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노출하지 않는다

신비로움을 유지하라, 전설이 된다

by 북유럽연구소

노벨상 만찬은 누가 만드나요?

...비밀입니다


노벨상 시상식은 매년 12월 10일에 열린다. 노벨 사망일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수상자는 시상식장인 스톡홀름 콘서트 홀에서 스웨덴의 왕으로부터 상장, 금메달, 상금 증서를 받는다.


시상식 이후에는 스톡홀름 시청에서 수상자와 스웨덴 로열패밀리, 노벨 위원회, 각 부처 장관, 의원과 200명의 학생이 게스트로 참석해 함께 만찬을 즐긴다. 노벨 만찬 초대 손님은 1300명가량, 40여 명의 요리가사 총 4일 동안 준비하며 200여 명의 웨이터가 당일 음식을 나른다. 노벨 재단이 호스트로 왕족과 같은 테이블에 앉는데 만찬만 보통 4시간이 걸린다. 만찬에 이어서 같은 건물의 황금의 방으로 불리는 곳에서 무도회가 열린다.


만찬장을 상식하는 꽃은 1970년부터 이탈리아 산레모에서 공수해온다. 노벨이 말년을 보낸 곳으로 일 년 내내 온화한 기후를 자랑한다. 노벨이 특별히 사랑했던 도시로 원예가 발달해 유럽 각지에 고급 꽃을 공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노벨상 시상식 다음날이면 노벨 만찬의 테이블 장식, 고급 식기, 메뉴 등이 온갖 뉴스와 잡지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누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특히 스웨덴 로열 패밀리의 드레스는 연도별 화보로 정리되어 나오기도 한다. 노벨 만찬의 메뉴나 상차림이 상류층에 유행으로 번지기도 하고 각 나라의 국빈 만찬장에서 참고로 삼기도 한다.


fredrika_berghult-nobel_banquet_-1465.jpg 2014년 노벨만찬 상차림. Fredrika Berghult/NobelMediaAB /imagebank.sweden.se


메뉴도 화제다. 지난해에는 그물망 같은 허브 위에 올린 석탄에 구운 왕새우와 관자, 마늘 이파리와 절인 사과가 애피타이저였다. 흑마늘과 파를 불에 그을려 만든 재를 넣고 요리한 스웨덴 남쪽 지역 꿩고기에 구운 닭껍질과 씨겨자로 만든 묽은 소스를 뿌리고 예루살렘 아티초크와 칸타렐이라 불리는 야생 버섯을 곁들여 낸 요리가 메인, 청귤, 산딸기 소르베와, 된장 소보루를 곁들인 라이스페이퍼 튀김이 후식으로 나왔다.


시상식 이후에는 인근 고급 식당에서 노벨상 만찬에 나왔던 메뉴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 식당의 셰프 중에는 실제로 노벨 만찬에서 요리를 담당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걸 드러내 떠들거나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일은 없다. 비밀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노벨 셰프에게 들었다.

노벨 만찬 셰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인도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 만찬 셰프가 된 아시시는 인도의 델리에 있는 스웨덴 대사관에서 주방 보조로 일을 시작했다. 대사관에 일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정찬 즉 파인 다이닝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5년간 대사관 요리사로 경력을 쌓던 어느 날 인도에서 있었던 스웨덴-인도 기념행사 주간에 노벨 만찬 책임 셰프인 마크 포닉스가 왔다.


마크는 노벨 만찬팀에 그에게 지원서를 한번 내 보라 고했고, 그는 열심히 이력서를 써서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그리고 다음 해, 노벨 만찬 셰프 중에 가장 유명한 셰프인 세이얀 이작손이 그가 일하는 델리 스웨덴 대사관을 찾아왔다. 이작손은 스톡홀름의 에스페렌토를 비롯해 미슐렝 3 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요리사다. 노벨 만찬 요리사는 비밀계약을 맺기 때문에 누가 그 해의 노벨 만찬을 만드는지 행사가 끝나기까지는 알 수가 없다.


며칠 뒤 이작손은 아시시에게 자신이 왜 대사관을 찾아왔는지 밝혔다. 이작손은 올해의 노벨 만찬을 담당하게 되었다며 아시시를 영입하기 위해 보러 왔다고 했다. 며칠을 지켜본 결과 아시시를 노벨 만찬 팀 요리사로 선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것도 40명의 셰프 중 이작손과 함께 메뉴를 상의하는 6명의 핵심 요리사 중 하나로 말이다.


아시시는 델리의 스웨덴 대사관에서 일하는 동안 전통적인 스웨덴 요리에 인도 향신료를 가미해 독특한 요리를 개발했다. 미트볼에 큐민을 추가하거나 연어를 탄두리로 구워낸 요리는 좋은 반응을 얻었고 외교관들 사이에 아시시의 소문이 퍼졌던 것이다. 틀을 깨는 조합과 혁신적인 플레이팅으로 알려진 이작손은 노벨 만찬에 이국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강하기 위해 아시시를 영입하기로 결심했다.


이후의 과정도 비밀스럽게 진행됐다. 대사관 안에서는 아시시가 스웨덴의 레스토랑에 잠시 일하러 간다고 정리했다.


노벨만찬 경력을 마케팅에 활용하지 않는다


노벨 만찬에 참여한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라면 아마 미슐렝 별이나 블루리본 같은 홍보 효과가 날 것이다. 하지만 노벨 만찬에 참여한 어느 셰프도 그런 식의 마케팅은 하지 않는다. 아니 할수가 없다. 비밀계약 때문이다. 노벨재단은 자신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데 있어 매우 제한적이며 철저한 관리를 한다. 스폰서라고 해도 후원한 업체가 그 사실을 자유롭게 홍보할 수 없다.


노벨 재단은 그 수상 과정도 50년간 비밀에 부치는 것으로 유명한데 대부분의 계약을 맺을 때 비밀유지 조항을 넣는다. 상장에 들어갈 작품 제작을 의뢰할 때도 수상자가 상장을 받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에게도 작품을 먼저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엄격한 조항으로 넣는다. 덕분에 소문은 무성하나 실체는 알려지지 않은 전설 비슷한 이야기가 남는다.



철통 보안을 유지하는 아이폰

제품에 대한 정보를 일부러 드러내지 않는 방식 홍보를 신비주의 마케팅이라고 한다. 제품이 일절 나오지 않는 광고도 있고, 소매점 같은 일반 유통 채널에서 아예 구하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아이폰은 제품 공개 당일까지 신제품에 대한 철저한 보안유지를 한다. 맘 급한 소비자를 달래려고 온갖 매체와 블로그는 이번 모델에 이런 기능이 추가되었다거나 이런 디자인이 나올 것이라는 등 다양한 예측을 쏟아낸다.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광고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존재하기 위해, 드러내지 않는다

한 때 삼성이 모델로 삼아 연구한 것으로 알려진 스웨덴의 유명한 재벌 발렌베리 가문의 모토가 "존재하기 위해 드러내지 않는다"이다. 일렉트로룩스, 에릭슨, 사브, ABB, 아스트라제네카, 아트라스콥코 등 스웨덴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을 소유한 발렌베리는 여러 단계의 소유구조를 두고 내부의 의사결정 체계는 비밀로 유지한다. 평등에 대한 가치가 특히나 중요한 스웨덴에서 거물로 인식되는 것은 금세 견제당하거나 대중의 질투와 미움을 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매장에 선뜻 들어가기도 망설여지는 명품 브랜드인 루이뷔통, 디올, 셀린느, 펜디, 지방시, 불가리, 드비어스 등 하이패션과 귀금속, 주류의 모회사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도 개별 브랜드는 드러내되 본사는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한다. LVMH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베르나르 아르노는 수십 개의 호화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최대치로 올리기 위해 신비주의를 고수한다. 명품이란 결국 각 브랜드의 독특한 전통과 장인정신이 그 핵심이다. 소비자는 명품을 떠올리면 몇 세대가 지나도록 가문이 대를 이어 만드는 도제식 생산을 기대하지 대기업에 의한 대량생산을 떠올리지 않는다. 가문의 이름이 곧 브랜드인 명품이 결국은 거대한 하나의 대기업 아래 속해 있다는 사실이 공공연히 인식되면 브랜드 가치가 크게 손상될 것이 분명하다.


크리스챤 디올과 베네피트, 세포라는 같은 화장품이라고 해도 급이 다르다. 그런데 이 모든 브랜드가 한 회사 소속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결국 최상위 브랜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추는 것도 전략이다.

많은 브랜드가 널리 알려지는 것을 목표로 삼겠지만 일정 궤도에 오르고 나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노출을 줄이고 타깃에 집중하거나 절제하는 전략을 펴는 경우도 많다. 명품 같은 고급 브랜드일 경우에는 과다노출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중 브랜드라고 해도 일정 부분은 상상력의 영역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 코카콜라가 제조법을 절대 밝히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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