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여자 vs. 한국 남자 - 아내의 관점 9
이제 내가 글을 쓸 시간은 두 번 정도 남은 것 같아.
그동안 잘 읽었는지 모르겠네 ~ 남의 이야기 잘 읽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 먼저 하고 시작할게.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결혼 생각이 없었던 시기부터 작전, 연애, 항저우, 프러포즈, 결혼식, 예단, 임신, 아이 놓는 것까지... 많이도 왔네~~
오늘은 신혼여행 이야기야.
이야기 순서가 뭔가 안 맞는 것 같지? 신혼여행은 임신하기 전에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어.
속도위반은 아니야. 뭐 요즘 시대에 속도위반했다고 별일은 아니겠지만 말이야. 하여간 우린 아냐.
우린 신혼여행을 두 번 갔어.
남편이 주장(?)하는 신혼여행과 내가 생각하는 신혼여행. 이렇게 말이야.
남편이 준비한 신혼여행은 너무 맘에 안 들었어. 물론 사정은 있었지만 말이야.
한국에서 결혼식을 할 때, 우리 엄마 아빠는 한국에 처음 오셨었거든. 그래서 2박 3일로 가이드를 해드렸지.
엄마 아빠를 공항에서 보내드리고 나서부터가 우리 신혼여행이야. 근데 그때 내가 한국 영주권 신청한다고 내 여권을 한국의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맡긴 지 2주 후에 나온다는 거야. 당시 결혼하러 한국에 올 때 회사에는 딱 2주 휴가를 썼고(원래는 사내커플이라 얘기하기 좋았겠지만 중국에서 결혼식 할 때 까지는 한국서 결혼하는 거 비밀이거든) 오자마자 영주권 신청하고 결혼식 하고 엄마, 아빠 가이드해드리고 내가 여권이 없으니 해외로는 신혼여행을 갈 수 없었어. 그래서 간 게 제주도 4박 5일이야.
남편은 스케줄 짜느라 신났나 봐~ 근데 가장 중요한 신혼여행의 의미를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 그냥 여행으로 생각했나 봐 ~ 쉬면서 대화도 하고 미래 계획도 세우고 등등. 근데 제주도 일주를 해야 하니 렌터카를 빌려서 동서남북 각 1박씩 자야 한다고 하면서 각각 다른 스타일 다른 장소에 속소를 잡은 거 있지?
첫날은 제주도 남쪽의 콘도, 둘째 날은 제주도 중간의 수목원, 셋째 날은 파라다이스 호텔 여긴 참 좋았는데... 넷째 날은 풀하우스 풍의 펜션 이렇게 각양각색의 위치도 동서남북으로 각각 예약을 했지. 차 가지고 돌아보고 밥 먹고 다시 돌다가 새로운 숙소로 가는 여행(?)이었어. 사실 그때는 몰랐어. 나도 그에게 미쳐있었으니까 나중에 생각해보니 좀 아니었다는 거지.
거기까진 좀 참을 만했어.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보통 항공기가 아니라 경비행기 아니 저렴한 비행기를 예약해 놓은 거야. 자긴 처음 타본다면서 설레여까지 하더라고... 어이가 없었지.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가는 동안 시끄럽고 덜덜거리고 난 무서워서 혼났어. 나중에 보니 가격이 30% 이상 저렴하더라고... 그래서 신혼여행인데 돈 아끼려고 그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하여간 다신 타고 싶지 않은 비행기였어. 경험이라고 한 게 진짜인지 갈 때는 덜커덩 거리는 경비행기 올 때는 정상 항공편이었어. 다행이다 싶었지.
그리고 난 다음날 상하이로 돌아왔고 결혼식은 했지만 뭐~ 여전히 연애하듯이 각각 따로 살았지.
4개월 후 중국에서도 결혼식을 하고 그 사이에 운 좋게 그가 직장을 잡아서 중국에 왔고, 그렇게 살았어.
그러다 내가 놀다 보니 작은 마사지 가게를 하게 되었고 망했고, 2년 6개월 후에 상해로 왔고, 아이 놓은 지 5개월 후인 12월 1일 그와 나 동시에 상하이의 회사에 각각 취직이 되었고 본격 돈을 벌기 시작했지.
그리고 그렇게 한 3년 지났나 봐.
사업한다고 빌렸던 돈을 드디어 다 갚았어. 난징(남경)에 살 때, 난징에 집 산다고 남편이 한국의 시어머니와 여동생에게 돈을 가져왔거든. 그냥 그 돈으로 집을 사면 되는데 20%만(당시 90평방미터 이내 집은 20%만 있어도 집을 살 수 있었어) 내고 나머지 80%는 대출을 받고 남은 돈으로 사업을 했던 거였어. 열심히 일한 지 3년 후 드디어 이제 재산이 마이너스에서 + 로 돌아서게 된 거지. 기념도 하고 싶고, 마침 그동안 여러 사정으로 가지 못한 신혼여행을 계획하게 됐지. 남편은 못 믿으니 이번은 내가 다 준비했어. 발리로 4박 5일로 말이야.
드디어 결혼식 후 5년 만에 신혼여행을 간 거야 ~~
그래도 다양한 것 좋아하는 남편의 취향을 하나는 맞춰줬어.
발리는 산과 바다가 함께 있는 곳이거든. 그래서 2박은 산속에 있는 좋은 호텔에서 2박은 바닷가에서 말이야.
사진을 찾아보니 남편도 나도 가진 게 없네.
오늘은 10년 전 신혼여행 기억도 되살릴 겸 이 호텔 홈페이지에서 사진 좀 가져와 볼게.
아래와 같은 곳이야.
왕족이 지은 곳이라고 했어. 그렇지 않음 누가 이런 산속에 이런 건물들 허가를 내주었겠어. 당시 50 단독채가 있었고 우리 이후에 50채가 추가로 지어졌다고 했어.
아래 여기서 체크인을 했어.
여긴 그냥 자연이야.
그냥 다 걸어 다녀야 해. 우리들 짐을 상체를 탈의한 건장한 근육질의 원주민인 듯 한 두 사람이 각각 우리 풀빌라 안까지 들어다 주었어. 미리 알아본 대로 팁을 주었고, 얼마를 주었는진 잊었네. 대충 각각 1달러 정도 되었던 것 같아.
집은 50 채인데 직원은 100명이 훨씬 넘어. 그럼 인당 1명 서비스하는 구조인 거지.
그것치곤 비싸지는 않았어. 5성급가느니 당연히 여길 오겠어. 다음에도 또 가고 싶은 곳이야.
딸아이가 대학교를 가게 되면 그때 한번 더 와도 될 것 같아.
방에 들어가면 이렇게 되어있고, 다 이런 것 같아. 원룸에 풀빌라 개념이야.
반대서 찍은 사진. 이사진들은 말했듯이 우리가 가지고 있질 않아서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어.
아래 사진은 나였으면 좋겠지만 내가 그렇게 날씬하진 않아~
참 우리 풀 빌리가 가장 높은 곳에 있었어. 서로서로 기본적으로 독립되어 있어 보이지는 않아 다만 열심히 보면 조금은 보여. 근데 우리는 가장 높은 곳이라 아무데서도 우리가 보이지가 않더라고.
그걸 알고 남편이 꿈이 하나 있었다며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고 수영을 하고 싶다잖아~ 어머~ 난 그럴 수 없는데 참 우리가 신혼여행이었지 하며 나도 살펴보니 남들이 볼 위험은 없을 듯했어. 그래서 남편 말대로 수영을 좀 해봤네~~ 넘사스럽지만 추억으로 나쁘지는 않았어. 혹시 그런 취향이라면 여기 장소를 추천해~~ 다만 2박 정도 해놓고 다른 일정은 아무것도 잡지 말고 그냥 말 그래도 자연에서 휴양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고 말이야.
아침엔 식당이 3개가 있었어. 현지식, 서양식, 동양식 이랬던 것 같아.
50채밖에 안되는데 식당이 3개나 있다니... 그래서 어딜 가든 한산해...
오후에는 이런 무료 요가 클래스가 있어. 그와 같이 받기도 했지.
옆에는 강이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래프팅 하는 강이더라고...
참 그때 난 호텔이 이렇게 좋은지 모르고 래프팅을 신청했는데 어찌나 후회했던지 말이야.
이렇게 좋은 호텔은 그냥 호텔에서만 2박 하면서 쉬기만 해도 힐링도 되고 너무 좋거든...
다음에 또 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3일 정도 이렇게 쉬기만 할 거야...
사진들을 보니 수다가 떨고 싶어 져서... 갑자기 광고 모드가 되어 버렸네~~
하여간 그랬어.
제주로 (남편 주장하는) 신혼여행으로 기분 나쁘게 시작해서 이 풍경을 보니 마음이 좀 풀어져서 다행이다.
결혼도 했겠다. 신혼여행도 제대로 다녀왔겠다. 이젠 뭐 다들 그렇듯 생활이지.
생활이야 다들 똑같으니 생활 백치 남편 이야기로 끝을 맺으려고 해...
<남편 입장>
좀 이상하긴 했다. 결혼 후 5년이 지났는데 아내가 신혼여행을 가자고 한다.
'무슨 신혼여행? 신혼여행은 한국에서 결혼하고 다녀왔잖아?'라고 했더니 그건 신혼여행이 아니란다. 그럼 뭔데 했더니 그냥 여행이란다. 그래서 진짜 신혼여행을 다녀오자고 한다. 그러자고 했다. 그럼 이번엔 네가 준비해봐라고 했고 말이다.
음... 정말 제대로 잘 스케줄과 호텔 등 선정을 잘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좋은 곳은 처음이다. 꼭 다시 한번 가고 싶은 곳이다. '그 수영' 하고 싶은 일도 한번 해봤고, 완전 자연에서 산책하고 요가하고 누가 밥해주는 밥 먹고 다시 산책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단둘이 지내는 삶 말이다. 여유가 되면 한 달 살기도 하고 싶다. 음... 계산기 두들겨보니 호텔비만 1천만 원이 넘어 어려울 듯하다. 그 지역 다른 저렴한 곳에 있으면 되니 5일만 자고 25일은 다른 저렴한 곳에 숙박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할 듯하다.
그때만큼 마음이 편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당시 결혼 5년 만에 빚 없이 희망이 생기니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둘이 대화를 하고 미래를 이야기하고 계획을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이게 정말 신혼여행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한국에서 결혼식 하고 갔던 제주도 신혼여행. 제주도가 문제가 아니라 나의 스케줄과 예약한 장소들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알게 되었다. 누구나 더 결혼이 신혼여행이 처음이라고 그렇게 시행착오를 하진 않을 텐데 시행착오를 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린 상하이에서 결혼식 후에는 엄마, 아버지 함께 방문한 친척들 여행 가이드를 해드린 덕분에 상하이 결혼식에서도 역시 신혼여행이 없이 그냥 가이드만 하다가 끝이 났었고, 난 다시 난징으로 바로 복귀 후 일을 했던 기억이 있다.
불행 중 다행이다. 늦게라도 신혼여행을 할 수 있어서 말이다.
20주년 때쯤엔 아이가 대학교를 갈듯 하고 그땐 20주년 여행을 기획을 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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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은 브런치 북으로 발행했습니다.
속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래 1부가 도움이 될 듯해서 아래 링크를 걸어둡니다.
[브런치 북] 상하이 여자 vs. 한국 남자 (brunch.co.kr)
전편은 우리나라의 이웃인 중국. 그중에서도 한 도시인 상하이의 일반적인 이야기와 우리와 다른 문화 그리고 약간의 저희 경험을 담았습니다.
속편은 12화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편: 10화, 속편: 12화)
주 2~3회로 생각하고 있고요. 글쓰기 초보라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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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