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은별 Mar 21. 2024

거절에 저항하지 않기

저항 알아차리기

유독 하기 싫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괜히 피하고 싶고 이유 대고 싶고 거절하고 싶을 때가 그렇다.


하기 싫은 마음을 담아 두니 매번 약속시간에 늦게 되고, 챙겨야 되는 것을 빠트리게 되고, 가볍게 약속하지만 지키지 못할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모든 것을 심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그게 저항이구나'라는 인식이다.


기꺼이 하겠다고 수락했으나

막상 기일을 앞두고 차일피일 미루거나

다른 약속을 만든다.

막상 예정된 날짜에 새카맣게 까먹어 버린다.

정말 하기 싫은 사과를 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준 것이니 사과는 당연하다. 깍듯하게 사과하고 다음을 위해 새로운 약속을 잡는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고민한다.

왜...

새카맣게 잊은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기 싫었던 거지.'라는 대답이 나온다.


'맞네... 하기 싫은 거구나. 그런데 하기 싫다는 말을 못 하겠어서 하겠다고 받아들이고는 안 해 버린 거구나.'


결국 내 이미지도 깎아 먹지만, 타인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 셈이다.


거절하지 못해서, 착해서라고 이유를 대기에는 부족한 무언가가 있다.


'하기 싫은 마음을 표현하기 힘들어서...'이다.


하기 싫다고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왜 힘들까?

그것은 내가 그러한 표현을 했을 때 내쳐진 경험들. 그러니까 하기 싫어하는 마음을 이해받기보다는

'하기 싫다고? 그럼 너 이제 아웃이야!' 하는 환경에서 겁을 먹은 내면아이가 있는 것이다.


내가 직접 당했던 경험이든, 주변에서 그러한 일을 지켜본 경험이든


거절당하는 사람의 고통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내면아이가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수락했지만

막상 현실적으로는 처리하지 못하고 거절해 버리는 모양새를 만든다.


바쁘다고 시간 없다고 핑계 대며 다른 사람이 어렵게 부탁한 일을 놓치거나 외면하기 힘들어 부담을 느꼈던 적이 없는가?

그럴 때 잠시 멈추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정말 할 수 있어서 받아들인 거야? 아니면 하기 싫은데 거절당하기 싫어서 받아들인 거야?'


'거절당할까 봐 받아들인 거라면... 하기 싫고, 못 하겠다고 말해. 그리고 못하겠다고 했는데 불이익 준다면 고맙습니다 하고 포기해. 그런 사람을 일치감치 알아볼 수 있음을 오히려 감사히 여겨! 어떤 상황에서든 주도권을 자신에게 부여해. 그거면 충분해.'


그동안 타인에게 주도권을 줘 놓고서는 하네 못하네 내적 갈등을 경험했던 나...

가만히 앉아 내면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표현하면 된다는 것을....

저항에 저항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럼 조금 더 나와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이전 17화 부모 자녀 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