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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전략 (The Strategy of Time)

편성(Programming), 시간을 설계하는 힘

by 성민기
시간도 전략이다

광고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언제 노출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점심 직전의 식품 광고, 주말 저녁 드라마 직후의 자동차와 주류광고, 그리고 출근길 지하철에서 노출되는 모바일 쇼핑 배너 등. 광고에서 시간은 심심한 배경이 아니라 상품의 핵심 자원이다.
특히 홈쇼핑은 이 진리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홈쇼핑은 시간으로 움직인다

홈쇼핑은 하루 24시간 중 20시간이 생방송이다.
상품은 편성표 위에서 살아 움직이고, 시간대별로 전혀 다른 성격을 띤다.

프라임 타임(저녁 8~11시): 가족이 모이는 시간, 고가 제품·가전·여행이 집중 편성된다.

주부 타임(오전 10시~오후 2시): 건강식품, 생활가전, 뷰티 제품이 강세.

심야 타임(자정~새벽 2시): 남성 고객, 1인 가구 타깃의 디지털·레저 상품이 잘 팔린다.

이처럼 홈쇼핑은 ‘상품의 특성’이 아니라 ‘시청자의 생활시간표’에 맞춰 편성된다.
즉, 상품이 고객을 찾아가는 시간 전략이다.

앞서 다루었던 마케팅 4P 중 Place로 확장할 수 있다.


종료 직전의 심리학
‘매진 임박’의 힘

방송 종료가 다가올수록 주문이 몰리는 이유도 시간의 힘이다.
“매진 임박!” “마지막 기회입니다!”라는 멘트는 생각 없이 하는 과장이 아니라, 남은 시간이 줄어들수록 선택을 강요받는 인간의 심리를 자극한다.

실제로 고객의 결제는 방송 종료 직전 몇 분 안에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홈쇼핑은 이 현상을 ‘분당 주문액’으로 관리하며, 시간을 가격으로 환산하는 시장을 만들어냈다.


공중파와 SNS의 편성 전략

편성은 홈쇼핑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공중파: 인기 드라마 직후에 이어지는 광고가 가장 비싼 이유.

유튜브: 프리롤 광고가 영상 시작 직전에 붙는 이유.

인스타그램: 점심·저녁 전후, 사용자가 가장 많이 접속하는 시간에 맞춰 노출 빈도를 높인다.

플랫폼은 다르지만 원리는 같다.
시청자가 가장 몰입하는 순간에 맞춰 등장하는 것.

그것이 바로 편성 시간의 힘이다.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매출을 지배한다

좋은 상품도, 멋진 광고도 시간을 놓치면 효과가 없다.
누가 고객의 생활 리듬을 더 잘 읽어내고, 그 순간을 점유하느냐가 곧 매출을 결정한다.

홈쇼핑의 편성 전략, 공중파의 광고 시간, SNS의 노출 타이밍까지.

마케팅은 결국
‘시간을 설계하는 기술’이다.


순간에서 시간으로

시간 시리즈 1편 시간의 기술(재핑)은 순간을 붙잡는 힘을, 2편 시간의 마술(PPL)은 순간을 몰입으로 바꾸는 힘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번 3편 시간의 설계는 그 순간들을 모아 시간을 지배하는 전략을 다뤘다.

다 함께 생각해 보자

“당신의 브랜드는
고객의 시간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가?”

참고문헌

방송통신위원회 (2011). 간접광고(PPL) 운영 가이드라인.

Kotler, P., Keller, K. L. (2016). Marketing Management. Pearson.

박성희 (2012). 방송 편성 전략 연구. 한국방송학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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