앞둔 엄마는 믿는 수밖에 없었다.
자유의 나라 태국을 여행하는 기술은 ‘느슨하게’였다. 긴 일정이기도 하거니와 우연의 요소들이 작용할 수 있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중간중간 일정을 비워두고 모험을 시작하기로 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맛은 우연에서 시작되기에 아이들과 그 맛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맛있게.
그리고 ‘비키니’를 준비했다. 여름나라에서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여행의 기술을 연습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