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결국은 스토리텔링, 이야기가 되면 바이럴이 된다

by 북유럽연구소

‘뒤플로와 그 남편’으로 불러달라

노벨상 이야기를 하다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두 번 탄 사람, 가장 어린 수상자, 여성 수상자, 부부 수상자... 어떤 연구로 인류에 기여를 했는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들이 관심 있어하는 것은 이야기다.


대다수가 남성인 위인전에 빠지지 않고 포함되는 여성이 마리 퀴리다. 1903년 남편 피에르 퀴리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후 상금으로 다음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약품을 샀다. 그리고 1911년 노벨화학상으로 두 번째 노벨상을 탔다.


201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스테르 뒤플로(46세)는 21세기의 퀴리 부인으로 이번 수상자 중 가장 화제성 있는 인물이다. 여성으로는 역대 두 번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며, 젊은 데다, 남편인 바네르지 교수와 공동수상 했다. 뒤플로는 상금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라듐을 발견해 여성으로서 처음 노벨상을 수상한 마리 퀴리가 그 상금으로 라듐을 샀다는 내용을 어릴 적 읽었다”며 “우리의 라듐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라고 했다.


가뜩이나 노벨상이 여성 수상자에게 박하다고 알려진 데다 2017년 미투 스캔들로 2018년 노벨 문학상 선정까지 취소되었던 터라 뒤플로는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뒤플로와 남편인 바네르지가 제자와 논문지도교수로 만난 일도, 두 사람이 같은 직장인 MIT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사실도 뉴스거리가 되었다. 거기다 발표 직후 MIT의 대변인이 ‘바네르지와 그의 아내’가 아닌 ‘뒤플로와 그 남편’으로 불러달라 제안하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오바마는 OK, 트럼프는 절대 안 돼!?

노벨상은 인류에 기여를 한 이에게 주어지지만, 전공자가 아닌 이상 연구내용보다는 수상한 사람에게 더 관심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


아인슈타인이 노벨상을 타기도 전에 노벨상 상금을 첫 부인에게 위자료로 주겠다고 했던 일은 두고두고 호사가의 입에 오르내렸다. 1999년 생리의학상 수상자 귄터 블로벨은 상금을 과거 동독의 도시인 드레스덴 교회 재건기금으로 내놨다. 어린 시절 폭격으로 교회가 파괴된 것이 늘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그 덕에 드레스덴 교회가 갑자기 유명세에 오르기도 했다.


그밖에도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별다른 공적 없이 노벨 평화상을 탄 것을 두고 오바마에게 주는 것이 맞느냐부터,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과 시상식 불참은 단골 이야깃거리였다. 여성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탈레반의 총을 맞고 기적적으로 살아나 17살 최연소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말랄라 요사프자이의 용기는 전 세계에 감동을 주었다.


이제 사람들은 노벨상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참여하고 싶어한다. 수상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고, 선발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한다. 누군가에게 상을 주어야 한다며 서명운동을 벌이거나, 누군가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는 칼럼을 쓰기도 하고, 수상을 취소하라며 시위도 한다.




최고의 마케팅은 스토리텔링


브랜드 역시 이야기에 목마르다. 최고의 마케팅은 스토리텔링이다. 자신의 브랜드를 일방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은 고전적이고 직접적이다. 우리 제품이 좋으니 사라는 식의 설득도 안된다. 이야기 안에 자연스레 담아 기억에 남게 하고 브랜드를 경험하며 애정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요즘 기법이다. 네이티브 애드나 PPL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짧은 순간에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광고는 제품의 이미지를 극대화 하기 위한 것이다. 15초 남짓한 광고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감정은 놀라움이지만 스토리는 눈물, 웃음, 분노, 동정, 호기심 등 복잡한 감정을 줄 수 있다. 여운이 오래간다.


이야기를 건져라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화제가 될 때도 있다. 그리고 영리한 브랜드는 이를 즉시 인지하고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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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팬 사이에 꼬마 메씨 팬이 한동안 화제였다. 한 소년이 메시의 유니폼을 연상케 하는 하늘색과 흰색 줄무늬의 비닐봉지 위에 메씨의 등번호를 써붙이고 공을 차는 모습이 메시의 팬 사이트에 올라오자 팬들은 아프가니스탄의 한 마을에서 그 소년을 찾아냈고, 메씨는 그 소년을 자신의 경기에 초대했다. 생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메시가 속한 FC 바르셀로나의 경기가 열리는 카타르 도하의 경기장에 도착한 소년은 메시의 품에 안겼고 FC바르셀로나 팀 전체가 소년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모든 과정이 다양한 뉴스 매체는 물론 SNS를 통해 전 세계 축구팬에게 퍼졌다. 유니세프, 2022 카타르 올림픽 조직위원회, FC 바르셀로나 등 관련이 있는 조직마다 공식 채널을 통해 소식을 알렸다.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소년을 찾기 위해 수소문했던 팬들에게 소년의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다. 어떤 마케팅 에이전시도 이보다 잘 기획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인위적으로 과도하게 개입하면 쥐어짜는 감동이 되어 역효과가 나기 십상이니 말이다.


이야기 안에 참여시켜라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그리고 그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이키야말로 스토리텔링의 힘을 가장 잘 활용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1999년 농구 황제라 불리는 마이클 조던의 나이키 광고는 스토리텔링 광고의 시조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광고 치고는 상당히 긴 1분짜리였는데 광고의 마지막까지 나이키 로고가 등장하지 않는다. 광고는 조던의 모습을 현재부터 과거까지 시간을 돌려 보여준다. 에어 조단이라는 별명을 불러온 하늘을 날 듯 엄청난 점프로 슛을 넣는 모습, 우는 모습 웃는 모습 그리고 소년 티가 가시지 않은 고교 농구팀 시절부터 앳된 모습의 어린시절 허름한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에는 열살 남짓, 어린 조던의 증명사진 아래 그 유명한 "Just Do it" 슬로건과 나이키 로고가 등장하는 것으로 광고가 끝난다.




나이키의 조던 광고는 우리 제품이 이렇게 좋으니 '사라'는 메시지가 아니다. 위대한 스포츠 스타의 기나긴 노력과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나이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감동만큼 강력한 메시지는 없다.


허핑턴포스트 U.S. 의 콘텐츠 기획자가 말하길 게시물을 평가할 때 '좋아요' 수가 아닌 '공유' 수를 본다고 한다. 요즘 말하는 바이럴 즉 입소문의 핵심이 바로 공유다. 단순히 '좋아요'를 클릭하는 것과 '공유하기'는 큰 차이가 있다. 공유한다는 것은 적극적인 참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포스트를 공유하는 것은 자신이 그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며 자신이 이런 성향의 사람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당신도 이것을 봤으면 좋겠다는 추천의 적극적 행동이다. '좋아요'는 표현이라면 '공유하기'는 참여다.


선호에서 애착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썸에서 사귀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과 같다. 단순히 인지하고 선호하는 브랜드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소식을 발굴해 전파하고, 브랜드에 피해가 갈 것 같으면 나서서 지키고 싶은 책임감까지 들게 하는 애착의 단계야말로 모든 브랜드의 목표다. 스토리텔링은 좋아요에서 공유하기로, 선호에서 애착으로 넘어가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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