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게 만드는 신뢰
"말하는 사람의 믿음직함"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언제나 말이 오간다.
누군가가 말하면, 누군가는 듣는다.
그 순간, 말하는 화자와 청중 사이에서는 신뢰가 교환된다.
전문가의 스펙과 노하우, 그리고 화려한 지식은 때로 청중을 압도하는 동시에 혼란스럽게 만든다.
오히려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많이 아는가'를 증명하는 전문가보다, '내 말을 듣는 당신을 얼마나 쉽게 이해시키는가'에 집중하는 사람을 믿는다.
이렇게 신뢰는 단순함과 명확한 화자의 태도에서 만들어진다.
단순함이 곧 진정성이다.
화려한 어휘보다 쉬운 문장이 마음을 연다.
복잡한 내용을 쉽게 풀어내는 쉬운 말이 곧 '믿을 만한 사람'으로 각인된다.
쇼호스트로서 내가 배운 건
고객은 ‘말 잘하는 사람’보다 ‘믿을 만한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다.
말의 무게는 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명료함에서 생긴다.
아무리 논리적인 데이터와 화려한 스토리가 있어도, 말하는 사람이 신뢰받지 못한다면 청중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에토스(Ethos)의 힘이다.
*어원 : 그리스어 ēthos (ἦθος)에서 유래했으며, 원래는 '습관', '관습', '성격', '품성' 등을 의미
*정의 : 청중이 메시지를 듣기도 전에 화자에게 가지는 태도나 선입견을 포함하며, 강연이나 대화 과정에서 드러나는 화자의 지성(Intellect), 진정성(Goodwill), 도덕적 품성(Character)을 통해 구축된다.
곧 ‘화자의 신뢰’가 설득의 출발점이 되는 힘이다.
신뢰 없는 말은 공허하다
홈쇼핑 현장에서 수많은 제품을 소개하며 고객의 반응이 늘 궁금했다.
“고객은 왜 어떤 쇼호스트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고, 어떤 말은 흘려보낼까?”
대부분은 제품을 잘 설명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객은 제품 설명보다 먼저 쇼호스트의 태도를 읽는다.
“저 사람의 말은 믿을 수 있는가?”
“저 표정, 저 목소리에 진정성이 있는가?”
실제로 논문 연구결과에서도 같은 결과가 드러났다.
쇼호스트의 <신뢰도>가 고객의 구매 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는 상품의 기능이나 가격보다, ‘저 사람은 믿을 만한가?’가 구매의 결정 요인이었다.
TED 무대의 신뢰
Simon Sinek
Simon Sinek의 TED 강연 “Start With Why”는 6천만 뷰 이상을 기록하며 전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다.
그가 말한 “왜(Why)”의 메시지 자체도 중요했지만, 청중이 그에게 끌린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그의 논리나 슬라이드가 아니라, 그가 자신이 믿는 것을 진심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메시지를 분석하기 전에, 먼저 화자를 믿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이다.
그가 말한 “Why”보다, 사람들이 ‘화자’를 먼저 믿는 것이 바로, <에토스의 힘>이다.
신뢰를 만드는
단순한 언어와 태도의 3가지 기술
신뢰는 단순하고 정직한 내용(언어)과 흔들림 없는 태도(비언어)가 동시에 전달될 때 완성된다.
1. 신뢰를 만드는 언어: 솔직함을 더하라
복잡하고 멋이 들어간 말 대신 가장 쉬운 단어를 선택하라.
고객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신뢰는 깨진다.
추상적인 설명보다 "제가 직접 사용해 봤습니다"와 같은 구체적인 경험을 공유하라.
모르는 부분은 "확실히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처럼 솔직하게 인정하라.
그 솔직함이 오히려 신뢰를 만든다.
2. 긍정적 메시지: 방어심리를 해제하라
부정적인 언어는 청중의 방어 심리를 자극하지만, 긍정적인 언어는 수용성을 높인다.
예를 들어, "이 제품은 단점이 전혀 없습니다"라는 거짓된 완벽함보다, "장점은 명확합니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100명 중 99명의 고객이 만족했습니다"처럼 긍정적이되 진솔한 언어가 신뢰와 호감을 동시에 얻는다.
3. 비언어적 태도: 당신의 태도가 신뢰를 시각화한다
시선: 눈을 피하지 않고 시선을 유지하는 것은 곧 정직함의 표현이다.
속도: 말을 지나치게 빨리 하지 말자. 차분한 속도가 안정감과 권위를 만든다.
태도: 심리학자 Albert Mehrabian은 메시지 전달의 비중을 언어 7%, 음성 38%, 시각 55%라고 밝혔다. 이 수치는 ‘감정과 태도 전달 상황’에 한정되지만, 핵심은 명확하다. 당신의 차분한 표정, 단정한 복장 자체가 신뢰를 시각적으로 완성한다. 즉, 신뢰의 55%는 태도에서 나온다.
신뢰를 잃는 순간
신뢰는 쌓는 데 오래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한순간이다.
기업 CEO의 한 마디 실언, 정치인의 작은 거짓말, 연예인의 불미스러운 사건, 쇼호스트의 무책임한 과장 멘트는 곧바로 불매와 이탈로 이어진다.
오늘날 SNS 시대에는 그 파급력이 더 빠르고 치명적이다.
진정성과 긍정성이 만든 매출
쇼호스트는 단순한 판매자가 아니라 상품 체험의 대리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사용해 보고 좋았던 점을 소개하거나 영상을 찍어 설명을 보충해서 전할 때, 고객은 제품이 아닌 화자의 믿음을 산다.
“제가 집에서 사용하면서 가장 편리했던 점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와 같이 긍정적이면서도 단순한 멘트와 영상 하나가 고객의 반응을 바꾸는 사례는 매우 빈번하다.
제품 설명을 아무리 길게 하는 것보다, 내가 솔직하고 긍정적으로 경험을 전한 말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신뢰가 먼저다
논리(Logos)와 감정(Pathos)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신뢰(Ethos) 위에서만 작동한다.
에토스가 없는 로고스는 차가운 데이터일 뿐이고,
에토스가 없는 파토스는 공허한 감정일 뿐이다.
그리고 신뢰는 정직과 함께 긍정적인 언어와 태도에서 더욱 강해진다.
사게 만드는 말은 결국, 신뢰에서 출발한다.
참고문헌
Aristotle. (2007). On Rhetoric: A Theory of Civic Discourse. Oxford University Press.
Burgoon, J. K., Guerrero, L. K., & Floyd, K. (2016). Nonverbal Communication. Routledge.
Mehrabian, A. (1971). Silent Messages. Wadsworth Publishing.
Seligman, M. E. P. (2002). Authentic Happiness. Free Press.
Fredrickson, B. L. (2009). Positivity. Crown.
Sinek, S. (2009). Start With Why. Portfolio.
Gallo, C. (2014). Talk Like TED. St. Martin’s Press.
성민기. (2024). TV홈쇼핑 쇼호스트의 이미지와 특성이 건강기능식품 구매에 미치는 영향. 석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