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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은별 Mar 20. 2024

부모 자녀 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서로 존경하지 않더라도 예의는 지켜야...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부부나 연인 사이의 관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식들이 부모와 자신과의 관계를 검열할 때 떠올리는 것 중 하나가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다.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가 조금이라도 개입한다 치면 마치 유행어처럼

'지금 나 가스라이팅하는 거야?'라며 반박한다.

기본적인 훈육이 들어가야 되는 자리에서 자신이 듣기 싫고 심기 불편해지면 곧장

'가스라이팅 하지 마! 나 조종하려는 거지!'라며 부모의 인내심을 건드린다.


한 몸에서 비롯된 부모 자녀의 관계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예의'가 필요하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나타나는 기본적인 태도가 예의가 된다. 남을 대하듯 깍듯하게 인사하라거나 극존칭을 써라거나 상명하복을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다. 그 어떤 대상과의 관계들 중에서도 '존중'의 태도를 가져야 하는 것이 예의라고 본다.


존중은 상대를 높이고 귀하게 여기는 태도이다.

자녀라는 이유로 내 발아래 두고 함부로 대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자녀를 부모보다 높이 두고 오냐오냐 귀하게만 여기라는 것이 아니다.

인격이 자랄 수 있도록 상대의 가치를 높이는데 신경 쓰면 되는 것이다.


자녀역시 부모라는 이유로 무조건 높이고 극진히 대하라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부모니까 다 나를 이해하고 받아 줄 것이라는 기대로 함부로 하라는 것도 아니다.

부모가 부모의 역할과 노릇에 기본을 할 때 자녀도 자녀의 역할에 기본적인 태도는 유지해야 된다는 것이다.


신뢰를 갖고 필요할 때 의논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 받은 것에 감사할 줄 알아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자쳐서 갚으라는 것도 아니다.

소중한 대상인만큼 소중하게 대하자는 것이다.


부모 역시 자녀를 다 안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자는 것이 아니다. 내가 먼저 살아봤다는 이유로 자녀에게 간섭하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알려줄 뿐이지 받아들이고 행동하고 변화하는 것은 자녀의 몫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와 소통이다.

신뢰와 소통이 부재한 관계에서는 아무리 선의로 접근해도 상대를 간섭하고 비난하고 평가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 내 부모가 나를 가스라이팅해서 키운 것 같다면 그 관계 얼마나 신뢰를 갖고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었는지를 자문해 보면 좋겠다.

만약 내 자녀가 나로부터 가스라이팅 당하는 것 같다고 투덜댄다면 내가 자녀에게 신뢰를 주었는지, 수평적인 소통의 태도를 취했는지 점검하면 좋겠다.


부모와 자녀 관계에 필요한 예의...

그 전제는 존재에 대한 신뢰와 건강한 소통이 아닐까 싶다.


일방적이고, 요구적이고, 비판적이고, 비난이 난무하고, 원망이 가득한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면

자신부터 타인에 대해 존중의 태도로 예의를 갖추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상대에게 바라기 보다 내가 먼저 그러한 태도에 익숙해지고, 그 이후 새롭게 맺는 인연들과 건강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연습이 익숙해진 후 묵은 관계에 적용해 보기를 바란다. 괜히 묵은 관계에 억지로 적용시키겠다고 도전했다가는 거부감 일으키기 딱 좋을 테니 말이다.


부모와 자녀 간에도 예의가 필요하며, 그 예의에 적신호가 생긴다면 한쪽에서 멈추어 자신을 돌아 볼 필요가 있겠다. 내가 자식의 입장이 되든 부모가 입장이 되든 적신호를 알아차린 쪽에서 멈추어 보길...



오늘의 글은 나와 자녀에게 꾸짖고 싶은 마음에 적어 보았다.

나는 얼마나 아이를 존중했나.

우리는 얼마나 수평적인 대화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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