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7. 퇴직 후 60대 남성
이름: 정호(가명) / 64세 / 전직 대기업 관리자
정호는 은퇴 이후 바쁜 외부 활동 대신 조용한 일상을 선택했다. 아내와도 큰 다툼 없이 지내고, 혼자 있는 시간에도 특별히 불편하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낯선 변화가 생겼다. 외부는 조용한데 마음속은 소란스럽다. 특별한 일 없이 하루가 흐르고, 누구에게도 말 걸지 않고, 말도 안 붙여지는 상황이 반복될수록, 정호는 오히려 마음속에서 시끄러운 생각과 감정의 잔향이 부유한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평소처럼 조용했지만, 평소보다 더 복잡한 감정이 몰려왔다. 그래서 오늘은 그 조용한 하루 안에 있던 마음의 소리를 감정일기로 붙잡아보기로 했다.
1. 어떤 일이 있었나요?
특별한 일이 없었다. TV를 켜고, 신문을 넘기고, 잠깐 마트를 다녀온 것 외엔 평소와 같은 하루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조용한 집 안에 나 혼자 있었지만, 머릿속은 웅성거렸다. 딱히 불안하거나 힘든 일도 없는데, 자꾸만 오래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2. 기록 전 주요 감정 백분율
불편감 30%
불안 25%
혼란스러움 20%
외로움 15%
짜증 10%
3. 무슨 생각이 떠올랐나요?
아무 일도 없는 날인데 마음이 왜 이렇게 불편하지? 아침부터 마음이 어수선했다. 별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계속되다 보니, 나라는 사람도 별 의미 없이 흘러가는 것 같았다.
예전엔 마음 둘 새 없이 바빴다. 감정을 느낄 틈도 없었다.
지금은 너무 느려서, 감정이 내 안에서 떠돌고, 쌓이고, 맴도는 것 같다.
“그때 그 말, 너무 상처였는데...”
“내가 왜 그때 그렇게 행동했지...”
수십 년 전 일들도 불쑥불쑥 떠오른다.
마음은 조용한 적이 없는데, 그동안 너무 무시하고 살았던 걸까.
4. 활용한 기법은 무엇인가요?
감정-신체 자각 연결: 겉은 평온해도 속이 시끄러움을 감각적으로 포착
내면 관찰 강화: 외부 사건이 없어도 떠오르는 감정의 흐름을 추적
반응 회피 자각: ‘아무 일 없다’는 말 속에 숨어 있는 억제된 감정 감지
5. 새로운 생각은 무엇인가요?
나는 그동안 ‘조용하다’는 것을 ‘괜찮다’는 뜻으로 착각해왔다. 하지만 감정은 멈춘 게 아니라, 표현되지 않은 채 안에서 부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 조용함은 휴식이 아니라, 오래 억눌린 감정들이 올라올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일까. 오늘 하루는 겉으론 멀쩡한데도 왠지 모르게 지치고 헷갈렸다. 감정도, 생각도 정리되지 않은 채 나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이제는 그 조용한 틈 사이로 내 마음의 진짜 소리를 들어야 할 때인 것 같다.
6. 도움이 된 점은 무엇인가요?
그냥 “평범한 하루였다”고 넘길 뻔한 날이었다. 그런데 기록을 하다 보니, 오늘 하루 내 마음속에서 벌어진 소란을 인식하게 됐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아무 일도 없어 보여도, 나는 여전히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 감정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바라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7. 나에게 어떤 긍정적인 말을 하면 좋을까요?
“마음이 시끄러운 건, 이제서야 네 안의 소리를 듣기 시작했기 때문이야.”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는 건 건강한 신호야. 무뎌진 게 아니라 깨어 있는 거야.”
“조용한 하루 안에서도, 넌 지금도 살아서 느끼고 있어.”
8. 기록 후 주요 감정 백분율
자기인식 30%
여운감 25%
명료함 20%
가벼운 피로감 15%
혼란감 10%
9. 일기 쓰기 전과 후의 변화
처음엔 ‘그냥 좀 멍하네’, ‘좀 피곤한가’ 싶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오늘 하루 내 안에서 감정들이 계속 웅성거리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겉은 아무 일 없었지만, 속은 시끄러웠다. 이 조용한 하루는, 내 안의 묵은 감정이 고요한 소음을 내며 지나가는 시간이었다. 그 소리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헛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