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에게 ‘아미(ARMY)’가 있는 것처럼
지금은 금수저, 은수저라고 부르지만, 예전에는 신라의 골품제도에 비유하고는 했다. 성골과 진골인 왕족 신분과 그 아래 6두품, 5두품 … 1두품인 백성과 하인 계급으로 나눠지듯이 말이다. 이런 신분계급은 신라 시대뿐이라, 21세기를 사는 현재, 우리 주변에도 존재하는 것 같다.
물론 회사도 예외가 아니다. 이는 과장, 대리와 같은 직급 차이와는 조금 다르다. 같은 대리여도, 진골 출신 대리가 있고, 3두품 출신 대리가 있는 셈이다. 상사와 같은 동문이거나, 이미 두터운 친분과 신뢰가 쌓여 사랑을 듬뿍 받는 동료가 있는가 하면, 화려한 백그라운드를 자랑하는 동료들이 있다. 그들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매번 승진에서 탈락하거나 밀려나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렇게 빽 없는 사람은 위로 올라갈 수 없는 것일까? 그저 하위계급이나 노비로 살 수밖에 없도록 이미 운명 지어진 것일까?
이러한 빽의 중요성은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미국 시장 또한 아메리칸드림을 외치며 무한히 열려있을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인종, 종교, 성별에 대한 수많은 차별과 보수적인 시각들이 존재하고 있다. 사회의 주류는 예전부터 권력을 잡고 있던 백인 남성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업계 곳곳에서 최초의 여성 리더, 최초의 흑인 리더라는 소식이 메인 뉴스가 되고 있다.
특히 가장 보수적인 분야 중의 하나는 영화, 음악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일 것이다. 이 분야는 엄청난 돈과 권력, 정치, 문화적 요소에 의해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아시아권에서는 그저 선망의 대상일 뿐 섣불리 발을 들여놓기 쉽지 않은 곳이었다.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진골과 성골의 세계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벽을 허물고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고, 심지어 매번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그룹이 있다. 바로 한국의 BTS 다. 당신이 BTS 팬이든 아니든 중요치 않다. 이들이 만들어낸 업적과 성과는 정말 놀랍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처음 이들은 미국은커녕 한국의 주요 방송, 미디어의 관심을 받지도 못했다. 중소 기획사 출신으로 한국에 수없이 쏟아지는 아이돌 보이 그룹 중 하나에 불과했다. 어떻게 힘도 없고 빽도 없던 그들이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서 세계 정상을 차지할 수 있었을까?
이미 이들의 성공요인을 다각도로 분석해 놓은 좋은 논문과 리포트들이 많이 있다. 이런 모든 분석에서 공통적으로 꼽는 BTS의 성공요인은 그들은 ‘아미(ARMY)’라는 글로벌 팬덤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BTS는 팬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 라이브 채널, 트위터 등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그들의 방식과 채널로 적극적으로 팬들과 소통하였다.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데뷔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그들은 ‘아미’에게 먼저 다가갔다. 매 수상 소감마다 수상의 영예를 ‘아미’ 덕이라 칭송하고 감사해하길 마다하지 않는다. 그닥 주목받지 못한 데뷔 때부터 당당히 빌보드 1위 정상을 차지한 지금까지, 슈퍼스타라는 화려함보다, 마치 옆집 형, 오빠, 동생처럼 그들은 팬들과 함께 하고자 했다. 그 꾸준한 진정성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 팬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BTS에게 ‘아미’가 있다면, 직장인들에겐 그들의 ‘고객’이 있다.
‘아미’가 BTS를 신뢰하고 지켜주는 것처럼, 회사에서 나를 지켜주고 힘이 돼 줄 사람은 내 윗사람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고객’인 것이다. 회사에서 아무리 진골, 성골인 동료가 있다고 해도, 만약 고객들이 나를 원한다면, 내가 만든 제품과 프로젝트에 열광한다면, 나는 고객과 회사가 원하는 ‘슈퍼스타’가 될 수 있다.
보통 빽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위를 바라본다. 누군가 나를 선택해주었으면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옆과 주위를 살펴야 한다. 회사에서 정말 무서운 것은 상사가 아니라 내 고객이다. 소비자의 말 한마디에 귀 기울이고, 어떻게 하면 그들이 답답함을 풀어줄 수 있을까 진정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내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고객의 어려움을 돕고 싶다는 진정성, 그들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그 마음이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한 꾸준함이 마침내 ‘아미’와 같은 ‘고객 팬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굳어버린 출신, 지연, 학연은 내가 어떻게 바꾸기 힘들다. 상사가 날 좋아하게 만드는 것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나 스스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들마저 없다면, 나는 영원히 3두품에 머무룰 수밖에 없을 운명이었을 텐데, 그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결국, 고객의 성공에 집중하고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빽없이도 회사에서 성공하는 지름길이란 걸 다시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