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말들 앞에서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소리를 지르는 세상 앞에서 내 안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by 잎새

상담일을 하다 보면, 참 나를 지킨다는 게 쉽지 않다.
대응 스크립트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 모든 말을 꺼내기도 전에,
상대방은 이미 고성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보세요!!”
“상급자 바꿔!!”
“너랑은 말 안 통하니까 높은 사람 불러!!”

그 말들이, 내 귀를 지나 가슴을 후비고
때론 무언가를 뜯어내듯 정신을 갉아먹는다.


나는 가끔 궁금해진다.
도대체 왜 그렇게들 상급자를 찾는 걸까.
정작 상급자가 와도 결과는 똑같다.
우리 모두가 같은 매뉴얼 속에서 일하는데도,
왜 사람들은 ‘나 말고 더 높은 누구'를 원할까.

아마도, 감정이 격해진 자신에게
누군가 납작 엎드리는 걸 보고 싶어서겠지.
‘고객’이라는 타이틀 하나로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상담사를 단지
정보를 복사해서 읊는 기계쯤으로 여긴다.
그래서 말을 반복하고,
설명해도 듣지 않고,
마치 시험이라도 치듯 나를 흔들려 한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 시험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의 왜곡된 감정을 받아내는 역할을
더는 내 직업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이젠 ‘참는 상담사’가 아니라
‘경계를 가진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다.

그래서 항상 스크립트 그대로


“고객님, 고성이 반복되면 안내가 어렵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내용은 상급자도 동일하게 안내드립니다.”
“해당 부분은 반복 안내가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런 말들이 나를 지켜준다고 믿어야만 한다.

우리는 고객을 응대하는 동시에,

매 순간 자기 자신도 응대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

무너진 마음 하나를 다시 세우고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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