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서울 쥐와 하동 쥐 이야기 - 14
2021년 연말 하동 쥐와 나 서울 쥐는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며 작지만 큰 도모를 했다.
2022년에 글을 좀 더 많이 쓰며 소통을 해보자. 나는 브런치를 가지고 있고 하동 쥐는 N사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니, 좀 더 각자의 플랫폼에 글을 많이 쓰자는 취지였다. 밤이 깊어가고 술이 짙어지면서 '그냥 예전처럼 교환일기 형식으로 글을 써볼까'라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그렇게 2022년 2월부터 "서울 쥐와 하동 쥐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렇게 오랜 기간 가까이 두고 사귀며 여러 이야길 나눴지만, 여전히 우리에겐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었다. 어떨 때는 술에 밀려서, 어떨 때는 어떤 이들에게 밀려서, 어떨 때는 30대 말미의 지침에 밀려서 우리의 많은 '이야기'들이 술상의 안주로, 전화의 주제로 전환되지 못했었다는 것을 이번 교환일기를 통해 알게 됐다.
물론 교환일기도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2주일에 한 편씩 써볼까라는 초기의 다짐은 삶에 지쳐서, 시간에 쫓겨서 밀리고 밀렸다. 어쩌다 보니 한 달에 한 편씩 지친 마음을 담아 글을 써서 보내기 일쑤였다. 글을 보내며 나와 하동 쥐 모두 항상 글이 너무 늦어 미안하단 말을 덧붙였다.
총 13편의 일기를 통해, 우린 30대 말미와 40대 초기에 겪고 있는 혼란 상태를 나누며 1년여를 지나왔다. 그리고 이제 서울 쥐와 하동 쥐의 이야기를 닫고자 한다.
글을 닫음의 이유는 변화이다.
뭔가 재미난 일을 하고 나면 필연적으로 변화가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직장을 다니다가 성장을 위해 어떤 교육을 듣고 나면 꼭 퇴사를 도모한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일종의 끓어오름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용기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서울 쥐와 하동 쥐 이야기는 나의 선택적 머무름(그게 서울이라는 공간이 되었든, 현 직장이라는 현실이 되었든)을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고, 하동 쥐의 흔들리는 용기와 지역에서 접하는 시각들은 나에게 일종의 끓어오름을 야기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 닫음의 이유이자 변화인 그것은 내가 드디어 '서울 쥐' 지위를 스스로 박탈하였기 때문이다(솔직히 말하면 2023년 1월 현재 기준으로는 할 예정이다가 맞다). 누군가가 법 조항 몇 줄 바꿔서 내 나이를 다시 30대로 돌려놓겠다고 하지만, 오랜 기간 한국의 시간, 한국의 나이를 쌓아와서 마흔이 되어버린 나는 뭔가 변화를 도모했고 실행에 바로 옮겨버리는 담대함을 보여주었다(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아직 보여준 건 아니다).
서울 쥐로서 지위를 박탈하며 돌아보니 마흔에 진입한 것 역시 좋은 결심, 끓는점이 되었던 것 같다. 예전에 서른이 될 때도 이렇게 서른을 맞이할 수 없다고 부르짖으며 여러 변화를 줬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오랜 기간 써왔던 안경을 벗어던지고 시력교정술을 받았고, 로망이었던 소형스쿠터를 구매했다. 당시 마음속으로만 감정을 쌓던 어떤 이(들)에게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쉬이 서른을 맞이하지 않았던 피가 다시 끓어올랐는지, 마흔이 되며 내 인생에서 다시 한번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인 지역의 이주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물론 앞서 길게 이야기한 것과 같이, 너무도 가까운 친구와 함께 했던 서울 쥐와 하동 쥐 이야기 시리즈가 나의 30대 마지막에 많은 것을 안겨주고 남겨주었고, 이러한 남아있음이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새로운 용기가 되었음은 자명하다.
어찌 되었든 나는 이제 서울을 떠난다. 이 쥐구멍 같은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활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일단 지역 이주부터 실행에 옮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역경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가늠할 수도 없다. 밤마다 잠 못 이루는 내 현 상황이 이러한 역경을 조금이나마 예상케 해준다.
그래도 한 발씩 나아가보고자 한다. 나도 언젠가 하동 쥐처럼 U턴의 변명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잠깐...난 U턴(지역 출신 도시거주자가 출신 지역으로 되돌아감)이 아니잖아. 난 J턴(지역 출신 도시거주자가 대도시와 지역의 중간 어딘가로 이주함)인가...아니 I턴(도시출신이 타 지역(농산어촌)으로 이주함)인가...나의 이주를 정의하고 설명하는 일부터 숨이 턱턱 막히는고만...
아무튼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서울을 떠나 태어나고 자란 지역도 아닌 연고도 없는 어떤 곳에서 새로이 태어날 예정이다. 이 사실을 말하고자 켠 에필로그가 제 기능을 넘어 과하게 길어지고 있다. 어쩌면 이 에필로그가 2023년 시작될 새로운 시리즈의 예고편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리 길었던 것 같다.
서울 쥐와 하동 쥐 이야기를 함께해 준 하동 쥐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올해도 각자의 장소에서 더 재미나게 더 치열하게 지내보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많이 도와달라는 말도 굳이 보태본다. 잘 먹고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