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평범하지 않다. 그래서 괜찮다

by 석은별

이 긴 여정을 마무리하며 문득 생각한다.
나는 결국 평범해졌을까? 아니, 여전히 그렇지 않다. 사람들 앞에 서면 할 말을 고르고, 익숙한 관계 속에서도 마음이 한 발 늦게 열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소한 일로 흔들리고, 감정의 결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평범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건 나의 자연스러운 리듬이니까.


이 책을 쓰기 전의 나는 늘 ‘보통 사람’이 되고 싶었다.
너무 감정적이지도, 너무 냉정하지도 않은, 적당히 단단하고 적당히 온화한 사람.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평범을 좇을수록 나는 내 몸 안의 리듬과 멀어졌다.
세상이 말하는 기준에 맞추려다 결국 아무런 색도 남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시작했다.
평범이 아니라, ‘나답게 사는 법’을 배우는 일로.


돌이켜보면, 나를 평범하게 만든 건 결핍이 아니라 그 결핍을 통과한 시간이었다.
누군가의 품을 잃은 경험,
관계 속에서의 오해,
말하지 못한 감정들,
그 모든 상처가 나를 사람답게 빚었다.
그 상처를 덮지 않고 바라볼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소 ‘평범한 인간’이 되었다.
그 평범은 정상의 틀에 맞춘 결과가 아니라,
삶을 있는 그대로 견뎌낸 흔적이었다.


이제 나는 조금 더 고개를 들어 보기로 한다.
평범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누구나 각자의 속도로 불안과 안정을 오가며 하루를 살아낸다.
어떤 날은 단단하고, 어떤 날은 부서진다.
그 흔들림 자체가 삶의 리듬이고,
그 리듬을 인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평범의 무게를 이해하게 된다.


나는 여전히 다르다.
생각의 결은 비스듬하고,

감정의 반응은 예민하며,

타인의 말 한마디에도 오래 머무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예민함 덕분에 나는 세상의 미세한 결을 느낄 수 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소리,
누군가의 눈빛에 스친 불안,

내 마음 속의 미세한 떨림.
그 모든 것이 나의 언어이자 삶의 감각이다.


사람들은 가끔 말한다.
“요즘은 좀 편안해졌죠?”
나는 조용히 웃는다.

편안해졌다기보다, 익숙해졌다고 말하고 싶다.
내 안의 불안과 결핍을 없애려 애쓰지 않고,
그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
이제는 그것들이 나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그저 나의 일부로 존재할 뿐이다.
그 공존이 바로 내가 배운 ‘평범함의 완성’이다.


삶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깨달았다.
평범하지 않다는 건 특별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단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평범하지 않은 나를 받아들이는 순간,
나는 더 이상 특별할 필요가 없어졌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로서의 삶,
그 자체가 이미 완전했다.


이제 나는 ‘괜찮다’는 말을 쉽게 쓴다.
그 말에는 체념이 아니라 신뢰가 있다.
모든 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모든 날이 충만하지 않아도 괜찮다.
괜찮다는 말은 허락의 언어다.
삶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내가 나로 존재하는 그 사실 하나로 충분하다는 선언이다.


책을 덮는 이 순간, 나는 다시 평범한 하루 속으로 돌아간다.
여전히 어딘가 불완전하고, 가끔은 불안하고, 때로는 너무 조용하지만—
그 모든 모순을 끌어안은 채 살아간다.
그게 내가 정의한 ‘평범함의 역설’이다.


오늘도 커피를 내리고, 창문을 열고, 한 문장을 쓴다.
그 일상이 계속되는 한, 나는 살아 있다. 그리고 여기에 있다.
그래서, 괜찮다.


긴 호흡에 지쳐 오랫동안 멈춘 시간도 있는데, 그것 역시 나의 모습이었노라 받아들이며

평범을 갈구하던 글에서 평범을 받아들이는 글로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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