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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내안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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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R Jun 24. 2023

내안의 너 #6

여전히, 먹을 수가 없네요

임신하고 생기는 몸의 변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배가 나오는 것과 임신 초기의 입덧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저의 경우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초기의 입덧과, 입덧 이후 지속되었던 속쓰림 + 소화불량 콤보였습니다.

임산부라면 피해 갈 수 없는 변비는 병원에서 허락받은 마그밀을 때때로 복용하면 그럭저럭 괜찮아졌지만

이놈의 소화불량과 속쓰림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입덧이 사라졌는데도 배고픈 아귀처럼 내 마음은 2인분인데 위는 그 반으로 쪼그라든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 아이가 커지면서 아마 위를 압박하는 것 같아요. 임신했으니 잘 먹어야 한다고 했지만 원래 먹던 만큼도 간신히 먹었고, 그나마 자주 나누어 먹어야 했습니다.


누가 명치를 손으로 누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출산 시점까지 지속되었고 그래서 밤에 잘 때도 베개를 높여 반쯤 앉은 채 잤죠. 누우면 더 답답했거든요. 저의 경우 실제로 배가 많이 나온 것은 8개월 가까이 되었을 때부터였는데도 그랬습니다.


위가 줄어드는 만큼 폐활량도 줄어드는지 (실제로 혈류량이 늘고 피도 산소도 2인분으로 필요하게 된다고 하네요) 말을 조금만 빨리 해도 숨이 찼고요, 계단을 조금만 올라도 힘들었습니다. 조금 빨리 걸었다 싶으면 배가 뭉쳐서 운동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밖에 자잘한 것들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운 좋게 튼살은 생기지 않았지만 보기 싫은 임신선이 생겼고, 귀가 먹먹해지는 증상이 시도 때도 없이 생겨서 고개를 다리 사이에 묻고 머리로 피가 가도록 해 줘야 풀렸습니다. 누워 있다가 일어날 때면 현기증이 나기 다반사였고요.


배가 나오면서는 평소 다니던 거리와 실제 내 몸이 차지하는 공간의 괴리가 있어 이리저리 부딪히고 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임신 막달에는 다리에 쥐도 엄청나게 납니다. 한번 부득이하게 오래 운전할 일이 있었는데 집에 다 와가는 순간 갑자기 쥐가 나서 그 후로는 출산까지 운전대를 잡지 않았죠. 자다가도 최소 2번씩 화장실을 가야 했던 건 어떻고요!




아직도 임산부, 하면 여신 같은 원피스를 입고 클래식을 들으며 태교하는 기분 좋은 모습만 생각하는 건 아니시겠죠?


단언컨대 임신 자체로 무슨 행복감을 느끼기는, 제 경우에는 불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매정하다고 욕해도 별 수 없어요. 우리 콩이를 만나는 게 기대되는 것과는 별개였고요, 병으로 따지면 어마어마하게 증상이 많은데도 병원에서는 '임신하면 그럴 수 있어요♡' 하나로 퉁쳐지는 게 억울했거든요. 생활이 안 되는데요? 일을 못하겠는데요!


감기에 걸려도 약을 못 쓰고, 뭐 하나 먹을라치면 임산부가 그런 거 먹어도 돼? 를 거쳐야 하고, 적게 먹으면 애기 안 큰다 많이 먹으면 임신했다고 너무 살찌면 못쓴다, 만인의 몸이 되는 건 뭐 사소한 부분입니다.


결론은 그래서 임신은 몸과 마음이 정말 준비되었을 때 해야 합니다.

누구한테 떠밀리지 말고요, 실수 말고요, 고민하고 생각해서 스스로의 마음이 결정했을 때 해야 견딜 만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아기는 하늘이 내리는 거라 생각해서 가진다고 가질 수 없다고 하는데요. 네, 맞는 말씀이고 가지고 싶을 때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저에게 물어보면 그러겠습니다. 10개월 내내 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1초도 누가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내 주변에 OOO이는 잘만 지내던데? 난 아무렇지도 않던데? 그럼 정말이지 다행입니다. 하지만 입맛만큼이나 다양한 것이 임신 증상이니까요.


추천도 만류도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보만 얻되, 100%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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