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감정은 훈련될 수 있다.

by 석은별

감정은 누구나 느끼지만, 아무나 말하지는 못합니다. 감정을 말하려면, 먼저 그 감정을 알아차려야 하니까요. 그리고 그 감정이 내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니까요.


이 책에 등장하는 7명의 인물은 실존 인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허구는 아닙니다.


상담자로 일하며 나는 수많은 사람의 감정과 마주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더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이유가 감정을 못 느껴서가 아니라, 자기 감정을 말로 꺼내지 못해서라는 것을요.


그래서 나는 7명의 인물을 설정했습니다. 실제로는 만나지 못한 사람들, 그러나 실제로 존재하는 마음의 얼굴들.무기력한 대학생, 애매한 관계에 지쳐가는 사회 초년생, 매일을 버텨내며 내 감정은 후순위로 밀어둔 워킹맘, 경력을 잃고 자기비난에 빠진 40대 여성, 질투와 자기혐오 사이에서 흔들리는 예고생, 암 투병 중 체념과 희망 사이를 오가는 50대 여성, 그리고 퇴직 후 스스로를 ‘쓸모없는 사람’이라 여긴 60대 남성.


이들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감정들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나는 아무 일도 없던 날이 좋다》입니다.


극적인 사건이 없더라도, 그 하루를 살아낸 감정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 감정을 붙잡아볼 수 있다면 그날은 그냥 흘러간 날이 아닌 살아있는 하루가 됩니다.


감정일기를 쓴다는 건 거창한 성찰이 아니라 “오늘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그때 어떤 감정이 가장 컸는가?”를 조용히 적어보는 일입니다.


이 책은 감정일기의 형식을 따라 총 30편, 7명의 인물이 각각 4편의 일기를 써내려갔습니다.


매일의 감정을 비율로 기록하고, 그때 떠오른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 위로하는 말을 붙여봅니다. 그리고 다시 감정의 비율을 조정하며 자기 마음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천천히 들여다봅니다.


이건 상담실 밖에서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는 감정 문해력 훈련입니다. 감정을 언어로 바꾸는 힘은 훈련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훈련은 우리 모두를 좀 더 건강한 사람으로 이끌어줍니다.


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잘 알아채는 사람, 그리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더 단단한 삶을 살아갑니다.


혹시 지금 당신에게도 말하지 못한 감정이 있다면 이 질문 하나로 시작해 보세요.


“지금, 내 마음속에서 가장 큰 감정은 무엇인가요?”


그 질문에 진심으로 답하려는 순간, 이미 회복은 시작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석은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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