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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별 아나운서 Sep 25. 2020

회사에서 만든 콘텐츠는
내 콘텐츠가 아니다

[AI가 방송하면, 아나운서는 뭐해? #03]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저 저의 경험일 뿐이었는데,

플랫폼을 만나 콘텐츠가 되고 나니 

그 성장 속도는 대단했습니다.


성장과 진화의 폭도 다양하고 넓었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느낀 생각들은 글이 되었고,

그 글은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만나 에세이가 되었습니다.

책 속의 내용들은 가사가 되었고,

사운드 클라우드라는 플랫폼을 통해 뮤지션과의 협업으로 이어져 

저의 싱글 음반이 되었습니다.

<네가 웃으면>이라는 싱글 음반을 내면서 저작권 협회와 가수 협회 등록을 했고,

정식으로 가수와 작사가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쇼케이스 행사’까지 열었네요.

물론 금전적인 이득을 위한 영리 활동은 아니었지만,

지금도 매 분기 저작권 정산 때면 

평양냉면에 고기 몇 점은 먹을 수 있는 소소한 용돈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또한 저의 일상 경험은 영상이 되어 유튜브 콘텐츠가 되었고,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의 알고리즘 연결로 

각종 강연과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다양한 뉴미디어 플랫폼 제작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출연을 넘어 기획과 제작도 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가 아닌 크리에이터로의 활동이지요.

롯데를 비롯한 많은 기업과 정부 부처가 

아빠 육아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강연으로도 이어졌습니다.

그곳에서 저도 직접 그 분들을 만나서 얘기를 듣고 배우면서 

또 다른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고요.

콘텐츠가 콘텐츠를 낳고 있습니다.

가족이 늘어가고 있어요.

물론 아나운서가 아닌, 작가, 가수로의 활동이었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정식 승인을 받을 수 있었고,

필요한 경우에는 겸직 신청을 해서 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가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신경을 못 썼는데,
콘텐츠라는 저의 ‘자식’은 알아서 잘 크고 있었습니다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콘텐츠가 확장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신이 났습니다.

하나를 알려준 자식이 스스로 10, 100이 되는 모습을 보는 부모의 마음처럼 뿌듯했습니다.

가족이 늘어가면서 책임질 일도 많아졌습니다.

부지런히 공부하고, 치열하게 준비하는 제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콘텐츠의 힘, 콘텐츠의 선순환 구조를 확인할수록  준비해야할 것이 참 많았습니다

콘텐츠의 확장과 진화는 준비 한만큼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수트의 완성은 바로, 아기띠!




회사에서 만든 콘텐츠는 내 콘텐츠가 아니다


플랫폼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콘텐츠를 확장하다보니,

콘텐츠끼리의 연결 구조가 보이더군요.

제가 만든 콘텐츠는 서로 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찍고 편집했던 영상들이,

싱글 음반의 뮤직비디오가 되었고,

강연에서 그 뮤직비디오를 보며 노래도 불렀습니다.

강연에서 나온 질문들은 또 다른 글의 소재가 되었고,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나눈 얘기들은 

또 다른 Q&A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선순환 구조를 이루며 공생하는 콘텐츠의 힘이었습니다.


육아 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하면서 

회사 뉴미디어팀에서 좋은 제의를 받았습니다.

뉴미디어팀 론칭부터 시작해서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기획에도 참여하는 크리에이터 역할.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좋은 제안을 주셨습니다.

저는 직접 콘텐츠를 만들면서 경험한,

콘텐츠의 확장과 순환의 가능성을 

회사 뉴미디어팀에 적용해보고 싶었습니다.


결과는 실패.

그 안에서 저만의 콘텐츠의 확장은 불가능했습니다.

그건 저 이외의 다른 크리에이터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좋은 영상도 많이 만들었지만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메시지의 콘텐츠들이 충돌하는 실패들을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결국 핵심은 콘텐츠에 ‘맞는’ 플랫폼,

플랫폼에 ‘맞는’ 콘텐츠였습니다.


유튜브가 핫하다고 해서

방송 영상을 그대로 유튜브에 올린다고 뉴미디어가 되는 것이 아니듯,

틱톡이 뜬다고 기존 영상을 15초만 잘라서 올린다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 아니듯,

플랫폼과 콘텐츠가 맞아떨어져야 했습니다.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하는’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었습니다.

백화점 식 구성으로 플랫폼에 접근하면 알고리즘은  헷갈립니다.

‘알 수 없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여러분과 저를 만나게 하는’ 세상에서 

알고리즘조차 헷갈리는 콘텐츠는 

절대 내가 원하는 타겟층에 닿을 수가 없습니다.

그 타겟층이 누군지 모르고,

소위 ‘얻어걸리는’ 요행을 바란다면 더 문제겠지요.


‘KBS’와 ‘아나운서’ 제 앞에 붙었던 수식어를 버리고,

메시지에 주목했을 때 비로소 ‘터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침 회사도 사원들의 유튜브 활동에 

‘회사명’이나 ‘직종’이 직,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내려놓았습니다.

‘나만의’ 콘텐츠를 가져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저를 드러내지 않고,

채널 3개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실험 중입니다.

콘텐츠와 메시지만으로,

더디지만 유의미한 경험들을 쌓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차근차근, 성실하게 말이죠.

과연 유의미한 ‘성과’까지 생겼을 때,

당당하게 ‘나만의’ 콘텐츠로

<아나운서 저널>에 제 채널을 공개할 날이 오게 될까요?


다음 스텝을 밟고 있는 지금, 가슴이 뛰는군요.



결국 핵심은 콘텐츠에 ‘맞는’ 플랫폼, 플랫폼에 ‘맞는’ 콘텐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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