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다르고, 그래서 평범하다

by 석은별

나는 여전히 다르다. 사람들의 대화 속 리듬에 완벽히 섞이지 못하고, 유행하는 말투나 감정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가끔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쪽이 더 자연스럽다. 그럴 때면 예전의 내가 속삭인다.

“또 어긋났어. 여전히 이상하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그래, 나는 다르다. 그리고 그게 나다.


예전엔 그 다름이 나를 고립시켰다.
다른 사람들의 무리에 들어가면 내 존재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웃을 때 웃지 못했고, 다들 당연하게 말하는 것들 속에서 나는 늘 한 박자 늦게 의미를 찾았다.
그 느림이 부끄러워서, 나는 나를 숨겼다.
내가 다르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 ‘숨김’은 오히려 나를 더 이상하게 만들었다. 보통의 옷을 입고, 보통의 말투를 따라 하면서도 내 안은 언제나 어딘가 울퉁불퉁했다.
보통의 가면은 매끄러웠지만, 그 아래의 얼굴은 점점 숨이 막혀갔다.
다르다는 건 결함이 아니라 결인데, 나는 그 결을 깎아내며 평범을 만들었다.
결국 평범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나를 더 낯설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다름이 나를 살렸다는 걸 알았다. 내가 느끼는 방식, 생각하는 속도, 반응의 결이 다른 사람들과 달랐기에 나는 타인의 세계를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상담 현장에서, 글을 쓸 때, 그 다름은 나의 감각이자 직관이 되었다. 남들이 지나치는 사소한 틈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 틈에서 사람의 마음이 숨 쉬고 있었다.


다름은 나의 한계가 아니라 통로였다. 평범함이 같은 모양을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나는 다른 모양으로 존재함으로써 평범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보통’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변화가 아닐까. 내 다름이 누군가에게 조금의 허용을 만들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가치 있다.


물론 여전히 불편할 때가 있다. 무리에 섞여야 할 때면 어색함이 올라오고, 가끔은 ‘조금만 더 보통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제는 그 불편함을 싸우지 않는다.
불편함도 나의 일부이니까.
그 불편이 내가 세상과 맺는 방식이고, 내가 나로 존재한다는 증거다.


나는 다름 속에서 평범을 다시 배운다.
평범은 비슷함이 아니라, 각자의 다름이 공존하는 상태다.
모두가 다른 리듬으로 걷지만, 그 걸음들이 한 방향을 향할 때 그게 바로 ‘함께’라는 이름으로 완성된다.
내 걸음이 느리든 빠르든, 그 길 위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제 나는 다름을 고쳐야 할 것이 아니라 살아 있어야 할 것으로 여긴다. 나의 말투, 감정의 폭, 생각의 결이 세상과 조금 엇나가 있어도 괜찮다.

그 어긋남이 나의 좌표다.
그 좌표를 잃지 않기 위해 나는 매일의 리듬을 기록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은 여전히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알고 있다.
그 평범의 정의가 세상만큼 다양하다는 것을.
누군가는 가족의 밥상 위에서,
누군가는 혼자 걷는 밤길에서,
또 누군가는 자기 방의 고요 속에서 자신의 평범을 찾는다.
그리고 나는 그 다름들 속에서 비로소 나의 평범을 느낀다.


나는 여전히 다르다. 그 다름 덕분에 세상을 느끼고, 다름 덕분에 글을 쓰고, 다름 덕분에 사랑을 배웠다.
그러니 더 이상 다르다는 이유로 나를 지우지 않는다. 그 다름이야말로 내가 평범하게 살아가는 방식이다.


오늘의 나는 그 다름 속에서 고요하게,

그러나 확실히 존재한다.
다른 리듬, 다른 감정, 다른 결로. 그 다름이 쌓여 만들어진 지금의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린다.


“나는 여전히 다르다. 그리고 그게, 내 평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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