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가질 수 있다면 상이 아니다.

노벨 메달에 이런 디테일이 숨어있을 줄이야! 평범함에 엣지를 더하라

by 북유럽연구소

노벨상 수상자는 노벨 사망일인 12월 10일 스톡홀름 콘서트 홀에서 스웨덴의 왕으로부터 상장, 금메달, 상금증서를 받는다. 여기까지는 다 안다. 하지만 그 상장이 단순한 상장이 아니고, 그 메달의 두께가 매년 달라진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노벨상 상금은 2019년 기준으로 9백만 크로나 약 11억3천만원 가량이다. 수상자가 둘이면 이등분, 셋인 경우 세 사람이 똑 같이 나누는 경우도 있고 한 사람에게 절반, 나머지에게 25%씩 주는 경우도 있다. 세 사람 이상 공동 수상 하지는 않는다.


물론 시상식에서는 돈 다발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상금의 액수가 쓰여진 증서를 준다. 10억에 이르는 상금의 액수 때문에 노벨상이 유명하다고 여기는 이도 많다. 하지만 그 정도 상금을 주는 상은 더러 있다. 그럼에도 노벨상이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여겨지는 것은 오랜 전통에 더해 상금보다 더욱 귀중한 부상 때문이다. 노벨상 메달과 상장의 비밀을 알고 나면 상금이 시시하게 여겨질 정도다.


메달

상품으로 주는 메달은 호박금(green gold)이라고 불린다. 호박색의 금은 합금으로 만든 18금 원형 판에 24k 금으로 도금을 한 것이다. 노벨상의 상금은 노벨의 유언에 따라 매년 노벨재단의 기금을 운용한 이자를 수상자의 수만큼 등분해서 주도록 되어있다. 메달의 지름은 66mm로 정해져 있지만 무게와 두께는 해당 년도의 금값과 운용수익에 따라 달라진다. 역대 메달의 평균을 내보면 무게는 175g, 두께는 2.4~5.2mm다. 운에 따라 메달의 두께가 두 배나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마다 메달도 조금씩 다르다. 메달은 노벨상 제정 초기부터 스웨덴 주화를 제조하는 조폐국에 맡겼다가 조폐공사가 2010년 모기업인 핀란드 회사에 통합되면서 2011년에는 노르웨이 조폐국에, 2012년부터 민간 기업인 스벤스카 메달리Svenska Medalj라는 민간 회사에 맡기고 있다.


모든 메달의 앞부분에는 알프레드 노벨의 왼쪽 옆모습과 생몰 연대가 조각되어 있다. 물리, 화학, 생리의학, 문학은 앞부분의 모양이 같다. 노르웨이에서 시상하는 평화상을 제외한 나머지 상의 메달은 노벨의 옆모습이 가슴께까지 새겨진 매끈한 디자인으로 금화 같은 느낌이다.


뒷면은 상에 따라 다르다. 스웨덴에서 주는 과학상의 경우 고대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지혜와 미의 여신 이시스가 구름 위로 떠올라 한 쪽 팔메 풍요의 뿔(커다란 염소 뿔 안에 꽃과 과일이 담긴 것으로 신화에서 풍요를 상징한다)을 들고 있고 옆에서는 과학의 수호자가 이시스의 머리 위에 덮힌 베일을 걷어주고 있다.


메달 가장자리를 둘러 Inventas vitam iuvat excoluisse per artes라는 라틴어가 씌여 있다. "경지에 이른 재능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나니"라는 의미다. 이는 수상자에게 바치는 헌사다. 수상자 모두 평생을 바쳐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경지에 이르렀고, 노벨의 유언에 따라 노벨상의 선정 기준은 인류에 기여한 연구에 주는 것이니 그들의 재능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였을 것이다.


이 문구는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드 제 6권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이네이드’는 일리아드에 이어 몰락하는 트로이의 백성들을 다스릴 인물로 예언됐던 비너스의 아들 아이네아스가 신의 인도 하에 새로운 문명국 로마를 건설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페이스북의 마그 주커버그, CNN 창업주 테드 터너의 삶에 영감을 준 책이라며 극찬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라틴어 문구가 메달 가장자리를 빙 둘러 새겨져있고, 두 여신의 그림 아래 수상자의 이름이, 그 아래에는 스웨덴 왕립 한림원을 상징하는 줄임말"REG. ACAD. SCIENT. SUEC." 차례로 새겨져있다.


평화상과 경제학상은 상을 주는 주체가 달라서인지 모양이 조금 다르다.


평화상의 경우 앞면에는 알프레드 노벨의 옆모습이 다른 메달보다 크게 꽉 채워 있는데 노벨의 목까지 나와있다. 메달의 재질과 디자인 자체가 좀 다르다. 테두리에는 울퉁불퉁하게 생몰 연도를 새겼는데 그 자체가 디자인처럼 멋스럽다. 뒷면은 세 명의 남자가 어깨에 손을 두르고 있는 모양으로 인류애를 보여준다. 가장자리를 따라 Pro pace et fraternitate gentium '인류의 평화와 우애를 위해'라는 의미의 라틴어와 수상 연도, 수상자의 이름이 가장자리를 둘러 새겨져 있다. 노르웨이 조폐국에서 제작한다.


경제학상도 다르다. 노벨의 유언에는 경제학상이 없다. 초기 노벨이 지정했던 영역에 이후 스웨덴 중앙은행의 요청으로 더해진 상이다 보니 경제학상은 엄밀한 의미로 볼 때 노벨상은 아니다. 그래서 상의 명칭도…. 메달도 조금 다르다. 경제학상은 수상자의 이름을 메달 테두리에 새겨준다. 노벨의 옆모습이 나와있지만 목에서 자른 얼굴 부분만 나와있다. 그 아래는 엇갈리게 교차한 풍요의 뿔 두 개가 있다. 빙 둘러서는 “스웨덴 중앙은행,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며 년도XXXX. The Sveriges Riksbank, in memory of Alfred Nobel, XXXX”라고 새겨있다. 뒷면에는 한 가운데 북극성이 있고 위 아래 양 옆으로 왕관 모양이 새겨져 있다. 왕관은 스웨덴 왕립 한림원의 표시다.




상장

노벨상 수상자는 상금 증서와 메달 이외에 상장을 받는다. 평화상은 시상식 당일 오슬로에서 노벨 위원회 위원이, 나머지는 스웨덴의 국왕이 직접 건네준다. 상장이라고 해서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받았던 종이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노벨상의 상장은 하나가 각각의 오리지널 예술작품이기 때문이다. 수상자 한 사람 한 사람 각각의 구상 내용에 기초해 특별 제작되며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든다.


상장 한 면에는 수장자의 이름과 수상 내용, 다른 한 면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칼리그라피 작가와 화가가 수상자 별로 각각 맞춤 제작을 한다. 크기는 각각 A4사이즈로 학위 증서처럼 가죽 케이스에 담아 탁자 위에 세워 둘 수 있게 되어 있다.


상장의 한 면을 장식하는 그림은 주로 스웨덴 각 지역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화가가 그린다. 상장용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작품에 들어갈 주제나 지역, 색 등의 모티브를 미리 정해두고 상의 발표가 끝난 직 후 제작에 들어간다. 작품을 미리 제작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작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당 수상자의 수상 내용에 대해 연구한 후 거기에서 받은 영감을 작품에 반영해 작품을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발표날짜까지 꼼짝없이 기대려야 한다. 주제에 따라 또 작가에 따라 영감을 직접 표현하기도 하고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200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무하마드 유누스의 상장


미리 제작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공동수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2013년 화학상에 상장의 그림을 그린 하세 카를손은 특히나 강도 높은 제작 과정을 거쳐야했다. 2013년 화학상을 무려 세 사람이 공동수상 했기 때문이다. 카를손은 스웨덴 남쪽 지방인 스코네의 가을을 주제로 삼아 그릴 예정이었는데 수상자 발표 이 후 스코네의 주제를 세 가지로 변주해 그렸다.


노벨 증서의 작가는 대단히 빠듯한 일정으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있는 작가와 계약을 맺는다. 노벨상 수상자가 결정되는 순간인 10월 둘째 주부터 바로 제작에 들어간다. 먼저 일 주일 안에 작품의 대략적인 아이디어 구성과 스케치를 마쳐야 한다. 샘플은 바로 상장의 문구를 쓸 칼리그래퍼에게 보낸다. 증서에 쓸 잉크 색을 그림과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벨상의 시상식은 12월10일 이지만 11월 둘째 주까지 작업을 마쳐야 한다. 나머지 한달간 스톡홀름의 제본 장인이 가죽으로 된 바인더에 그림과 칼리그리피 증서를 넣어 증서와 겉 폴더를 완성하는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작품 제작 기간이 대략 한달 가량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수상을 하게 되면 한달 안에 각기 다른 작품을 두 점 또는 세 점을 내야 하니 작가입장에서는 부디 단독 수상하길 기도라도 해야 할 판이다. 이러니 금메달 이상 값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벨상 수상자가 얻는 것!




나의 브랜드에 무엇으로 엣지를 줄 것인가


모든 브랜드가 이렇게 최고급, 하이엔드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오뜨 꾸뛰르에서 옷을 사는 것도 아니고, 예술가의 작품으로 거실을 장식하는 사람도 소수다. 대중성이 중요한 브랜드도 있다. 브랜드 특성에 따라 소수의 시장을 겨냥해 타깃 마케팅을 하는 곳도 있고, 길거리 편의점 그늘막에까지 브랜드를 노출하는 제품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대중적인 제품이라도 일부러 '희소성' 을 추구하며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제품을 시장에 낸다. 사람들은 남과 다른, 또 쉽게 가질 수 없는 나만의 것을 원한다. 자신의 이름을 각인한 맞춤 제품이나 한정판이 인기를 끄는 것이 그런 이유다. 대중적인 브랜드가 대중성을 거스르는 기획을 하는 것은 여러 경쟁자 중에 '엣지'를 구축하고 차별성을 갖는 전략이기도 하다.


2013년 하계올림픽 기념 코카콜라 시실리 한정판


또 한가지는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최고의 브랜드라 불리는 브랜드는 대부분 수십년 이상 오래된 브랜드다. 거기다 대표 상품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계속 시장에 내기 때문에 따분하거나 식상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루이뷔통을 가방만 해도 그렇다. 유명한 모노그램의 반복 패턴으로된 루이뷔통의 제품은 가방부터 키홀더, 심지어 양말에까지 찍혀있다. 모방품까지 합치면 아마 루이뷔통 하나 없는 사람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어느순간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가 고루하고 지루해졌다.


2003년 루이비통은 일본의 팝아티스트 다카시 무라카미와 협업을 진행했다. 예의 루이뷔통 프린트를 눈에 확 띄는 색으로 반전시키거나 기존의 프린트 위에 캐릭터나 이미지를 덧입힌 것이다. 루이뷔통의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둬 몇년 동안 비슷한 시리즈를 계속 내놨다. 루이뷔통과 팝아트의 콜라보는 출시 이후 근 10년간 인기를 끌었다.


루이뷔통 + Takashi Murakami 콜라보


브랜드를 넘어선 크로스오버 협업도 늘고 있지만, 예술가와의 협업이 인기다.

명품은 예술가와, 패스트패션 브랜드에서 고가의 명품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한다. 알렉산더 맥퀸은 다미안 허스트와, 프렌치프레스와 유리컵으로 유명한 보덤은 건축가와 콜라보를 진행했다.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인 코카콜라도 시즌에 한정판을 낸다. 심지어 진라면도 출시 30주년을 맞아 스페인 화가인 호안 미로의 작품으로 협업한 포장지 디자인으로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다.


아마 저 시람은 이럴것이다 하고 여겼던 사람에게 의외의 면을 발견하면 소위 반전매력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나라는 사람에게 의외의 면, 나의 앳지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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