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굴 위해 이렇게 바쁜 거지

Part 3. 워킹맘 교사

by 석은별

인물 소개와 에피소드 배경

수진은 아침부터 밤까지 '해야 할 일'의 연속 속에 산다. 아이들 아침 챙기기, 출근길 교통체증, 첫 교시부터 아이들 지도, 수업 준비, 생활지도, 학부모 상담... 그 와중에도 틈틈이 단체 채팅방에 반응을 하고, 행정 업무와 가정통신문을 마감해야 한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아이들 숙제 챙기고, 반찬 준비하고, 빨래 널고, 하루를 다 쓰고 난 후에야 조용한 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 시간은 휴식이 아니라 '내일 체크리스트 확인 시간'이 되어버린다.

오늘도 그렇게 하루를 끝내고 나서야 “내가 뭘 느끼고 있는지, 나는 뭘 원하는지” 문득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감정일기를 열었다. 오늘 하루, ‘나는 왜 이렇게 바빴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기 위해.



1. 어떤 일이 있었나요?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일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집안일까지 하느라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단 1분도 없었다.


2. 기록 전 주요 감정 백분율

피로감 30%

무의미감 20%

의무감 15%

짜증 15%

억울함 10%

허무감 10%

3. 무슨 생각이 떠올랐나요?

나는 왜 이렇게 항상 바쁜 걸까. 이렇게까지 하면서 나는 뭘 얻고 있는 걸까. 누가 고맙다고 해주는 것도 아니고, 나 스스로도 내 일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는다. 마치 안 멈추면 큰일 날 것처럼 계속 움직인다. 근데 도대체 누굴 위해 이렇게 사는 거지? ‘나’는 언제 이 삶에 대해 동의한 적이 있었던가. 스스로 선택한 삶이라고 하기엔 지금 나는 내 삶에서 너무 멀리 와 있는 것 같다.

4. 활용한 기법은 무엇인가요?

자동화된 의무감 탐색: ‘해야만 한다’는 사고의 반복 자각

자기 감정 소외 인식: 나의 욕구가 사라진 지점을 언어화

자율성 회복 질문 시도: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자문

5. 새로운 생각은 무엇인가요?

내가 바쁜 이유는 누군가를 위한 삶을 너무 오래 살아서 내 감정과 욕구를 느낄 틈조차 사라졌기 때문이다. 누구도 나에게 이렇게 하라고 강요한 건 아니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 나에게 엄격했다. 이제는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그게 내가 다시 나를 만나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6. 도움이 된 점은 무엇인가요?

그냥 바쁜 하루로 넘기려던 날에 ‘왜 바빴지?’라고 묻는 것만으로 내가 얼마나 나를 몰아붙였는지 볼 수 있었다. 감정일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 마음의 상태를 되짚는 거울이 되었다.

7. 나에게 어떤 긍정적인 말을 하면 좋을까요?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달려온 것도 대단해. 하지만 이제는 멈춰도 괜찮아. 네가 멈추는 순간, 누군가 무너지는 게 아니라 너 자신이 다시 살아날 수 있어.”

8. 기록 후 주요 감정 백분율

수용감 25%

여운감 20%

피로감 15%

자각감 15%

희망감 15%

내면의 거리감 10%

9. 일기 쓰기 전과 후의 변화

기록 전에는 하루를 또 그냥 넘겨버릴 뻔했다. 하지만 감정을 정리하며 내가 얼마나 자동적으로 의무만 수행하고 있었는지 그게 왜 힘들었는지를 정확히 마주할 수 있었다. 삶을 멈추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걷고 싶었던 거구나. 그걸 오늘 처음 제대로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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