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방에 머무는 스무 살
재현은 요즘 하루의 대부분을 침대 위에서 보낸다. 자는 것도, 깨어 있는 것도 아닌 채로 천장을 바라보다가 배가 고프면 아무 말 없이 일어나 부엌으로 간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음은 바쁘다.
“일어나야 해”, “공부해야 해”, “이러면 안 돼”
하지만 몸은 묵직하게 눌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점심 무렵, 엄마가 외출하며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괜히 눈치가 쓰였다.
"이 시간까지 또 자고 있네."
엄마가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었지만, 이미 스스로 그렇게 말했다.
해 떨어질 무렵에서야 겨우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노트북을 켰다. 잠깐 시간을 확인하다가 ‘또 하루가 다 갔다’는 생각에 마음이 서늘해졌다. 한 발짝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지친 걸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오늘도 감정일기를 열었다.
1. 어떤 일이 있었나요?
오후 4시까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무 일도 안 했다는 생각이 하루를 무겁게 만들었다.
엄마의 눈치와 나 자신에게 실망감이 들었다.
2. 기록 전 주요 감정 백분율
죄책감 35%
무기력 25%
짜증 15%
수치심 10%
우울감 10%
자기혐오 5%
3. 무슨 생각이 떠올랐나요?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를까.”
“이러다 진짜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거 아닐까.”
자꾸만 나 자신을 몰아세우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머릿속은 전쟁처럼 시끄러웠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 벌을 주듯 자책하고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나에게만 가혹할까.
누구도 나를 뭐라고 하지 않는데,
왜 나는 스스로에게 쉬는 것도 허락하지 못할까.
4. 활용한 기법은 무엇인가요?
자동적 사고 인식: 반복되는 자기비난 문장을 자각
감정과 행동 분리: ‘누워 있음’과 ‘게으름’을 구별
자기 공감 문장 쓰기: “이러다 진짜 망하는 거 아냐?”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재해석
5. 새로운 생각은 무엇인가요?
누워 있었다고 해서 하루를 낭비한 건 아닐 수도 있다.
지금의 나는 몸보다 마음이 더 많이 지쳐 있고,
그게 움직이지 않는 이유일 수 있다.
‘해야 하는 일’보다 ‘회복해야 할 마음’을 먼저 돌보는 게
진짜 중요한 걸지도 모른다.
6. 도움이 된 점은 무엇인가요?
자책으로 가득했던 하루의 감정을
정확히 짚어보고 나니 마음이 조금 풀렸다.
게으른 게 아니라 아픈 마음을 돌보는 중이라는 걸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었다.
누워 있었다는 사실보다, 그걸 얼마나 미워했는지가 더 힘들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7. 나에게 어떤 긍정적인 말을 하면 좋을까요?
“누워 있는 너도 괜찮아. 네가 느끼는 죄책감은 그만큼 잘 살고 싶다는 뜻이야. 지금은 충분히 쉬어도 괜찮아.”
8. 기록 후 주요 감정 백분율
죄책감 20%
수용감 25%
평온함 20%
뿌듯함 15%
무기력함 10%
의욕 10%
9. 일기 쓰기 전과 후의 변화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고 느꼈는데, 이 감정일기를 쓰고 나니 마음의 일부는 움직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렇게 내 감정을 들여다보고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나는 나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고, 오늘 하루를 조금은 다르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