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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니 Mar 02. 2020

회사 가기 싫어라고 검색해본다

정성 들여 살아보자고 다시 다짐하는 새해의 마음 



121227 


회사까지 쉬게 한 심한 감기 몸살이 한 열흘, 그리고 좀 살만하다 싶어 지고 나니 윗입술의 수포들이 나를 또 한 열흘 동안 괴롭히고. 아효, 이제야 또 살만하다 싶었더니 매달 찾아오시는 그 손님이 오셨다. 허리와 아랫배에 묵직하고 지끈거리는 통증을 동반한 PMS, 그리고 이어지는 생리통. 이게 또 일주일은 갈 테지. 거진 한 달, 연말까지 내내 골골거리는 기분이다. 


출근하며 들은 팟캐스트에서 그런다. “나쁜 마음으로 하지 마세요.” 뜨끔, 마음이 서늘해진다. 요즘 회사 가기 싫어를 입에 달고 사는 게, 몸 컨디션도 컨디션이지만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나쁜 마음 탓도 있다. 해치우듯 살아가지 말자고, 너무 추운 출근길에 묵직하게 다짐해본다.


퇴근하고 좋은 데 다니기, 회사 근처에 근사한 공간이 참 많다




181228 


왜 그런 얘기가 나왔던 건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S는 주 5일 하루에 대여섯 시간 정도 일하면 행복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보다는 수요일 쉬고 주 4일, 여덟 시간 근무를 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했다. 얼토당토않은, 솜사탕같이 달콤한 상상을 했다. 


이번 주, 크리스마스 휴무로 4일 근무에, 마지막 금요일 단축 근무라 여섯 시간만 일하고, 환할 때 퇴근을 하는데 어찌나 행복하던지. 행복했다. 올해 출근이 딱 하루 남았다. 내년에는 바쁜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 될 거라고 또 다짐해본다. 바쁘니까 대강 살아버리는 게 제일 손해다. 내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부디 내 주변 모든 이들이 무탈하고 무사하길. 


인테리어의 완성은 조명이라던가




190102

 

새해 첫 출근. 

출근하자마자 휴가 신청서를 올렸다. 점심을 먹고 들어오니 결재 완료 메일이 도착해 있다. 오예.


점심시간에 날씨 얘기가 나왔다. 날씨는 더위, 추위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동료 대부분은 추위가 너무 싫다는 분위기인데 나랑 R만 더위가 아주 끔찍하다는 얘길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있던 C가 R에게 말했다. "왜? R은 키도 크고 날씬해서 여름에 민소매 원피스같이, 시원한 거 입으면 예쁠 것 같은데. 얼굴도 하얗고." 

C는 말하지 않았다. '키도 안 크고 안 날씬하고 얼굴도 안 하얀 사람은 더위가 끔찍할 만도 하지.'라고. 하지만 나는 어쩐지 그런 이야기를 면전에서 들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꼭 말을 해야 전달되는 건 아니다. 이런 건 뭐, 상처를 받거나 할 일은 아니지만. 다만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다짐하게 될 뿐이다. 나는 조금 더 섬세해질 거야. 


더위에서 연말 연초에 대한 주제로 대화가 이어졌다. 연말 기분도, 그렇다고 새해 기분도 못 느낀다는 동료들 사이에서 어쩐지 좋은 마무리와 좋은 시작을 하고 있는 나는 입을 다물었다. 꼭 모든 걸 말해야 되는 건 아니니까. 




190103

 

퇴근길, 브런치를 열었다가 혼자 피식 웃었다. 내 브런치 유입 키워드가 '회사 가기 싫어'다. 


상상해본다. 

새해 첫날은 쉬고, 첫 번째 출근 날. 몸은 천근만근이다. 해를 세는 숫자는 바뀌었고, 달력도 새것인데, 내 상황은 달라진 것도 새로워질 것도 없다. 아아 첫 출근부터 지겹다. 근데 나만 이래? 남들은 다 힘차고 새로워? 남들은 얼마나 불행한지 보기 위해 브런치 앱을 연다. 그리고 검색창에 글자를 써넣는다. “회. 사. 가. 기. 싫. 어.” 


다리를 질질 끌며 출근하는 누군가를 상상하며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내가 얼마나 회사 가기 싫었으면, 얼마나 죽는소릴 써댔으면, 회사 가기 싫은 사람들이 내 브런치로 유입이 됐을까. 웃음 끝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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