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마다 달라지는 청중들 앞에서 말 잘하는 법
“말은 청중이 완성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 말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다.
청중을 ‘읽을 수 있는 사람’만이 그 힘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 한 걸음 뒤, 무대마다 달라지는 청중 앞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무대마다 청중은 다르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어떤 날은 웃음이 터지고 어떤 날은 썰렁하다.
말을 잘한다는 건 화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상태를 잘 파악하는 능력을 가진다는 뜻이다.
방송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카메라 앞의 수많은 시청자는 보이지 않지만 그날의 분위기는 매번 다르다.
예를 들어, 월요일 오전의 고객과 토요일 밤의 고객은 다르다.
월요일은 아침식사나 출근 준비로 분주하고 주말은 일주일을 마친 뒤 휴식을 즐긴다.
그런데도 같은 톤, 같은 속도로 말하면 그 독특한 시간의 공기는 쉽게 식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방송 전에 항상 공기의 온도를 읽으려 한다.
“오늘은 고객에게 어떤 하루일까?, 이 시간대의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에 집중한다.
그걸 느끼는 순간 말의 톤이 달라진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낮게 혹은 조금 더 밝게 말하게 된다.
특강이나 강연에서도 청중은 늘 다르다.
학생들은 반응이 빠르지만 집중이 짧고 직장인들은 고개는 끄덕여도 표정이 잘 안 보인다.
노년층 앞에서는 말보다 시선이 중요하고 청년층 앞에서는 유머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말을 잘하는 사람은 청중의 반응을 그때그때 수정하는 사람이다. 준비된 대본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본인의 언어로 그때그때 공기를 조율해야 한다.
처음 결혼식 사회를 볼 때도 그랬다.
신랑 신부보다 내가 더 떨리던 날, 나는 그 떨림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저도 오늘 많이 긴장했습니다.”
그 한마디에 웃음이 터졌고, 실제로 긴장도 풀렸다.
청중은 완벽함보다 솔직함에 반응한다.
그래서 말을 잘하는 사람은 자기 목소리보다 상대의 표정을 먼저 본다.
눈빛, 몸의 방향, 작은 숨소리까지 이 모든 것이 청중을 고려한 대화의 시작이다.
그걸 느끼면 말은 자연스럽게 리듬을 찾고 ‘호흡’을 공유하게 된다.
결국 무대는 연기도 좋지만 교감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말의 내용보다 말이 나오는 순간의 말의 온도가 중요하다.
그 온도를 맞추는 사람이 진짜 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청중을 읽는다는 건 결국 상황을 읽는 일이다.
리더십 연구자 허시(Hersey)와 블랜차드(Blanchard)는 상황에 따라 말의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것을 ‘상황적 리더십(Situational Leadership)’이라 불렀다.
누군가에겐 위로가 필요하고, 누군가에겐 확신이 필요하다.
스피치도 같다. 모든 무대는 다르고, 그 다름을 느끼는 감각이 바로 실력이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는 진정한 소통은 ‘이해받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그래서 잘 말하는 사람은 절대 말을 앞세우지 않는다.
먼저 공기의 흐름을 읽고 그 공기 속에서 자신이 어떤 말로 존재해야 하는지 느낀다.
그게 진짜 말하기의 기술이다.
참고문헌
Hersey, P., & Blanchard, K. H. (1969). Management of Organizational Behavior: Utilizing Human Resources. Prentice Hall.
Rogers, C. (1961). On Becoming a Person: A Therapist’s View of Psychotherapy. Houghton Miff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