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중독된 나를 보는 기술

사고의 회로를 인식하고 재설계하는 방법

by 석은별

우리는 하루에 수천 개의 생각을 한다. 그중 대부분은 어제도 했던 생각이고, 내일도 반복될 것이다. 생각은 종종 ‘나’처럼 느껴지지만,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자동화된 회로, 즉 학습된 반응과 무의식적 해석이 만든 사고 패턴임을 알게 된다. 이 회로를 인식하지 못하면 우리는 결국 자기 생각에 중독되고 만다.


생각 중독은 감정 중독보다 더 교묘하다. 감정은 폭발하거나 사라지기 때문에 비교적 자각하기 쉽지만, 생각은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나도 한동안 같은 회로를 돌고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피곤하지?", "이 관계는 왜 이렇게 복잡하지?", "그때 그 말의 진짜 의미는 뭐였지?" — 이런 질문들은 내 사고의 고정된 경로였다. 답을 찾기보다 반복적으로 같은 질문을 돌리며 내 안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처음 자각하게 된 계기는 내담자와의 한 세션이었다. 감정 표현이 어려운 성인 여성 내담자는 매번 대화의 흐름을 특정 문장으로 닫아버리곤 했다. “그런 건 다 의미 없죠.” “어차피 난 또 그럴 거예요.” 나는 처음엔 그 문장을 ‘절망’으로 해석했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반복되는 사고 회로의 자동반응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생각을 멈추는 법을 몰랐고, 사고로 감정을 눌렀으며, 그 회로를 진실처럼 믿고 있었다.


나는 그날, 세션이 끝난 후 나 자신에게 물었다.

“지금 내가 반복하고 있는 생각 회로는 무엇이지?”

그 질문을 통해 나는 스스로도 사고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직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 회로를 '분리해서 보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나의 구조 인식 훈련이 시작되었다.

생각이 떠오를 때, 나는 그것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추적했다. 그것이 감정에서 비롯된 건지, 환경의 자극인지, 오래된 신념인지. 또 그 생각이 나를 위로하는지, 공격하는지, 회피하게 하는지를 구분했다. 이 모든 작업은 마치 자기 내면을 분석하는 사고 해부 훈련 같았다.


예를 들어, “나는 지금 이 사람에게 싫증을 느끼고 있어”라는 생각이 들 때, 나는 그 생각을 바로 믿지 않았다. 그 아래에는 ‘관계에서 피로해지면 떠나야 한다’는 회피 회로가 있었고, 더 깊은 층에는 ‘언제든 버림받을 수 있다’는 무의식적 믿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결국 내 생각은 감정의 중간 매개체였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 수단이었다.


이처럼 사고는 진실이 아니라 구조화된 반응이다. 내가 그것을 선택하지 않는 한, 그 생각은 나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그대로 믿기보다, 먼저 구조를 본다. 반복되는 표현, 자주 등장하는 결론, 특정 상황에서만 튀어나오는 사고의 패턴. 이 구조를 알게 되면 우리는 그 회로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상담자로서의 나는 이제 내담자의 말보다 사고 회로의 구조를 먼저 듣는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대신 의미를 과잉부여하는 사람, 분노를 회피하며 분석으로만 대응하는 사람, 죄책감을 사유로 환원하는 사람. 이들은 모두 각자의 회로를 통해 세상을 해석하고 있었고, 그것이 곧 삶의 서사를 결정짓고 있었다.


나는 내 삶에서도 이제 사고 회로를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불안을 줄이는 회로는 남겨두고, 자기비난을 강화하는 회로는 끊어낸다. 이 훈련은 단순한 생각 관리가 아니라, 의식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이다.

“지금 떠오른 이 생각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이 질문을 반복하며, 나는 사고에 중독된 나를 구조화된 정신으로 되돌리는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회복의 시작이라는 걸, 나는 상담자이자 삶을 통과한 사람으로서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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