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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무게
- 이경준
소나무의 척추가 무겁다
갈비뼈마다 서늘한
습설이 관절을 잠그고
허옇게 내린 3월의 눈
꽃망울 기다리던 가지 위로
소름마저 동결시키는 침묵이
겨울은 길었다
텅 빈 말들이 축축한
눈송이처럼 도시를 새하얗게
시렸다
창밖으로 흐릿한 날들이
지워진 경계 너머로
지워지지 않을 그림자
기어이 눕히려 봄가지를 덮고
날선 서릿발이 얼리는
봄꽃의 숨결
땅속 벌레는 동사하지 않으려
어둠 속에서 꿈틀댔다
푸른 소나무
눈의 무게를 견디며 비틀린
등을 펴려는 찰나
열린 문 사이로
겨울이 다시 비집고 들어와
봄숨을 훔쳐 간 하루를
나뭇가지 끝에 머문
빛방울
방울마다 눈송이 하나씩
속삭이듯 녹여간다
두터운 눈이불 아래 벌레들
숨을 고르고
봄바람에 기지개를 켤
기억을 깊이 눌러 심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