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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랜드 May 26. 2021

직장에서 만나고픈 'MSG워너비'

(ft. 놀면 뭐하니)

요즘 화제성 1위는 단연 MBC <놀면 뭐하니>의 'MSG워너비'프로젝트, 일명 슈퍼 신인 보컬그룹 경연이다. 최종 8인에 오른 두 팀 '정상동기'(김정민, 사이먼 도미닉, 이동휘, 이상이)와 'M.O.M'(지석진, 박재정, 원슈타인, KCM) 은 이름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멤버들로 구성돼있다. 이미 가수로 정상을 찍었던 멤버에서부터, 뜻밖의 반전 가창력을 선보인 멤버까지 경력과 이력도 참 다양하다. 나이 또한 많게는 1966년생 50대 중반에서부터 1995년생인 20대 중반 막내까지, 무려 30여 년 차이가 난다.


음엔 이렇게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이들이, 과연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들은 보란 듯이 너무나 멋지게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화음으로 진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들의 팀 결성 후, 경연을 위해 본격 연습을 하는 과정을 보며, 문득 직장에서도 이런 'MSG워너비'같은 팀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6년생부터 95년생까지, 'MSG워너비'는 다양한 멤버들로 구성돼있다




너희가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


멋진 공연을 마친 후, '정상동기'팀의 맏형인 김정민 씨는 "너희가 밥상 차린 거에 나는 숟가락만 얹었다"고 말하며, 모든 공을 멤버들에게 돌린다. 알다시피, 김정민 씨는 과거 가요계의 최정상을 차지한 적이 있는 사람이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후배들에게 '니들이 음악에 대해 뭘 알아'하고 무시할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과거의 화려함을 내려놓고, 지금 이렇게 젊은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음을 진심으로 감사해했다.


회사에서도 과거 화려한 경력을 가진 상사 밑에서 일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십수 년 전의 전성기에 젖어,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일명 'Latte is horse (라떼는 말이야 = 나 때는 말이야)'식의 무용담을 무한반복 재생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방식만을 강요하고, 경력을 앞세워 밀어붙이기도 한다. 이에 비해, '정상동기'팀에서 가장 화려한 가수 경력을 가진 김정민 씨가 팀의 성과를 젊은 멤버들에게 돌리고, 자신을 낮추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또한,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같은 팀 멤버인 쌈디 씨는 "가요 톱 10에서 뵙다가, 같이 노래하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며 김정민 씨를 향한 애정을 표현한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화려했지만, 지금은 실적을 내지 못하고 다소 한직으로 밀려난 선배나 동료에게 먼저 다가가, 당신의 화려했던 때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당신을 아직도 존경하고 있다고 표현해보면 어떨까. 아마 그 사람은 당신을 위해 없던 기회도 만들어주려고 할 것이다.




'야! 너희는 KCM이 없지? 우린 있어'


'M.O.M'팀의 맏형인 지석진 씨는 경쟁 팀을 향해 '우리 팀엔 KCM이 있어! 그게 얼마나 다른지 보여줄게' 하고 당당히 선언한다. 노래 순서와 마디를 정할 때도, 무대 경험이 많은 KCM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주고, 무한 신뢰를 보인다. KCM 씨 또한 큰형 지석진 씨가 돋보일 수 있도록 첫 도입부를 그를 위해 내어 주며 배려한다.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큰 형의 독백과 맑고 투명한 막내 원슈타인의 목소리를 부각시키고, 본인은 뒤에서 풍성한 화음으로 서포트한다.


회사에서 내 상사가 지석진 씨처럼, '난 당신만 있으면 된다!'며 내 가치와 잠재력을 믿고 힘을 실어준다고 생각해보자.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우린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고자 할 것이다. 이때 자만하지 않고, 더욱 몸을 낮춰 팀을 배려하는 KCM 씨의 모습에서도 성숙함이 느껴진다.


대개 회사는 평가와 경쟁을 통해 승진과 보상이 이뤄지다 보니, 남보다 돋보이고 주목받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M.O.M팀이 보여준 것은 오히려 그 반대다. 처음에 서로의 목소리가 강해 화음이 어긋나자, 서로의 음을 감싸줄 수 있도록 각자의 개성과 볼륨을 조정하며, 기꺼이 서로의 배경이 되어준다. 이런 팀에서 최고의 하모니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놀면 뭐하니>의 'MSG워너비' 프로젝트. 최종 멤버 8명과 제작자 '유야호'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


최종 'MSG워너비'멤버 선정을 위해 두 팀이 경합을 벌였지만, 최종 멤버로 8명 모두를 선발하겠다는 과감한 결정을 하게 된다. 오디션의 처음 원칙에 어긋나는 파격적인 결정이다. 이에 대해, 찬반 논란이 일자 제작자 '유야호 (유재석)' 씨는 이 결정에 대해 전적으로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말한다.


제가 결정을 하고, 제가 판단을 내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지겠다고 얘기를 드렸기 때문에,
말 그대로, 이 결정 또한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 <놀면 뭐하니> '유야호' 제작자 대사 중


흔히 회사에서 일이 잘못되거나 어긋날 경우, 본인이 모두 책임지겠다며 선뜻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회사의 경영진이나 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슬쩍 떠넘기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이렇게 '유야호' 제작자처럼, 소신 있는 과감히 결단을 내리고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겠다는 책임감 있는 리더와 함께라면, 어느 조직원이 같이하길 마다하겠는가. 아마 그 길이 가시밭 길이라도 함께 하고 싶을 것이다.  




<놀면 뭐하니> 이번 'MSG워너비' 프로젝트가 인기인 이유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서 나오는 멋진 팀워크와, 이를 통해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운 하모니에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이들은 서로의 작은 퍼포먼스 하나에도 '와우! 미쳤다!' 감탄사를 외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워준다. 리더는 이런 멤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이들이 맘껏 실력을 발휘할  있도록 모든 과는 본인이 책임지겠노라고 말한다. 이런 회사에서, 이런 팀에서 일할  있다면, 매일 회사 생활이 '유야호~!'   같다. 언젠가 스스로 이런 조직을 만들어가겠노라고 '상상에 상상을' 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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