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분리하라는 조언이 미워지는 하루
숨만 쉬어도 화가 나는 날
오늘은 진짜… 숨만 쉬어도 화가 난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이미 짜증이 올라와 있고,
“안녕하세요~”라는 인삿말에 “안녕 못해!”라고 속으로 소리친다.
감정은 이미 들끓고 있는데
스크립트대로만 말해야 한다는 게, 오늘따라 너무 지옥같다.
항 우울제도 먹었는데
왜 이러지? 했더니 캘린더 보니까 가임기 중반.
아… 그거였나.
그런데 진짜, 매달 한 번씩 이렇게 무너지게 살아야 하나 싶다.
그때마다 뇌도 고장 난 것 같고, 집중력도, 생각도, 다 멍해진다.
오늘 남편한테 “나 요즘 경상도 억양 듣기만 해도 너무 힘들다”고 했더니
“너 원래 그래.”
그 한마디에 그냥 울었다.
공감이 아니라 판단이 돌아오는 순간,
말한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때는 “위로받고 싶었다”는 말도 못 했다.
그냥… 사람이라서 지친 건데.
업무는 계속된다.
43분이나 남았고, 콜은 또 들어온다.
감정 분리하라는데, 잘 안 된다.
사람이 어떻게 감정을 버튼처럼 꺼내고 켜나?
그 말은 마치, 나한테
“좀 덜 인간적으로 살아보세요” 라는 말 같았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컴퓨터 앞으로 가는 내가,
과연 사회에 필요한 사람일까?
이 일은 누군가에겐 분명히 필요하겠지만,
나는 계속 이 일 앞에서 작아지고 있다.
나는 그저 빚 갚고 생활비 벌고 있을 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무너져야 하지?
“생산성 관리하세요”라는 말도 너무 지겹다.
숨 쉬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생산성까지 따져야 한다니.
하루 종일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
사람들은 감정을 버리면 해소가 된다는데
그럼 나는, 이 감정들을 어디에 버려야 할까?
콜이 끝날 때마다 속으로
"하나 줄었다. 살아남았다."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조금씩 안에서 허물어지고 있다.
퇴근하면 뭐할까.
이세계로 도망갈까, 아니면 그냥 멍하니 누워있을까.
게임 속 캐릭터처럼 아무 말 없이 살아보고 싶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말이 무기가 되지 않는 곳으로
오늘 하루만이라도 도망가고 싶다.
하지만 결국,
나는 또 내일도 같은 자리에 앉아 있을 거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남긴다.
나를 기억하기 위해.
나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감정이란 건 참 이상하다.
매번 겪으면서도 익숙해지지 않고,
익숙해지지 않으면서도
어쩐지 나를 버틸 힘이 되기도 한다.
오늘도 나는 그런 감정을 안고,
미운 나를 잠시 안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