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있었고, 누구에게나 있을 찬란한 그 순간
드라마를 꼼꼼히 챙겨보지는 않지만, 우연히 한 드라마에 푹 빠지게 되었다. 바로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작품이었다. 제주를 배경으로 모든 등장인물이 주인공이 되어 각자의 서사를 펼쳐가는데, 그 이야기는 때론 내 이야기 같기도 해서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모두는 각자 삶의 주인공이며, 살아있는 우리 모두 행복하라'는 작가의 응원이 마음에 와닿았을 때 나는 절절히 그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후 예전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 된 나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반짝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현재의 나를 나타내는 수식어는 어느 하나 반짝이는 것이 없다고.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져서가 아니라, 실제로도 그러했다. 이혼녀, 싱글맘, 경단녀. 무엇하나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없는 현실에 서글프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나는 언제나 반짝이고 있었다. 매 순간 좋아하는 일을 찾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왔고, 이혼녀가 된 후에는 보란 듯이 자유롭게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기적처럼 그렇게나 원하던 엄마가 되었고, 경력은 단절된 것이 아니라 방향이 변경된 것뿐이다. 사업에도 한 차례 실패했지만, 그로 인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순간들이 사실은 눈부시게 반짝거리고 있었는데, 스스로를 왜곡하여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것은 결국 나였다.
사람들에게 내세울만한 무언가가 있어야만 내가 반짝일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나는 타인의 평가에 민감했다. 자신을 증명해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다가, 그 노력에 스스로 지쳐버렸다. 높은 이상향으로 '밤하늘의 별'처럼 원하는 모습을 콕 찍어놓고는, 그렇게 되지 않으면 실망하고 좌절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세상에 빛나는 것은 수도 없이 많은데, 과거의 나는 왜 그렇게 닿지도 않을 이상향에 목숨을 걸었던 것일까. 마치 그렇지 않으면 내일을 맞이할 수 없는 사람처럼.
파란만장한 삶이 하나의 드라마라면, 나 또한 그 안에서 주인공이지 않을까. 모두에게 주목받는 삶은 아닐지언정, 스스로가 주인공이라면 충분히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날은 부서지는 파도를 만날 것이고, 어느 날은 고요하게 일렁이는 물결 위의 윤슬을 만날 것이다. 때로는 뭍으로 나와 폭신한 모래 위에 누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들은 찬란하게 빛날 것이라는 것에 이제는 희망을 걸고 싶다. 노희경 작가의 그 가슴 뜨거운 응원처럼, 모두가 각자의 삶을 더욱 사랑하고 더 많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