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지켜라

약물, 성폭력, 교통사고... 위기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by 북유럽연구소

2018년, 노벨문학상이 사라진 이유


매년 10월 첫째 월요일은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시작되는 날이다. 이 날이면 스웨덴을 비롯해 세계 모든 언론이 발표 시간에 맞춰 뉴스를 전하기 위해 대기한다. 한데 2018년 첫 번째 월요일은 상황이 달랐다. 이날 노벨상 수상자 발표보다 주목받은 뉴스가 있었으니 노벨상과 관련된 범죄 사건, 스웨덴 노벨 위원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문화계 유력 인사의 강간 유죄 판결이었다.


2017년 ‘미투(#METOO)’ 운동이 스웨덴 사회 각 분야로 번지는 가운데 한 여성이 과거 2011년 10월 스톡홀름에서 문화계 유력인사인 한 남성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그 이후 스웨덴의 유력 일간지인 다겐스 뉘헤테르(Dagens Nyheter)는 신문의 1면을 통해 무려 18명의 여성이 같은 인물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공개했다. 스웨덴 한림원 회원 중 한 사람의 남편이 1996년부터 2017년까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노벨재단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문학 클럽을 운영하며 수십 차례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복수의 피해자가 언론을 통해 증언한 것이다. 판사는 이후 여러 정황 증거와 증언을 토대로 수사를 한 결과 혐의가 입증되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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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장 클로드 아르노, 문화계 유명인사로 노벨 문학상을 선정하는 기관인 스웨덴 한림원 위원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이다. 아르노는 18명의 종신회원으로 운영하는 스웨덴 한림원의 19번째 회원이라 불리던 사람이었다. 피해자들은 이제 막 작품을 내고 활동을 시작하려는 시기, 문학계에 그의 영향력이 너무 커서 거절하기도 폭로하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아르노는 함께한 여성들에게 노벨상 수상자에 대한 정보를 흘리기도 했다.


그러자 한림원 회원이자 아르노의 아내인 프로스텐손이 비밀유지 계약을 어기고 노벨상 수상자를 사전에 유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노벨위원회 종신위원 3명이 프로스텐손을 해임하라고 요구했지만 종신직을 해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로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거기다 프로스텐손과 가까운 사이었던 사라 다니우스 사무총장이 적극적으로 프로스텐손을 변호하고 나섰다. 그러자 이에 반발한 종신위원들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형식상으로 한림원의 수장인 왕이 직접 나서 한림원의 해산 가능성까지 언급했고 사라 다니우스 사무총장이 사직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노벨상 선정 권한을 회수하다


하지만 노벨상 발표 전부터 연일 뉴스를 장식하던 한림원의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림원이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현실적으로 저렇게 조직이 무너진 상태로 수상자를 제대로 선발할 수 있을지 우려의 소리가 줄을 이었다.


노벨재단은 재단대로 고민에 빠졌다. 한림원의 성추문으로 노벨상의 권위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강력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것을 염려한 노벨 재단은 결국 2018년 노벨문학상의 선정을 취소했다. 한림원이 새로운 혁신안을 들고 올 때까지 노벨 문학상 선정 권한을 회수하겠다 밝혔고 상금의 지급을 거절했다.


한림원은 고민 끝에 기존 한림원 회원 4명과 외부 위원 5명으로 새로운 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총 9명의 위원회 중에는 여성이 5명, 30대가 2명이다. 올해는 후보로 추천이 들어온 8명을 두고 투표 없이 외부위원회에서 수상자를 결정했고 노벨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여 결정했다. 노벨위원회는 한림원에게 재정비의 기간으로 2년을 주었다. 따라서 새로운 위원회는 2018년부터 다음 해인 2020년까지의 노벨문학상을 선정하며 이후 선정 기관과 방식은 노벨위원회의 판단에 따른다.


노벨위원회는 위기에 단호하고 빠르게 대처했다. 전쟁이 발발했던 시기 말고는 거른 적이 없는 노벨상을 선정을 중단한 것은 재단으로서는 뼈아픈 결정이었을 것이다. 혁신안을 들고 와 안정적으로 선정할 수 있는 능력을 2년 안에 보이지 않으면 노벨상의 선정 권한을 회수하겠다는 것은, 노벨 문학상 선정기관을 명시한 노벨의 유언을 벗어나는 내 용인만큼 재단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이 있는 결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100년의 시간을 들여 쌓아 온 브랜드라 해도 추락하는 것은 순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노벨재단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고육책을 쓴 것이다.





시간이 없다. 빠르고 단호하게

2011년 2월 24일 목요일 밤, 크리스챤 디오르의 수석 디자이너인 존 갈리아노는 파리의 한 바에서 옆자리 손님과 언쟁을 벌이는 가운데 인종차별 발언을 내뱉었다.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에 그 발언이 고스란히 나온다.


“난 히틀러를 좋아한다. 당신 같은 사람들은 죽었어야 마땅하다. 당신들의 어머니와 조상도 사라졌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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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나치 옹호와 유대인에 대한 차별 발언은 금기중 금기다. 프랑스에서 반유대주의적 발언은 불법이며 갈리아노의 발언은 법적 처벌 대상이었다. 손님은 갈리아노를 고소했고 갈리아노의 발언은 언론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크리스찬 디올의 모회사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그 발언이 있었던 바로 다음날인 2월 25일 금요일, 존 갈리아노를 해임했다.


당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칼 라거펠드는 패션 잡지 <보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분노를 쏟아냈다.


"(갈리아노의 발언은) 패션의 이미지를 끔찍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패션 종사자와 디자이너가 그런 사람들이라 여길 것이다. 미칠 듯이 화가 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특히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대중에 알려진 공인이라면 그 어느 때보다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심지어 거리에서 술에 취해 걷는 것도 안된다. 그가 LVMH와 친구인 베르나르 아르노(LVMH 회장이자 갈리아노를 영입)에 끼친 손해를 생각하면 분노가 치민다... 디오르는 아르노가 가장 아끼는 브랜드였다. 이번 일은 마치 그의 자식이 다친 것과 같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샤넬, 펜디 등 세계적 브랜드를 이끌던 라거펠트는 브랜드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미디어의 힘이 전례 없이 강력하고, 바이럴이 빠르게 여론을 형성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한순간의 실수로 명암이 뒤바뀌는 일은 흔한 일이다.


소비자는 브랜드와 그 브랜드를 대표하는 인물을 연결지어 생각한다. 모 기업 대표이사의 추문이 뉴스에 나오면 바로 판매율에 영향을 미치고 주가가 떨어진다. 광고 모델도 마찬가지다. 추문이 확인되면 해당 인물은 다음날 광고에서 사라진다.


대중은 기다리지 않는다. 실추된 명예가 자연스레 아물거나 회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브랜드의 위기는 긴급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특히 인류의 보편적 정서에 반하는 인종차별 발언, 성폭력, 독재 옹호 등은 바로 선을 긋고 정리해야 한다. No mercy.



해임할 수 없다면,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을까?

한편 존 갈리아노처럼 해임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 위기를 관리하고 이미지를 상쇄해야 할까? 한 브랜드 위기관리 전문가는 "일단 갈리아노는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해야 하며 제정신이 아닐 때 벌어진 즉흥적인 실수였다고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유대인 친구 두 세명이 공개적으로 나서서 오랜 시간 알고 지낸 갈리아노는 반유대주의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증언해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더해 철저히 회개하는 모습을 보이고 분노조절이나 중독 치료를 받는 보습을 보이는 것도 좋다고 한다.


그 이후 갈리아노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건 브런치 북에 당선되면 정리해 올릴게요. 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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