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다치지 않게 안아줘야 했는데

상처받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라, 내가 너무 오래 침묵했기 때문이었다

by 잎새

오랜시간 상담사로 근무하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당하고만 살았을까.
왜 나는 항상 한 발 늦게, 한참 지난 후에야 억울하단 감정을 느끼는 걸까.
이게 피해의식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자주 상처를 받아왔다.

사실, 나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지킨다는 말이 낯설었다.
그건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 권리를 챙길 줄 아는 사람들의 언어 같았다.
나는 그냥, 참으면 된다고 믿었다.
참는 게 어른스러운 거라고 배웠고, 착하게 사는 게 정답이라고 믿었다.

근데 아니었다.

문득 예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차도로 뛰어든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본능적으로 끌어안고,
내 몸으로 그 아이를 감쌌던 적이 있다.
넘어지면 다칠까봐, 그대로 내 팔로 감싸 안았다.
순간이었다.
다행히 큰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남을 지키는 법은 알았지만 나를 지키는 법은 몰랐다.

그 일이 나를 설명하는 것 같았다.
누구보다 빠르게, 누구보다 강하게 남을 보호하려 들면서
정작 나는 늘 뒷전이었다.
아무도 내 등에 멍든 자리를 알아보지 못했고,
나도 굳이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다 요즘 깨달았다.
내가 나를 너무 오래 방치하고 살았구나.
나는 나를 미루고, 누르고, 침묵시키고, 감췄구나.

그래서 이젠 바꾸고 싶다.
이젠 “나는 나를 지킨다”는 말을 자주 하기로 했다.
처음엔 어색하고, 가끔은 죄책감도 따라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때마다
내 마음 안에 작게 울리는 것 같다.
“기다렸어, 이제야 왔구나.” 라고.

앞으론 감정노동에 지친 날엔 이렇게 말해줄 거다.
“나는 오늘도 나를 지켜냈어.”
“그건 내 책임이 아니야.”
“나는 무례를 견딘 게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 침착했던 거야.”

이기적인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나도 나를 다치지 않게 안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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