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지만 벌써 Covid-19 이후 재택을 시작한 지 1년이 돼간다. 이렇게 길어질 줄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에 어색했던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도, 이제 요령도 생기고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듯하다. 오히려 예전에 사무실에서 어떻게 일했는지 까마득하게 느껴지고, 어색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백신 접종이 증가하면서, 구글, 애플과 같은 IT 기업들을 시작으로 슬슬 사무실 복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슬픈 사실은,
우린 다시 팬데믹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팬데믹 이후의 오피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무엇이 새로운 사무실의 에티켓이 될 수 있을까? 이번 주 이코노미스트 매거진에 실린 < 새로운 사무실 에티켓, The new office etiquette > 기사를 중심으로, 코로나 시대의 꼭 지켜야 할 오피스 매너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팬데믹 기간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콕 하며 지냈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들도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긴 시간을 인내하며 기다려왔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가족 여행이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면, 주변에 자랑하지 말고 추억으로 넣어두는 게 좋을 것이다. 아무리 격리 기간 2주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팬데믹 기간 동안, 당신의 ‘무모한’ 여행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격리기간에 여행을 다녀온 것을, 마치 역경을 뚫고 모험 가득한 경험을 한 것처럼 늘어놓는 것은 득 될 것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이런 여행담은 본인 스스로가 남을 배려하지 않고,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게 할 수 있도 있다. 또한, 방콕 하며 인내했던 사람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업무를 집에서 육아와 병행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재택근무는 큰 도전이자 시련이다. 화상 미팅 중간에 아이가 울며 보채거나 깜짝 등장하는 것은 비일비재하고,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에 강제 참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런 동료에게, 본인은 격리기간 동안, 수많은 줌 (zoom) 미팅에도 모두 참여하면서, 아이들에게 그리스 전집도 읽어주고, 수학도 가르쳐줬다고 자랑하지 말자. 중요한 온라인 미팅에 참여하기 위해, 아이에게 유튜브를 틀어주고 방치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부모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할 필요는 없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옛말이 있다. 팬데믹의 여파로, 살짝 마른기침만 하여도 주변 사람들이 긴장하기 마련이다. 이는 팬데믹 이후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물론 Covid-19과 감기는 엄연히 다르다 하더라도, 일단 멀리하고 싶어진다. 예전에는 미열이 있거나 단순히 콧물을 훌쩍 거리는 정도면, 당연히 사출근해서 근무해야 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책상에 휴지를 쌓아놓고 따뜻한 티를 마시면서, 일상 업무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에, 누군가 당신 책상 위에 휴지가 쌓여 있는 것을 보면, 절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프면 당연히 쉬어야 하겠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조그만 증상만 보여도 무조건 쉬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게 서로를 위해서도 안전할 것이다.
팬데믹 전에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무용품과 공간을 동료들과 공유하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문고리, 전등 스위치, 프린터 버튼 등,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닿는 것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일단, 가능한 자주 손세정제를 사용하거나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할 것이다.
회의가 끝나고 나갈 때, 여러 사람이 번갈아 문고리를 잡지 않도록, 한 사람이 문을 잡아주는 것도 좋은 오피스 매너가 될 것이다. 요즘 일부 공공 화장실은 문을 발로 열 수 있도록, 문 하단에 발걸이 장치를 해놓은 것도 좋은 예시일 것이다.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사내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바꾸어 가고 있다. 사무실에 복귀했을 때도, 모두가 출근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을지 모르겠다. 전처럼, 모든 사람이 자기 책상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핫 데스킹(hot desking, 유연 좌석)’시스템을 적극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도서관 좌석 시스템처럼, 본인이 출근하는 날에 공용 책상을 미리 예약해두는 것이다. 누군가와 자리를 공유하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때, 공용 책상에 음식물이나 자신의 개인물품 또는 중요한 메모를 놔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사용 후 다른 사람을 위해 깨끗하게 닦아두는 것도 사무실 에티켓이 될 수 있다. 만약, 사무실에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개인 사물함을 구축해 별도로 중요 물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Social Distancing)’는 사무실에서도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야 할 것이다. 예전에 비해, 거리가 완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심리적 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 의자를 당겨와서 옆에 같이 앉는다거나, 상대방과 팔이나 다리가 닿지 않도록 거리를 충분히 유지해야 할 것이다.
특히 책상에 기대어, 모니터를 손가락을 가리키며 설명하는 것은 참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엘리베이터에서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안에 있다면, 다음 것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화상 미팅에 많은 시간을 쓰다 보니,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도 이에 맞게 적응한 듯하다. 한 조사에 의하면, 화상 콜을 할 때, 심리적으로 상대방이 멀리 있다는 생각이 들어, 사람들의 목소리가 약 15% 더 크게 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서로 직접 대면해서 대화할 수 있는 사무실에서, 굳이 화상 통화할 때처럼 큰 목소리로 말할 필요는 없다.
주의할 점은, 서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서 천천히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 보니, 상대방의 입모양을 읽을 수 없고 작게 말하면 웅얼거리게 들릴 수 있다. 크게 말하지 않더라도, 천천히 또렷하게 말하는 습관을 가지면 좋을 것이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굳이 옷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운동복과 반바지 차림에 매우 익숙해진 듯하다. 화상 미팅 시, 상의만 갈아입고 하의는 여전히 잠옷 차림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이런 편안한 옷차림에 익숙해져, 사무실에 복귀했을 때 여전히 ‘집콕 패션’을 고집해서는 안될 것이다.
어쩌면,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사무실 패션이 유행할지도 모르겠다. 예전의 양복과 넥타이 대신, 조금은 느슨한 세미 캐주얼이 대세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도, 집에서 편하게 입는 옷을 그대로 입고 오지 않는 것 또한 새로운 사무실 에티켓이 될 것이다.
재택근무가 종료되고 사무실 복귀가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사무실 출근을 꺼리는 동료들이 있을 수 있다. 본인 건강상의 이유가 될 수도 있고, 가족들 중 환자나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계실 경우, 감염에 대한 우려로 외부 접촉을 자제하는 경우가 그렇다.
혹, 주변에 출근을 불안해하는 동료가 있다면, 최대한 배려하고 이해하는 분위기가 필요할 것이다. 출근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들을 제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같이 참석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고 배려해야 할 것이다. 언젠가 그게 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재택근무 중이고, 회사에서 사무실 복귀 계획에 대한 공식 발표는 아직이다. 아마도 올해가 가기 전에 소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새로운 사무실 에티켓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사무실로 복귀할 준비가 되었는지’ 일 것이다. 나뿐 아니라, 우리 가족들, 그리고 나를 둘러싼 환경들이 나의 회사 복귀를 도울 준비가 돼있는지도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동료 중 한 명은, 자기가 회사로 복귀하면 집에 있는 강아지를 돌볼 수 없기에 걱정이라고 한다. 예전처럼, 다른 곳에 맡기는 것도 힘드니, 팬데믹 이후의 사무실이 애완동물도 고려했으면 좋겠단다. 사무실로 복귀할 직원들도 고민이 많지만, 이들을 성공적으로 다시 복귀시켜야 하는 담당부서나 경영진들의 고민도 클 것 같다.
정답은 없을 것이다. 상대를 더욱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이, 결국 팬데믹 이후 새로운 사무실의 에티켓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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