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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쁜 감정이 아니었다.

by 석은별

나는 질투를 안 하는 사람이라고 믿어왔다. 정확히 말하면, 질투 ‘하지 않는 척’에 가까웠다.

누군가가 잘되면 "우와, 대단하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나는 왜 안 되지?’ 조용히 뒤틀렸다.

그런데도 그런 감정을 느낀 나를 늘 부끄러워했다.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감정을 잘 다루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축복할 줄 아는 사람.

그래서 질투나 시기 같은 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속였다.

그럴수록 감정은 더 깊숙이 숨어들었다. 내가 외면한 자리에서 더 진하게 응고되었다.




어느 날, SNS에서 오랜 지인의 소식을 보게 됐다. 글을 잘 쓰던 사람인데, 시인 등단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와, 드디어! 멋지다." 나는 댓글을 달고, 이모티콘까지 붙였다.

하지만 창을 닫은 뒤에도 그 소식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사람은 꾸준히 해왔잖아.'
'나는 요즘 뭐 하고 있지?'
'나는 왜 그렇게 안 될까?'

나는 그날, 다음 날까지 작고 날카로운 자책과 함께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또다시 실망했다.

‘어쩜 이렇게 옹졸하지.’

‘남 잘되는 걸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나는 지금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축하하고 싶다’는 감정 뒤에는 ‘나도 그 자리에 가고 싶다’는 내 안의 바람이 있었다.

나는 왜 그걸 그렇게 감추려 했을까.

질투는 못난 사람이나 하는 감정, 속 좁고 미성숙한 사람이나 느끼는 감정처럼 여겨왔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안다. 질투는 내가 원하는 것을 알려주는 감정이라는 걸.

나는 그 사람처럼 ‘나도 진심을 써서 내 글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던 거다.


질투는 나를 향해 말하고 있었다.

"너도 그만큼 원하고 있어."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서 마음이 이상하게 가벼워졌다.

질투를 인정했다고 해서 내가 못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끌어내리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나도 저기 가고 싶다’는 마음이 내 안의 의욕을 일으켰다.

글을 다시 써보자. 더 나은 표현을 시도해보자. ‘왜 나만 안 되지?’가 아니라 ‘나도 해보고 싶다’로 바뀌는 순간, 질투는 동력이 되었다.

우리는 자주 감정을 ‘좋고 나쁨’으로 나눈다.

기쁨, 감사, 사랑은 좋은 감정. 분노, 슬픔, 질투는 나쁜 감정.

그래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쁜 감정들을 자르고, 덮고, 외면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수록 내 마음이 점점 더 미로 같아지는 걸 느꼈다.

좋고 나쁜 감정은 없다. 감정은 모두 메시지를 가지고 온다.

다만, 그 메시지를 듣지 않고 덮어두면 감정은 점점 나를 다치게 만들 뿐이었다.


요즘은 감정에게 말을 건다.

"질투야, 너 왔구나."
"무슨 말 하고 싶은 건데?"
"아, 나도 그거 하고 싶구나."

그러면 이상하게도 그 감정은 고요해진다.

받아들여졌을 때, 감정은 자기 역할을 다한 듯 스르르 사라진다.


질투는 나쁜 감정이 아니었다.

그건 내가 원하는 것을 알려주는, 내 안의 작고 강한 목소리였다.

그걸 듣기 시작하면서 나는 조금씩 더 솔직해졌다.

그리고 솔직해질수록 나는 덜 외로워졌다.

내 감정을 감추지 않을 때, 비로소 내 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편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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