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보다 택배를 기다릴 때 더 짜릿한 이유
사람들은 흔히 도파민을 ‘기쁨의 호르몬’이라 오해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도파민은 기쁨보다 기대에, 소유보다 추구에 가깝다. 이미 손에 넣었을 때보다 곧 손에 닿을 것 같을 때 뇌는 폭발한다.
도파민은 결과보다 과정에 끌리고, 완성보다 예고에 반응하며, 안정된 만족보다 불안정한 가능성에 먼저 움직인다.
뇌는 ‘예상치 못한 차이’를 먹고 산다
도파민을 마케팅적으로 쉽게 말하자면, 고객이 "이걸 가지면 내 삶이 바뀔 것 같다"는 상상을 하게 만들어, 현재와 미래 사이의 결핍을 느끼게 하는 '추구 엔진'이다.
신경과학적으로 도파민은 행복을 느끼게 하는 물질이 아니다. 그 역할은 훨씬 냉혹하고 명확하다. 바로 “멈추지 말고, 계속하게 만드는 것”이다.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가보자.”
이것은 성취를 향한 지치지 않는 동력인 동시에,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갈증의 근원이기도 하다.
뇌는 고정된 결과가 아니라 예상과 현실 사이의 ‘틈’에 반응하는데, 이를 ‘보상 예측 오류(Reward Prediction Error)’라 한다. 예상보다 좋으면 도파민이 폭발하지만, 예상과 같으면 지루함을 느끼고, 예상보다 나쁘면 실망한다. 우리가 뻔한 정답보다 ‘반전’에 열광하는 이유, 라이브 커머스가 녹화 방송보다 강력한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소유하는 순간 사라지는 마법
도파민은 ‘시작의 호르몬’이기도 하다. 상품을 주문하고 택배를 기다릴 때 수치는 정점을 찍지만, 막상 박스를 뜯고 물건이 내 것이 되는 순간 도파민은 차갑게 식는다. 뇌는 이미 ‘다음 목표’를 찾아 시선을 돌리기 때문이다.
이미 구입한 상품들을 되돌아 찾아보면 이해될 것이다.
수십 년간 홈쇼핑 무대에서 수많은 매진의 순간을 지켜보며 목격한 것도 바로 이것이다. 고객이 지갑을 여는 순간은 제품의 기능에 설득당했을 때가 아니다. “이것을 가진 뒤의 내 모습”이 영화처럼 상상되는 찰나다.
설명하지 말고, 예고하라
상품을 소개할 때 세밀한 스펙 나열은 뇌를 지루하게 하지만, 바뀔 것 같은 생기 있는 리듬은 도파민을 깨운다. 그래서 훌륭한 판매는 설명이 아니라 설레는 예고에 가깝다.
모든 정보를 주지 마라!
완결된 문장보다 여지에,
완벽한 답보다 다음 장면에 반응하게 하라.
도파민은 ‘결핍된 정보’를 스스로 채우려 할 때 가장 강하게 작동한다.
기대를 설계하는 기술
결국, 창의력(Creativity)이란 새로운 것을 만드는 능력이며, 동시에 ‘기대의 경로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앞서 다룬 관찰로 가능성을 발견하고, 조합으로 낯선 방향을 만들며, 전복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형식을 통해 기다림을 유도하는 것. 이 모든 설계의 끝에서 고객은 스스로 상상하며 미래의 장면을 완성한다.
결국, 최고의 크리에이터는 답을 정하지 않고, 가장 매력적인 질문(빈칸)을 던지는 자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강한 확신이 아니라, 손에 닿을 듯 말 듯 한 ‘조금 앞서 있는 기대감에 가득 찬 미래’다.
도파민은 오늘도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브랜드는, 당신의 말은, 오늘 누군가를 설레게 했는가? 그 설렘이야말로 사게 만드는 힘의 가장 강력한 에너지다.
참고문헌
Schultz, W., Dayan, P., & Montague, P. R. (1997). A neural substrate of prediction and reward. Science.
Berridge, K. C., & Robinson, T. E. (1998). What is the role of dopamine in reward? Brain Research Reviews.
Kahneman, D. (2011). Thinking, Fast and Slow.
Lindstrom, M. (2008). Buyology.
Heath, C., & Heath, D. (2007). Made to St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