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동백꽃이 활짝 피었어! 몇 년 동안 피지 않더니, 올해 빨간 동백꽃이 너무 이쁘게 피었어!'
전화기에서 소녀처럼 한껏 들뜬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동백꽃이 어떻게 생긴 꽃이지 잠깐 생각했지만 잘 기억나지 않았다. 엄마가 카톡으로 보내온 사진을 본 후에야 깜짝 놀랐다. '와우!' 너무나 빨갛고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빨간 동백꽃의 꽃말은 '애타는 사랑, 기다림'이라고 한다. COVID-19 팬데믹으로 모든 여행이 정지된 지 벌써 3년이 다되어간다. 아직 안심할 수 없지만, 올해부터 각 국가들마다 해외 입국 격리 기준을 조심스럽게 완화하는 모습이다. 이에, 올여름 해외에서 거주 중인 우리 세 딸 모두 한국에 계신 부모님을 방문할 계획이다. 3년 만의 방문이고, 10년 만의 가족 상봉이다.
엄마가 그토록 손꼽아 기다리던 세 딸과 손자, 손녀들과의 만남에 화답이라도 하듯, 올해 빨간 동백꽃이 활짝 핀 것이다. 엄마의 애타는 기다림만큼이나 활짝 핀 붉은 동백꽃이 더욱 따뜻하고 마냥 사랑스럽다. 봄이라 하기엔 아직 쌀쌀한 날씨에 핀 꽃이라 그런지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오늘을 위해 동백꽃도 그 오랜 시간을 기다렸나 보다.
올해는 부디 온 가족이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그동안 엄마가 외롭지 않도록, 빨간 동백꽃이 활짝 피어줘서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