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뱁새의 갈증

만족이라는 이름의 결핍

by 이주인

오래전 난 내가 작은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늦은 밤의 고요함.

잔잔하게 혹은 세차게 퍼붓는 빗소리.

뜨뜻미지근한 바람 부대끼는 나무 아래,

잎들 사이로 잔잔히 비치는 여름빛까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조금 의아한 일이다. 만족감 혹은 충분감은 결핍이 없을 때 느낀다고 생각했는데, 당시엔 뭐 하나 충족된 것이 없을 시절이었다.


모자람 없이 살아온 것도, 목표를 위해 달리다 넘어져 지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계절처럼 혹은 유행처럼 그때는 그 정도로 족하다 느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목마름에 시달린다.


이것은 꽤 이상한 일이다. 여전히 결핍되었으나, 조금이나마 충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무엇인지 모를 것을 자신에게 계속 요구한다. 이것은 마치 바닷물과 같이 마실수록 그 갈증이 깊어진다.


해갈의 걸림돌은 처음에는 내 능력 부족이라 생각했다가, 이후에는 욕구의 과잉, 만족의 결핍이라 결론을 내렸다. 할 수 있는 것들의 한계는 명확한 반면 원하는 것은 점점 더 많아졌다


결국 이러다 나는
“아무것도 만족하지 못하고 서서히 말라가겠구나”

라고 어느 날인가, 문득 벤치에 앉아 생각했다.


분에 넘치는 욕심과 모자라는 능력

그 사이 어디쯤에서

keyword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