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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채 Feb 13. 2024

_모전 설화  母傳 說話


  마더의 꿈에서 당신은 그곳으로 향했다. 꿈속에서 당신은 그곳 사람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마더는 절묘한 타이밍에 꿈을 꿨다. 그 꿈은 현실의 상황과 잘 맞아떨어졌고, 그걸 아는 당신이 간밤의 꿈을 의뢰하는 경우도 드문 일은 아니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불안할 때면 꿈은 어떠했냐며 물어 보았다. 그러면 마더는 가까운 꿈에서 답을 구해 주었다. 그렇다고 꿈만 믿고 뭔가 할 리 없지만, 은근 의지가 되었다.

  당신도 때로 꿈을 꾸었다. 하지만 그 꿈은 용한 구석이 없었다. 물론 마더의 꿈도 늘 통하는 것은 아니고, 가끔 듣고 싶어 하는 답을 해준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것과 관계없이 마더의 꿈은 필요했다. 그 꿈은, 존재하는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맞으면 맞는 대로, 틀리면 틀린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당신의 나침반이 되어 주었다.

  당신은 마더의 꿈을 믿었지만, 마더의 믿음은 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마더는 매일 밤 잊지 않고 기도를 했다. 본인이 아닌 가족의 건승과 행복을 빌었다. 그리고 그 응답은 때때로 꿈으로 돌아왔다. 마더에게 꿈은 믿음의 응답이었다. 기도한 만큼 꿈꾸는 건 아니지만, 필요한 만큼 꿈을 꿨다.


  고로 그곳에 간다고 하자, 마더는 당신에게 말했던 것이다.

  “어쩐지 태몽에 그곳이 나오더니만…….”

  태몽은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던 마더에게 태몽의 무대는 어느덧 그곳이 되어 있었다. 예전에도 태몽에 관해 얼핏 들은 적이 있지만, 그때는 그곳이 아니었다. 아마도 대성당이 있는 북쪽 나라의 광장이라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신이 그곳에 간다고 하자, 무대는 이내 그곳이 되었다.

  그곳은 무덤이 있는 남쪽 나라의 정원이므로 극과 극이었다. 하지만 그 생김새가 닮은 면이 없지 않으니, 납득할 만한 오류라고 생각했다. 내심 꿈도 결국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고 느꼈지만, 당신은 그곳에 대한 믿음이 필요했다.


  머지않아 당신은 정말 그곳으로 향했다. 꿈 때문은 아니지만, 꿈으로 확신을 더했다. 그리고 꿈에서 그랬던 것처럼 모든 일은 순풍에 돛 단 듯 잘 풀려 나갔다. 이대로 별 탈 없이 그곳에 다다를 것 같았다.

  하지만 곧 꿈이 예고치 않았던 현실의 역풍이 불어 닥쳤고, 밀고 밀리는 사이 당신은 버티다 무너졌다. 결국, 그곳을 향한 당신의 여정도 멈추고 말았다. 가던 길을 돌아서며 당신은 생각했다. 운명처럼 다가오더니, 신기루처럼 멀어졌다고.

  떠밀리듯 돌아온 당신에게 마더가 말했다.

  “다 그렇게 되려던 거였단다.”

  당신은 이제 마더의 꿈이 무뎌진 거라며 비꼬듯 말했다.

  “해몽이 점점 달라지시네요?”

  좌절한 당신은 스스로의 부족을 마더 탓으로 돌렸다. 이제 마더의 꿈 따윈 절대 믿지 않겠다고 했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해몽은 결과론이고, 애초 마더의 꿈은 신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부족한 당신의 어리석은 투정일 뿐이다.


  시간이 흘러 연로한 마더가 꿈을 얘기하는 일은 줄어들었다. 조금씩 뜸해지더니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고 했다. 문득 당신 또한 더는 용하지 못한 꿈마저 꾸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더 이상 꿈꾸지 않는 날에야, 꿈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는다.

  물론 꿈은 꿈일 뿐 나머진 당신의 몫이다. 아니 당신의 몫이 더 크다. 다만 꿈은 불확실한 현실의 나침반. 비록 꿈보다 해몽일지언정, 마더는 꿈에라도 의지해 자식이 가려는 길에 순풍이 불기를 바랐다. 누가 당신을 위해 그처럼 꿈꿀 수 있을까.


  시간이 흘러서야 당신은 소망한다.

  그럼에도 언젠가 다시, 그곳으로 가는 꿈을 꾸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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