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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킴 starkim Mar 09. 2018

‘언제 들어와?’의 진짜 의미

“언제 들어와?”

육아휴직을 하기 전에는 몰랐다. 이 말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아내가 출근하고 난 후부터 퇴근해서 돌아올 때까지 아이와 단둘이 있으면서 아내를 기다리다 보니, 남편의 귀가를 기다리는 아내 마음을 알게 됐다. 회사에 있을 때는 바깥세상이 멈춰 있는 줄 알았다. 바깥세상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숨 가쁘게 진행되는 생방송과 촬영에 내 상황이 가장 긴박하고, 제일 심각한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이와 함께 있는 세상은 더 치열했다. 아이의 칭얼댐을 견뎌야 하고, 아이의 배고픔을 민감하게 느껴야 하며, 아이의 불편함을 함께 감내해야 했다. 아이가 졸릴 때를 동물적 감각으로 알아채야 하고, 어딘가 불편하지는 않은가 늘 확인해야 했으며, 기저귀는 습관적으로 만져봐야 했다. 그러면서 집안일도 해야 했다. 끝없는 반복. 신경은 아이에게, 몸은 집안일에 묶여 있었다. 회사에 있을 때는 내 몸 하나만 건사하면 됐지만, 육아는 그렇지 않았다. 내 몸도 건사하기 힘든 상황에서 아이까지 돌봐야 했다. 오전과 오후가 달랐다. 오전은 버텼고, 오후는 기다렸다. 아내의 퇴근을 기다렸다. 정말 간절하게. 나도 모르게 퇴근 시간이면 아이를 안고 베란다 쪽으로 가서 ‘엄마가 어디쯤 오고 계실까?’하고 말을 걸었다. 가끔 버스 정류장에 마중 나가거나, 아이와 함께 동네를 산책하면서 아내를 기다리기도 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기다림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는 날들이 이어졌다.


회사에 있을 때는 바깥세상이 멈춰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언제 들어와?”


아내가 출근할 때마다 물어보는 이유는 단지 아이 보는 게 힘들어서가 아니다. 외롭기 때문이다. 감정적인 외로움. 아내가 없는 시간에 육아를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하는 부담감. 아이와 함께 있어도 때로는 외로운 순간이 찾아온다. 내가 없으면 돌봐줄 사람이 없는 아이. 온전히 나만 바라보는 아이와 둘이 있으면 때로는 두렵고 무섭다. 내 몸을 건사하는 건 나를 위해서가 아니다. 아이를 위해 나는 아프면 안 된다. 아플 수 없다. 힘을 내야만 한다. 아이와의 시간이 행복한 만큼 짊어져야 하는 책임도 크기에. 아이에 대한 책임이 커질수록, 아이로 인한 행복이 커질수록 깊은 외로움이 찾아온다. 그래서다. ‘언제 들어와?’의 의미는 나 좀 알아달라고, 감정적으로 너무 외롭고 힘드니까 좀 알아달라고. 알아주기만 해도 힘이 될 것 같다는 일종의 애원이다. 지친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에둘러 표출한 마음의 소리다.

아내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안심이 된다.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기면 함께할 거라는 믿음. 이 감정이 사람을 얼마나 편안하게 하는지, 얼마나 큰 안정감을 주는지 밖에서 일할 때는, 육아휴직을 하기 전까지는 몰랐다. 육아에서 가장 힘든 건 한순간도 아이에게서 신경을 놓을 수 없다는 점이다. 몸이 떨어져 있을 때도 신경은 떨어질 수 없는 정신적 밀착. 이것을 지속하면 아무리 강한 사람도 지칠 수밖에 없다.

많이 힘들다. 많이 외롭다.

육아휴직 전에는 아이와 함께 있어서 생기는 외로운 감정을 짐작조차 못했다. 경험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여러 감정을 나는 지금 몸으로 겪으면서 발견하고 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 마음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의 육아휴직은 성공이다.



지친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에둘러 표출한 마음의 소리. 육아휴직을 통해 나는 조금이나마 알게됐다.



 ‘언제 들어와?’의 의미는
나 좀 알아달라고,
감정적으로 너무 외롭고 힘드니까
좀 알아달라고.
알아주기만 해도 힘이 될 것 같다는
일종의 애원이다.



<라테파파> ‘언제 들어와?’의 진짜 의미-김한별




<라테파파> KBS 김한별 아나운서 육아대디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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